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영아시신 사건' 친모, 두 자녀 모두 출산 하루 뒤 살해

낙태 비용 걱정에 남편 몰래 출산…시신 5년 가까이 집안에 은닉
범행 후 이사때 시신 함께 옮겨…경찰, 살인죄 적용해 검찰 송치
살인방조 혐의 입건 남편은 불송치…경찰 "혐의 드러난 것 없어"

(수원=연합뉴스) 강영훈 권준우 기자 = '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 결과 두 자녀를 낳아 살해한 뒤 냉장고에 시신을 보관해 온 혐의로 구속된 30대 친모는 출산 후 만 하루 이상이 지난 신생아를 상대로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던 이 여성이 아기들의 친부인 남편도 속이고 출산한 뒤 2년 연속으로 아기들을 살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경기남부경찰청 여성청소년과는 살인 및 사체은닉 혐의로 A씨를 구속해 30일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또 살인방조 혐의로 A씨의 남편 B씨를 불구속 입건했으나, 혐의가 없다고 보고 불송치 결정했다.

우선 A씨는 2018년 11월 3일 오후 2시께 군포시 소재 병원에서 딸을 출산하고, 이튿날 퇴원해 수원시 장안구 소재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돌아와 저녁께 목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딸의 시신을 검은 비닐봉지에 담아 집 안 냉장고에 유기했다.

이후 한 차례 더 임신한 A씨는 2019년 11월 19일 정오께 수원시 한 병원에서 낳은 아들을 다음날 퇴원하며 안고 귀가하던 길에 집 근처에서 또 같은 방식으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아들의 시신 역시 검은 비닐봉지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 은닉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미 B씨와 사이에 12살 딸, 10살 아들, 8살 딸 등 3명의 자녀를 두고 있는 A씨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또 임신하자 범행을 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이들 두 사건 범행에 앞서 2017년 낙태를 한 경험이 있는 A씨는 수백만원이 드는 임신중절술 비용이 부담되자 B씨 몰래 출산을 강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두 아기의 시신을 보관해 오다가 지난해 12월 이번 사건으로 체포될 당시 살고 있던 집으로 이사를 할 때도 시신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넷째 자녀이자 첫 번째 피해자인 딸은 살해당한 뒤 4년 7개월, 다섯째 자녀이자 두 번째 피해자인 아들은 3년 7개월간 냉장고 안에 있었다는 말이 된다.

경찰은 A씨의 범죄 사실에 미뤄볼 때 살인죄 적용이 가능하다고 보고, 당초 적용했던 영아살해죄에서 살인죄로 혐의를 변경했다.

경찰은 A씨와 범행을 공모하거나 방조했다는 의혹을 받아온 B씨에 대해 더욱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형사 입건했으나, 최종적으로는 불송치 결정했다.

현재까지 수사 결과 B씨의 혐의가 뚜렷하게 드러난 바 없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A씨의 범행 시기를 전후해 B씨와의 사이에서 오간 카카오톡 메시지를 전체 분석한 결과 B씨가 사건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볼 만한 정황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1차 사건이 발생한 2018년 11월에는 두 사람 간에 임신이나 출산과 관련한 대화는 아예 없었고, 2차 사건이 일어난 2019년 11월에는 낙태에 대한 대화가 다수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와 B씨의 진술, 주변인 조사, 압수수색을 통한 증거물 분석 등을 종합해 이같이 결론 내렸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기존에 있는 자녀 3명의 양육과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넷째와 다섯째 자녀를 출산 후 살해했다고 진술했다"며 "사건 내용에 비춰 영아살해죄가 아니라 살인죄에 해당한다고 보고, 혐의를 변경 적용했다"고 말했다.

k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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