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현의 감성, 골프美학] 캐디는 분명 1인 사업자다
골프장 경기진행요원(이하 캐디)은 국가가 법적으로 인정하고, 보호받는 1인 사업자이다. 한편으로는 골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이기도 하다. 꼭 법적인 정의를 떠나서라도 이미 캐디는 '사업자'이자, '경영인'이자, '근로자'인 것이다. 그럼에도 이처럼 획일적이고 똑같은 방식의 사업 운영은 국내 그 어떤 업종에서도 볼 수가 없다.
가령 일반 사업자가 식당을 오픈하면 레시피를 연구하고 홍보, 마케팅을 통해 사업을 성공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캐디는 사업 패턴이 너무도 일정하다. 골퍼가 오면 골프백을 받아 카트에 실고 클럽 개수를 파악해 사진으로 증거를 남겨 놓는다. 이후 손님이 오면 회사가 내놓은 스트레칭 매뉴얼대로 운동을 한 뒤 한 명씩 티샷을 하도록 드라이버를 꺼내 준다. 이후 손님의 거리에 맞게 클럽을 선택시켜 주고 그린 위서 마크와 볼을 퍼트 라인에 놓아준다. 홀아웃 후에는 스코어를 기록하고, 상황 봐가면서 트리플 보기 이상은 더블 보기로 적는 센스를 보인다. 이 같은 패턴을 통해 18홀이 끝나면 서비스의 대가로 그린피를 받는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너무도 획일적이다. 사업 시각으로 보면 창의성과 고객의 구매를 사로잡으려는 치열함과 변별력이 없다. 이는 아마도 수천 년간 이어져온 농경 사회의 인식이 남아서일 것이다. "열심히 노력하면 굶어 죽지 않는다"는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 인식이다. 지금은 농경에 머물러 있지 않고 서비스가 주(主)인 그런 시대를 살고 있다. 열심히 노를 저으면 결과가 나올 것이란 성실과 열정을 부르짖던 시대는 지났다. 바다에서 노만 젓다가는 오히려 표류하고 말 것이다. 이제는 나만의 창의적 사업 아이템과 마케팅 그리고 아이디어가 있어야 한다.
얼마 전 김해에 있는 아라미르 골프장을 다녀 온 적이 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지난해에 갔을 때 만났던 캐디 H 씨를 또 만났다. 처음엔 긴가민가했지만 그가 내놓은 다양한 서비스 때문에 기억이 소환된 것이다. 그 때 해독 주스와 썰어 가져온 오이, 당근과 살구 등 없는 게 없었다. 이번에도 플레이하면서 먹을 수 있도록 오미자차를 비롯해 오이, 당근, 주스 등을 내주었다. 얼추 쌓아온 것을 계산해보니 5만원은 넘어 보였다. 함께 플레이 한 지인들은 이런 인심 처음 본다며 행복해 했다. H에게 "아니 매일 이렇게 싸오면 수입이 줄지 않느냐"고 하자 "드리는 것이 내 즐거움이며 집에 있는 거 냉장고서 털어오는 거라"며 "손님들 좋아하고 행복해하니까 내가 더 행복하다"고 말한다.
아라미르 골프장에서 음식 싸와서 나눠주면 싫어하지 않느냐고 묻자 "오히려 골프장서도 좋아한다. 인식 좋아지고 한 번 더 찾아주고 그리고 본인도 준 것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되돌려 받는다"며 즐거워했다.
H 씨는 이미 자기 경영에 대한 확실한 창의와 서비스 그리고 고객 감동의 차별화를 실천하고 있었다. 존 폴 미첼시스템스 회장은 "가장 많이 득을 보는 사람은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베푸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리고 "나누지 않는 성공은 곧 실패와 동의어"라고 했다. 정말 1인 기업 경영인라 생각한다면 당연한 것을 하는 것이 아닌 나만의 경영법이 있어야 한다.
1년 전 초가을 A골프장을 갔다. 캐디분이 "혹시 커피 좋아하냐면서 자기가 지금 바리스타 자격증 공부를 하는데 드립 커피를 내려왔다"면서 시음을 요청했다. 초가을 알싸한 새벽바람 맞으며 먹었던 그 커피의 감동을 잊지 못한다. 골프장 지인에게 물으니 그 분은 항상 오신 손님들에게 커피 서비스를 그렇게 하고 있었다고 한다. 물론 어느 골프장에서는 물과 커피를 서비스 하지 말라는 곳도 있다. 그늘집에서 사먹지 않는다는 아주 1차원적인 논리를 내세워서 말이다. 눈앞의 이익은 볼지 몰라도 장기적인 골프장 충성도와 재방문율은 현저하게 떨어질 것이다.
전 아시아드 김헌수 대표이사는 캐디들에게 "적어도 골퍼가 주는 그린피의 10분의 1은 손님을 위해서 써야한다"고 했다. 받기만 할 것이 아니라 고객을 위해서 기업인도 투자를 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요즘 골퍼들이 가장 식상해 하는 것이 '버디'하면 주는 열쇠고리, 지갑 등이라고 한다. 언제부터인가 버디를 하면 1만원을 줘야하는 룰아닌 룰이 생겼다. 골퍼가 진정으로 감동받고 전하는 1만원이라면 골퍼들도 행복할 것이다.
인간은 풍요로울 때 게을러지고 교만해 진다고 한다. 당연한 것이 아닌 나만의 경영법으로 소득을 올리는 독창적 1인 기업이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내일 맞는 4명의 고객을 위해서 1인 기업가인 나는 무엇으로 감동시킬 것인지로 고민하는 오늘이길 바라본다.
글, 이종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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