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3500원→4000원 올랐던 분식집 라면…"가격 안 내려요?" 물어보니
"글쎄? 지금 워낙 물가가 올라서 (조리)라면값을 내릴 수 있을지 모르겠네."
지난 29일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분식집. 물가가 계속 오르자 3500원이던 라면값을 4000원으로 고쳐 적은 종이가 라면 메뉴판 위에 붙어있었다.
분식집 직원은 "(봉지)라면값이 100원 떨어지면 우리 입장에선 좋긴 하다"면서도 "사실 다른 재룟값이 너무 많이 올라서 당장 라면값 자체를 내리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농심, 삼양식품, 오뚜기, 팔도 등 국내 주요 라면 업계가 라면 가격을 인하한다고 밝혔지만 자영업자들은 체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인하 폭이 크지 않고 라면, 밀가루, 과자 등 일부 제품에만 가격 인하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8일 "국제 밀 가격이 떨어졌으니 라면 가격도 내렸으면 좋겠다"며 라면 가격 인하 필요성을 언급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라면 물가 상승률은 12.4%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4분기(14.7%) 이후 15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정부의 요청에 국내 주요 라면 제조사들은 다음 달 1일부터 라면값을 내린다고 발표했다. 농심, 삼양식품 등 라면 제조사들이 라면 가격을 내린 것은 2010년 밀가루 가격 하락으로 라면 가격을 인하한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다.
대형마트 판매가 기준으로 스낵면 5봉지는 3380원에서 3180원(5.9%)으로, 진짬뽕 4봉지는 6480원에서 6180원(4.6%)으로 인하된다. 한 봉지당 각각 40원, 75원 떨어지는 셈이다. 팔도도 일품해물라면, 왕뚜껑봉지면, 남자라면 등 11개 라면 제품의 소비자 가격을 평균 5.1% 내린다.
자영업자들은 라면 가격 인하 조치를 긍정적으로 봤다. 다만 라면값 인하가 실제 메뉴 가격 인하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시내 분식집 4곳을 돌아보니 대체로 4000원에서 4500원 수준으로 라면을 판매했다.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PC방은 라면 한 그릇에 3700원에 판매 중이다. 각종 토핑을 추가하면 라면 가격은 5000원대로 올랐다.
서울 은평구 갈현동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30대 이모씨는 "라면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곳이 아닌 이상 다른 재룟값이 더 드니 (라면 가격 인하로) 체감 물가가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 같다"며 "지금도 단가와 상관없이 3500원에 라면을 판매하고 있어서 가격을 더 내리진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떡볶이가 주메뉴인데 밀가루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중간 상인들이 가격을 낮추지 않을 가능성도 있어서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성산동의 한 분식집에서 점원으로 일하는 50대 김모씨는 "연이어 물가가 상승하면서 모든 재룟값이 올라 김밥 이외의 대부분 메뉴 가격을 한 차례 올렸다"며 "이번 (라면 가격 인하를) 계기로 물가가 전반적으로 떨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고 밝혔다.
서울 양천구 목동의 PC방 직원 역시 "가격이 오르는 추세이긴 한데 아직은 버티는 중"이라며 "라면값이 떨어졌다고 판매 가격을 내릴지는 아직 모르겠다"고 답했다.
연이어 오르는 물가에 힘듦을 토로하던 주부들은 라면값 인하를 시작으로 전반적인 물가가 떨어지는 것을 기대했다. 대구에 거주하는 주부 황은숙씨(66)는 "라면값 인하 폭이 큰 수준은 아니지만 그동안 워낙 물가가 올랐으니 한 품목이라도 떨어진다는 시그널을 주는 것 같아 안심된다"며 "서민 음식으로 대표되는 라면 가격을 내리니 다른 품목들도 가격을 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50대 주부 김모씨는 "라면 제조사들이 가격을 낮추겠다니 다행"이라면서도 "한 달에 라면을 10봉지 정도 먹으면 1만2000원 정도 든다. 여기에 라면값을 100원씩 뺀다고 하면 1만1000원 정도 될 텐데 사실 1000원 인하는 체감적으로 크지는 않다. 다른 물가도 더 떨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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