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대입 소수인종 우대는 위헌” 美 대법원 판결 여파는?

정미하 기자 2023. 6. 3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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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대법원이 29일(현지 시각) 1960년대부터 미국 대학 입학에서 흑인·히스패닉 등을 우대해 온 ‘소수 인종 우대 정책(Affirmative action·어퍼머티브 액션)’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렸다. 미국 대입 정책은 물론 미국 경제와 사회, 미국 유학을 준비생들을 위해 판결 관련한 이슈를 항목별로 정리한다.

지난해 10월 7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DC의 연방 대법원 건물에서 대법관들이 커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의 부임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 클라렌스 토마스 대법관, 존 로버츠 대법관(대법원장), 사무엘 알리토 대법관, 엘리나 케이건 대법관. 윗줄 왼쪽부터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 닐 고서치 대법관, 브렛 캐버노 대법관, 커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 AP 연합뉴스

◇ 판결 내용

AP통신,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판결문에서 “학생은 인종이 아닌 개인으로서 경험을 바탕으로 대우받아야 한다”며 “많은 대학은 너무 오랫동안 정반대의 일을 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들이 개인의 정체성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불굴의 도전, 축적된 기술, 학습 등이 아니라 피부색이라는 잘못된 결론을 내려왔다”며 “우리 헌정사는 그런 선택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소수 인종 우대 정책이란

흑인 인권운동이 활발했던 1961년 존 F.케네디 당시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도입됐다. ‘정부 기관은 지원자의 인종, 신념, 피부색, 출신 국가와 무관하게 고용되도록 적극적인(affirmative)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후 고용 부문에서 차별 금리 조치가 실시됐고 대학에서도 소수 인종 우대 입학 정책이 도입됐다.

◇ 소송은 누가 제기했나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Students for Fair Admissions·SFA)이 백인과 아시아계 지원자를 차별했다며 2014년 노스캐롤라이나대와 하버드대를 상대로 각각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SFA에 따르면 흑인 지원자가 비슷한 조건을 갖춘 아시아계 미국인보다 하버드대에 입학할 가능성이 4~10배 높다.

SFA는 에드워드 브룸이라는 사람이 조직한 단체로 SFA 구성원 중 일부는 하버드대 등 상위권 대학 입학이 거부된 사람들이다. SFA는 1심과 2심에서는 패소했다. 1·2심은 대학 정원을 인종별로 할당할 수는 없지만, 기존 대법원 판례가 입학 요인 중 하나로 인종을 고려할 수 있다고 한 점을 이유로 대학의 손을 들어줬다.

◇ 이번 대법원 판결 찬반 구성은

미국 대법원은 노스캐롤라이나대와 하버드를 상대로 한 헌법소원에서 각각 6대 3, 6대 2로 위헌을 결정했다. 9명의 대법관은 보수 6명, 진보 3명으로 구성돼 있다. 소수 인종 우대 정책은 민주당 등 진보 진영이 지지하는 정책인 만큼 각각 정치적 지향에 부합하는 판결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진보적 성향의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소수 의견을 냈다.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위법 판단은 수십 년간의 선례와 중대한 진보를 후퇴시킨다”며 “인종이 항상 문제가 되는 사회에서 인종 차별이라는 피상적인 규칙을 강화한다”고 말했다. 소토마요르 대법관 외에 엘리나 케이건 대법관, 커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도 반대 의견을 냈다. 다만, 하버드대 학부를 졸업한 커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은 관련성을 이유로 하버드대 관련 결정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소수인종 우대입학 정책인 이른바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29일(현지 시각) 조 바이든 대통령이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강력히 반대한다"며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결정이 "수십 년의 판례와 중대한 진보를 되돌리는 것"이라는 소수 의견에 동의한다면서 "우리 대학은 인종적으로 다양할 때 더 튼튼하다"고 말했다. / AP 연합뉴스

◇ 모든 대학이 신입생 합격 조건으로 인종을 고려했나

아니다. 미국 50개 주 중 가운데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미시간, 워싱턴, 애리조나, 네브래스카, 오클라호마, 뉴햄프셔, 아이다호 등 9개 주는 공립대에서 인종에 따른 입학 우대 정책을 금지한 상태다. 또한 상당수의 공립 및 사립대는 대법원 판결 이전에 인종을 고려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소수 인종 우대 정책이 미국 사회에서 소외된 흑인, 히스패닉계에 대입시 사실상 가산점을 주는 정책으로 쓰이면서 백인, 아시아계를 역차별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영향이다.

◇ 현재 미국 대학 내 인종 비율은

WP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약 80개 대학 학부 지원자의 약 25%가 소수 인종 우대 정책의 수혜를 입었다. 해당 학교 학부생의 약 6%는 흑인, 6%는 다인종, 13%는 히스패닉계, 19%는 아시아계 미국인, 41%는 백인으로 구성된 것으로 집계됐다. 유학생을 제외하면 다인종이 6%, 흑인이 7%, 히스패닉계 14%, 아시아계 미국인 22%, 백인이 46%를 차지한다.

◇ 인종 외에 미국 대학이 다양성을 갖출 방법은

앞으로 미국 대학은 인종 대신 출신 지역, 소득 수준에 따른 합격 비중을 다양성 확보 수단으로 삼을 수 있다. 또한 부모가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사람에게 입학 허가를 더 많이 주는 방식으로 다양성 확대를 모색할 수도 있다. WP는 “다양한 도시, 지역, 소득에 따른 지원자 모집은 불우한 학생에게 대학 입학 기회를 주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면서도 “지리적, 사회경제적 다양성이 인종과 민족적 다양성을 보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정치권 반응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수십 년의 판례와 중요한 진보를 되돌리는 조치”라며 “나는 대법원의 결정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대학은 인종적으로 다양할 때 더 강하다고 믿는다”며 “우리에게는 앞으로 나아갈 새로운 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어떤 관행이 더 다양한 학생을 입학시키는 데 도움이 되고, 어떤 관행이 이를 방해하는지” 분석하도록 교육부에 지시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에”오늘은 미국에 좋은 날”이라며 “비범한 능력을 갖춘 사람들과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능력 기반의 제도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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