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검색 잘못해도 간첩?…중국 새 ‘방첩법’ 내일 시행

황경주 2023. 6. 30. 11: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앵커]

내일부터 중국에서 새로운 '방첩법'이 시행됩니다.

기사 검색만 잘못 해도 간첩 행위로 몰릴 수 있을 만큼 규제가 대폭 강화됐는데요.

벌써부터 나라 안팎의 우려를 사고 있는데, 중국이 이러는 이유가 뭘까요?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내일부터 적용되는 중국의 새로운 '방첩법',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간첩 행위의 범위가 크게 넓어졌습니다.

지금까지는 국가 기밀 정보를 빼내거나 팔고 사는 등의 행위를 간첩 행위로 봤는데, 앞으로는 기밀이 아니더라도 '국가 안전 이익에 관한 정보'라면 문제가 됩니다.

또 중국이 아니라 제3국을 겨냥한 행위더라도, 이로 인해 중국의 안전이 위협받는다고 판단되면 '방첩법' 위반입니다.

법을 위반하면 징역 10년에서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중국 영토 밖에서 중국 국민이나 조직을 이용해 정보를 빼내는 경우도 처벌 대상이 됩니다.

[앵커]

한 마디로 중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건 무엇이든 '간첩 행위'가 될 수 있다는 것 같은데, 기준이 너무 모호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기자]

불확실성이 큰 만큼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도 중국 체류자나 여행객에게 새 '방첩법'에 저촉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는 점을 알리고 있는데요.

중국의 군사, 방위산업 시설이나 시위 현장을 방문하거나 촬영하는 행위, 심지어 중국 정부에 비판적인 기사를 검색하는 것도 오해의 소지가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CNN은 중국을 배경으로 활동하는 외국 기업이나 언론인, 학자 등이 새로운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는데요.

이전에는 일반적인 정보였던 통계나 문서, 기사들이 이제는 중국의 안보나 이익과 관련된 내용으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독일에 있는 중국연구기관인 '메릭스'는 "앞으로 중국에서는 간첩 행위를 저지르고 있는지 아닌지 불가능한 평가를 해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앵커]

이런 우려가 커지면 외국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 남아있기 어려울 것 같은데요.

[기자]

지난 3년 동안 이어진 코로나19 봉쇄 정책으로, 중국 시장은 이미 글로벌 기업들의 신뢰를 많이 잃은 상태죠.

여기에 '방첩법'처럼 정치적인 이유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 활동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습니다.

주중 유럽연합상공회의소가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570개 유럽 기업을 대상으로 최근 시행한 조사를 보면, 3분의 2는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게 더 어려워졌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새 '방첩법'처럼 경제 활동이 점점 정치화하는 점을 이유로 꼽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주중 유럽연합상공회의소 회장 : "유럽 기업들은 (중국에서) 시장 접근성이 떨어지고 규제 장벽이 높아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 때문에 전체 응답 기업의 11%는 이미 중국 밖으로 사업을 옮겼거나, 옮기기로 했다고 답했습니다.

[앵커]

외국 기업이 떠나면 중국 경제에도 타격이 있을 것 같은데, 중국 정부의 입장은 어떤가요?

[기자]

중국 정부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고 있습니다.

"모든 국가는 법을 제정해 국가 안전을 지킬 권리가 있다"는 겁니다.

[마오닝/중국 외교부 대변인 : "모든 국가는 입법을 통해 국가 안보를 보호할 권리가 있습니다. 이것은 모든 국가의 일반적인 관행입니다."]

외신 기자들의 취재 활동을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에도 "이 법을 취재 활동과 연관 지을 이유가 없다"며, "법과 규정에 부합하는 한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중국 정부 얘기를 들어 보면 경제 회복보다는 안보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기자]

"경제가 더디게 발전하는 건 체제에 장기적 위협이지만, 안보 위협은 즉각적이기 때문"이라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분석했습니다.

독일의 중국연구기관 '메릭스'도 비슷한 관측을 내놨는데요.

"중국 정부가 자국에 대한 이미지나 인식을 더 많이 통제하기를 바라고 있다"며, "정부의 공식적인 언급 외의 중국을 알 수 있는 이야기들이 고갈될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중국은 이미 올해 초부터 외국 기업들에 대한 단속 수위를 높이기 시작했는데요.

미국 컨설팅 업체 여러 곳의 중국 현지 실사 사무소를 급습했고, 일본 제약사 직원을 간첩혐의로 구속하기도 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외국 기업들이 중국인과 접촉하면서 국가 정보가 노출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 제보하기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카카오 '마이뷰', 유튜브에서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황경주 기자 (race@kbs.co.kr)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