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시장의 핵심 키워드, 팬슈머
이승연 시티라이프 기자(lee.seungyeon@mk. 2023. 6. 30. 11:00
팬덤의 목소리에, 사라진 제품이 등장했다
상품이나 브랜드의 생산 과정에 참여하는 소비자를 일컫는 용어 ‘팬슈머Fansumer’(Fan+consumer). 이들은 본인이 좋아하는 상품이나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동시에 기업과의 능동적인 소통을 중시한다. 최근 팬슈머의 영향력이 커지며 기업들은 팬슈머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한 제품 출시, 홍보 방식을 대거 선보이고 있다. 소셜미디어 등 소통 채널을 강화하고, 비즈니스 전반에 팬슈머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있다.
능동적 소비자들의 등장
소비자들은 더 이상 기업이 제공하는 상품을 ‘구입’만 하지 않는다. 그들은 재화와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살펴보고, 이것이 나와 ‘가치’가 맞다면 과감하고 지속적인 소비를 이어간다. 그리고 이를 타인들에게 알리는 데도 거리낌이 없다. 내 가치와 취향이 모두를 만족시키진 않지만, 나와 같은 니즈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분명한 유입이 된다. 또한 이들은 상품에 있어 아쉬운 점 역시 적극적으로 이야기한다. 여러 의견과 목소리가 모이면, 상품 역시 좋은 쪽으로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 같은 소비 성향을 표출함으로써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이 되기도 한다.
소비가 재화의 필요성으로 그치지 않고 개개인의 만족도와 사적인 영역으로서 접근하게 되면서, 기업들은 더 이상 일방적인 재화, 서비스만을 제공하지 않게 되었다. 나아가 고객의 취향과 니즈를 그대로 반영하는 등 제조 생태계가 변화되기도 했다. ‘팬슈머Fansumer’의 등장이다. 팬슈머는 도서 『트렌드 코리아 2020』에서 트렌드 키워드로 꼽히며 주목받았다. 기존에는 연예인, 정치인, 브랜드 등에 적극적인 팬덤 공세를 펼치는 소비 성향을 지칭하는 단어였지만, 현재는 점차 의미가 확대되면서 상품이나 브랜드의 생산 과정에 참여하는 소비 성향을 지칭하기도 한다. 팬슈머는 상품 구매에 이어 성숙한 팬덤 문화를 지향하며, 기업과 소비자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식품 유통업계, 연예계 등을 중심으로 팬슈머의 영향력이 커지며 각종 시장에서 팬슈머 마케팅이 주목받고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자료(‘일 잘하는 소비자, 팬슈머에 응답하라’, 2021)에 따르면 팬슈머는 사업 전반에 직접 관여하는 가장 적극적인 개념의 소비자로 디지털 기술 진보, 가치소비 확산, 팬덤 문화 진화에 따라 등장했다고 볼 수 있다. 보고서는 추종하는 대상에 따라 팬슈머A(Artist, 연예인)와 팬슈머B(Business, 기업)로 구분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연예인과 기업의 협업을 중재하는 팬슈머C(Collaboration) 유형도 출현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분류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최근 팬슈머 마케팅이 각 유형별로 어떤 형태를 띠는지 살펴보자.
팬슈머 A(Artist), 스타가 곧 브랜드이다
팬슈머A(Artist)는 말 그대로 연예인, 아이돌 연습생, 크리에이터 등 아티스트의 팬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그들은 응원하는 아티스트들의 연예계 데뷔, 인지도 상승 등을 목적으로 하며, 굿즈 구입과 제작, 음원 스트리밍 등을 적극적으로 행한다.
최근에는 트로트 열풍이 불면서 케이팝 시장에 새로운 큰손이 생겨났다. 바로 50대 이상의 장년층들이 문화소비 주체로 자리매김한 것. 이들은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가수들에게 1020세대 같은 적극적 소비 형태를 보인다. 앨범 구매 및 콘서트 예매는 물론, 좋아하는 가수를 응원하기 위해 음원 사이트 스트리밍을 하고, 그들이 모델로 나오는 제품을 주로 구매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한 팬클럽 광고 등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다. 지난 4월 임영웅이 시축에 나선 K리그 경기는 역대 유료 관중 기록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처럼 장년층 팬들은 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퇴직 후 적극적으로 문화활동을 즐기며 소셜 팬덤 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팬슈머 B(Business), 고객이 함께 만드는 트렌드
유통업계를 비롯해 각 시장에서 팬슈머의 영향력은 어느 정도일까. 대표적으로 기업, 브랜드, 제품의 팬들은 니즈 충족과 가치소비 실현을 목적으로 활동하고, 나아가 제품 기획과 홍보 아이디어 등을 제공하기도 하며, 이후 실제 제품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이어진다.
단종되었다가 소비자들의 요구에 의해 재출시되거나 업그레이드된 상품들도 있다. 삼양식품의 경우 지난 5월 제품 ‘불닭볶음탕면’을 재출시한다고 밝혔다. 2016년에 처음 출시된 불닭볶음탕면은 불닭의 맛에 마늘의 풍미를 더한 걸쭉한 국물로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인기를 끌었다. 단종 이후에도 소비자들이 해외에서 수출용 불닭볶음탕면을 직접 구입하는 등 국내 소비자들의 수요가 이어졌고, 삼양식품 공식 홈페이지에 재출시 관련 문의글이 1,000건을 넘어가는 등 요청이 지속되자 삼양식품은 재판매를 결정했다. 그 밖에도 글로벌 시장 고객을 타깃으로 해 인기를 얻은 수출용 제품인 야끼소바 불닭볶음면과, 하바네로 라임 불닭볶음면 역시 국내 소비자들의 지속된 요청으로 국내에 정식 출시된다.
오리온은 ‘돌아온’ 시리즈를 통해 과거 소비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제품을 다시금 선보였다. 오리온은 2019년 본래의 맛과 모양을 그대로 구현한 ‘배배’를 7년 만에 재출시했고, ‘와클’은 2021년, 15년 만에 재출시했다. 오리온 공식 홈페이지, SNS, 고객센터 등으로 와클을 다시 출시해달라는 소비자들의 요청이 2020년에만 150여 건 넘게 쇄도하자 재출시를 결정했다고 전해진다.
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는 6월 초 과거 출시된 ‘립파이’의 후속 제품인 ‘립파이 초코’를 출시했다. 립파이는 2015년에 단종된 이후 소비자 요청에 따라 8년 만에 재출시됐는데, 신제품의 경우 아랫면에 초콜릿을 코팅한 업그레이드 형태이다.
가나초코우유로 유명한 푸르밀 역시 대표적으로 소비자들에 의해 화제가 된 기업이다. 지난해 푸르밀이 매출 감소와 적자 누적을 이유로 2022년 10월 사업 철수를 결정하고 폐업 수순을 밟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SNS상에서는 ‘가나초코우유’ 등 생산 중지가 되기 전에 푸르밀 제품 등을 찾아 나서는 진풍경도 그려졌다. 그리고 지난 11월, 푸르밀은 사업 종료를 전격 철회했다. 푸르밀은 다시금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뜻을 밝히며 회사 로고에 ‘고객이 살린 기업’이라는 문구를 넣고, 지난 5월 ‘다나카’s 캬라메르 요구르트’ 등 신제품을 출시, 판로 회복에 나서기도 했다.
팬슈머 C(Collaboration), 코카콜라가 아닌 뉴진스에 빠지다
달라진 기업과 스타의 컬래버레이션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중요한 것은 스타들을 단순 모델로 기용하거나, 기업의 이미지에 충실하기보다는 팬들의 니즈에 충실한 마케팅을 중심으로 기업 이미지와 인지도를 높이는 방식이 화제가 된 것.
서울시와 서울관광재단의 경우 방탄소년단 데뷔 10주년 기념 페스타(2023 BTS FESTA)를 맞아 방탄소년단 관련 서울 주요 명소 13개가 포함된 ‘서울방탄투어’ 지도를 제작해 선보였다. 서울방탄투어 지도에는 장소별로 연관성 있는 방탄소년단의 노래들과, 지도 내 QR코드를 통해 유튜브 링크를 제공했다. 방탄소년단 관련 서울의 주요 관광명소 정보를 ‘비짓서울’을 통해 제공하고, 6월12일부터 서울의 주요 랜드마크인 세종문화회관, 세빛섬, 남산서울타워,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반포, 양화, 영동, 월드컵대교 등에선 방탄소년단의 대표 컬러인 보랏빛 점등을 감상할 수 있었다.
지난 4월, 코카콜라 제로가 글로벌 앰베서더인 뉴진스와 함께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했다. 코카콜라의 친숙한 멜로디와 가사를 트렌디한 비트와 뉴진스의 음색으로 탄생시킨 신곡 ‘Zero’를 공개한 것. ‘Zero’는 뉴진스와 글로벌 뮤직 플랫폼 ‘코크 스튜디오’와의 프로젝트로,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코카콜라 송 ‘코카콜라 맛있다’라는 가사의 구전 멜로디를 트렌디한 비트와 무드로 재해석한 곡이다. 앨범 커버는 뉴진스의 시그니처인 토끼 캐릭터가 코카콜라를 들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했고, ‘Zero’ 뮤직비디오는 뉴진스의 콘셉트인 자유로움과, 몽환적이면서도 감성적인 분위기로 힙한 느낌을 선사한다.
뮤직비디오 영상에서는 코카콜라 제품 이미지가 영상 말미까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여기서 코카콜라를 연상할 수 있는 건 장면 중간중간 등장하는 빨간색 문과, 후크 가사뿐이다. 재미있는 점은 해당 영상이 광고 CM송인데도 불구하고 유튜브 등에서 ‘뉴진스 제로 뮤직비디오 영상 해석’, 리뷰, 해외 반응 등 2차 창작물로 이어지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기업은 상품(혹은 작품)과 관련해 소비자의 취향에 맞추고, 퀄리티를 높인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팬덤 소비를 창출하고 있다.
뮤직비디오 영상에서는 코카콜라 제품 이미지가 영상 말미까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여기서 코카콜라를 연상할 수 있는 건 장면 중간중간 등장하는 빨간색 문과, 후크 가사뿐이다. 재미있는 점은 해당 영상이 광고 CM송인데도 불구하고 유튜브 등에서 ‘뉴진스 제로 뮤직비디오 영상 해석’, 리뷰, 해외 반응 등 2차 창작물로 이어지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기업은 상품(혹은 작품)과 관련해 소비자의 취향에 맞추고, 퀄리티를 높인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팬덤 소비를 창출하고 있다.
[글 시티라이프부 이승연 기자(lee.seungyeon@mk.co.kr)]
[사진 서울시, 프로축구연맹, 각 브랜드, 매경DB / 참고 및 발췌 자료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일 잘하는 소비자, 팬슈머에 응답하라’(2021)]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86호(23.7.4) 기사입니다]
[사진 서울시, 프로축구연맹, 각 브랜드, 매경DB / 참고 및 발췌 자료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일 잘하는 소비자, 팬슈머에 응답하라’(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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