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군단 울리는 '네카쿠'…끝 모를 주가 추락의 원인은 [박동휘의 컨슈머 리포트]
한국 자본 시장에서 개미는 늘 패한다. 승자는 극소수다. 왜 그럴까? 여기에 대한 답을 찾으려면 원고지 몇 장으로는 불가능할 것이다. 오히려 질문을 달리해야 한다. 필패할 수밖에 없는 개인을 위한 안전장치는 없을까.
사실, 이 질문에 대한 답이 훨씬 간단하다. 오마하의 현인이라 불리는 워런 버핏이 늘 설파했던 바다. ‘적어도 반세기 동안은 망할 가능성이 거의 없고, 그동안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하도록 유도하면 된다. 소위 말해 장기 투자의 법칙이 통하도록 하는 것이 개미 군단을 살릴 유일한 해법이다.
개미 군단 울리는 자본 시장의 ‘적’
한국 자본 시장에도 이런 기업은 분명히 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에너지솔루션, SK하이닉스, 네이버, 카카오 등 미래 성장 잠재력을 갖췄으면서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기업들이 즐비하다.
그렇다면 이들 기업에 장기 투자하면 적어도 적금을 웃도는 수익률을 거둘 수 있을까. 장담하기 힘들다. ‘기업 가치와 주가는 비례한다’는 등식이 성립해야 하는데, 이를 가로막는 요인들이 너무 많아서다.
‘라덕연 일당’을 비롯해 유튜브에서 버젓이 사기 행각을 벌이는 자칭 투자 고수들의 분탕질은 ‘가치와 주가의 비례’라는 자본 시장의 제1원칙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를 방관한 규제 당국이 개미에 진 빚은 많다고 할 수밖에 없다.
올해 탄생 300주년을 맞은 자유 시장경제 사상의 국부인 애덤 스미스는 ‘보이지 않는 손’이 효과적으로 작동하려면 법과 질서, 타인의 권리에 대한 ‘동감’이 우선돼야 한다고 설파했다. 자본시장의 수많은 미꾸라지는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파괴적 이기심 그 자체다.
주가가 기업 가치에 비례하지 않게 만든 또 다른 요인은 기업 최대 주주에게 부과하는 징벌적인 상속세다. 쉽게 말해 한국에선 창업자가 세금을 제대로 내고 가업을 승계한다고 가정하면, 손자 대에 이르러선 경영권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사회의 도덕성 기준이 높아지고, 기업인에 대한 감시망이 촘촘해진 오늘날 상속세를 내지 않고서 가업을 상속하기는 불가능하다. 방법은 하나뿐이다. 상속세를 내기 위한 재원을 틈틈이 마련해 놓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물려줄 기업의 가치를 낮게 유지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이다.
한화그룹의 지주사인 한화의 시가총액이 2조2525억원(28일 종가 기준)에 불과한 것은 상속 문제 외엔 설명하기 힘들다. 한화 주가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거의 차이가 없다. 대주주가 일부러 주가를 떨어뜨렸다고는 볼 수 없겠지만, 적어도 주가를 올리기 위해 백방의 노력을 다하지 않고 있을 것이란 결론은 어느 정도 합리적인 추정이라고 할 수 있다.
신종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판 빅테크 규제의 함정
‘코리안 마켓’에 대한 최신 디스카운트 요인도 등장했다. 한때 개미들의 ‘주식 적금’이나 다름없던 네이버, 카카오 주가가 맥을 못 추고 있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스토리’다.
이와 관련해서 한 외국계 사모펀드 대표는 이렇게 평가한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중국 정부의 알리바바 등 빅테크에 대한 철퇴 후폭풍을 뼈저리게 경험했다”며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가 온라인 플랫폼을 향해 거침없이 규제의 칼날을 휘두르는 것을 보면서 중국을 떠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 뉴욕 시장에 상장된 쿠팡 주가가 공모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어쩌면 비슷한 이유 때문일 수 있다.
물론, 네이버와 카카오가 스스로 기업가치를 갉아먹은 원죄를 주가 하락의 원인 중에서 빼놓기는 어렵다. 네이버는 관료화돼가고 있고, 카카오는 욕망의 열차에 스스로를 던져 버렸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그런데도 네이버는 전 세계에서 구글에 대항해 성공을 거둔 유일한 토종 포털이고, 카카오 역시 페이스북, 트위터의 공세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남았다.
주식 투자자는 일종의 자본재 소비자다. 한탕을 꿈꾸는 전업 투자자도 더러 있겠지만, 대다수의 선량한 이기심을 가진 개미들은 주식이 오르면 여행을 가고, 자녀 학원 보내고, 애인에게 선물을 사주고, 평소 가고 싶던 맛집에 간다. 평범한 개미가 주식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하려면 가치와 가격의 등가 관계가 성립하도록 해야 한다. 주식 등 자본 시장에 건전한 돈이 흘러와야 기업이 흥하고, 국가가 번성한다. 이것이 시장 경제의 기본 원칙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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