김영호 통일 장관 후보자 “통일부 변해야…흡수통일 추진 안 해”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 첫 출근길 “가치 지향 정책 추진해야”
“北, 9·19합의 안 지키고 고강도 도발 시 정부 입장 정해야”

[헤럴드경제=신대원·오상현 기자]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30일 “통일부 역할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이날 오전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 후보자는 “원칙이라고 하면 자유민주주의와 인권, 법치 등을 이야기할 수 있다”며 “통일부가 앞으로 원칙 있는, 그리고 대단히 가치 지향적인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께서 취임사와 미국 의회 연설 등에서 자유가 평화를 만들고, 번영을 가져온다는 말씀을 했다”며 “윤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가치지향적인, 대단히 원칙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자의 이 같은 발언은 기존 남북 대화와 교류·협력에 초점을 맞췄던 통일부의 역할을 자유와 인권, 법치 등 가치에 입각한 보편적 국제규범을 대북·통일정책에서도 구현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이행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또 사상초유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이례적인 교수 출신 장관, 외교부 출신 차관, 교수 출신 대통령실 통일비서관 발탁과 통일부 출신 배제 인사로 뒤숭숭한 통일부 내부를 향한 메시지도 담은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는 북한 인권문제와 관련해서도 “사실 대단히 심각하다”며 “통일의 당사자이고 주체인 우리가 북한 주민의 어려움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북핵문제라든지 인권문제라든지, 또 북한이 호응한다면 경제협력문제 등을 삼위일체로 묶어서 ‘한반도형 헬싱키 프로세스’ 같은 것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특히 9·19 남북군사합의를 거론하면서 “정책은 연속성이 중요하지만 변화된 상황에서 남북 간 합의라든지 이런 것들을 선별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합의는 쌍방이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이 합의를 일부 어긴 것들도 확인되고 있다”며 “북한이 9·19 군사합의를 충실하게 지켜나가지 못한다면, 또 고강도 도발을 할 때는 정부도 나름 입장을 정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후보자는 다만 “강압적인 흡수통일은 대한민국도 추진하고 있지 않다”면서 “대한민국은 평화통일을 지향하도록 돼 있고, 정부는 평화적인 점진적인 평화통일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대북 인도적 지원과 관련해서도 “윤석열 정부는 인도적인 지원은 조건 없이 한다고 돼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권영세 장관이 북한 주민의 식량문제라든지 어려움은 조건 없이 국제기구를 통해서라도 할 수 있다고 수차례 말했는데 거기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혔다.

또 “북한 내부 사정 때문에 아직 그 문제에 대한 대화가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북한이 호응할 경우 미국도 무조건적으로 그 문제는 이야기 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며 “정부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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