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청·실종설 나오는 러군 2인자 수로비킨은 '잔혹한 전범'

이도연 2023. 6. 3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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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체첸·시리아 등 분쟁지 거친 말그대로 '백전노장'
가는곳마다 쑥대밭 만들어 '아마겟돈 장군'·'도살자' 별칭
푸틴 최고훈장 받은 전쟁영웅…반란 연루설 속 숙청대상된듯
세르게이 수로비킨 러시아 항공우주군 총사령관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러시아 용병단 바그너그룹의 반란 사태에서 핵심인물로 점점 부각되는 군부실세 세르게이 수로비킨(56)은 러시아를 대표하는 잔혹한 매파로 주목을 받아왔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을 종합하면 따르면 러시아군 2인자로서 항공우주군 총사령관을 맡은 수로비킨은 지난 24일 바그너 그룹이 모스크바 진격을 멈춘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수로비킨이 숙청 대상에 올라 구금돼 조사를 받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가 바그너그룹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과 친분이 상당해 반란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그 배경에 있었다.

서방언론에서는 수로비킨이 바그너그룹의 '비밀 VIP 멤버'였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한다.

러시아 모스코타임스는 전날 러시아 국방부와 가까운 소식통 2명을 인용해 수로비킨이 반란 사태와 관련해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반란 당일이던 지난 24일 계급장 없이 불편하게 숨을 몰아쉬며 예브게니 프리고진 바그너 그룹 수장에게 진군을 말리던 영상이 마지막이었다.

수로비킨은 1987년 임관해 소련-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했으며 체첸 분리주의자 진압, 시리아 내전 등에 참여했다.

그는 잔인함과 유능함 때문에 인류 최후의 전쟁을 일컫는 '아마겟돈 장군'이라는 별칭이 붙였다.

수로비킨 총사령관(왼쪽)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수로비킨은 지난해 10월 8일 우크라이나전 총사령관을 맡았다.

당시 러시아군은 하르키우 지역에서 고전하다 고립될 위기에 처하자 수로비킨은 군대에 헤르손주 드니프로강 서쪽 강둑에서 철수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미국이 3만명으로 추산한 이 부대는 다리를 폭파한 뒤 질서 정연하게 후퇴했다. 이때 수로비킨은 쉽지 않은 퇴각 작전을 잘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우크라이나 국방부와 서방 외교관들은 수로비킨이 우크라 기반 시설에 대한 공격을 단행했을 뿐 아니라 러시아군 군기를 강화했다고 분석했다.

결과를 얻기 위해서라면 잔인한 전술도 기꺼이 사용하는 그의 이미지가 러시아 민족주의자들의 마음을 끌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쟁이 교착 상태를 보이면서 올해 1월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이 우크라이나전 총사령관이 됐고 수로비킨은 부사령관을 맡아왔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총사령관을 맡은 기간은 비교적 짧은 것으로 평가되지만 수로비킨이 이름을 알린 것은 시리아에서였다.

러시아 동부 군관구 사령관이던 지난 2017년 시리아 파견부대 사령관을 맡아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여러 반군과 싸우는 데 힘을 보탰다.

민간인과 군인을 가리지 않고 반군 지역에 무차별 폭격을 가했고,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을 공모했다는 혐의를 받는 등 전쟁범죄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그 결과 '시리아의 도살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내전으로 황폐화한 시리아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인권 단체 시리아 인권관측소에 따르면 2017년 9월까지 2년간 러시아의 공습으로 시리아 민간인 5천7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러시아는 민간인 공격을 부인했다.

수로비킨이 시리아에서의 임무를 마무리했을 때 내전 상황은 아사드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전환됐다.

이후 수로비킨은 러시아 항공우주군 총사령관이 됐고 최고 훈장인 러시아 연방 영웅 훈장을 받았다.

프리고진과 가까워진 것도 시리아에서였다. 프리고진은 "수로비킨은 러시아 군에서 가장 유능한 지휘관", "조국에 충성하며 봉사하기 위해 태어난 인물" 등으로 그를 극찬한 바 있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수로비킨이 프리고진을 지원했다고 전했지만, 서방 정보기관들은 수로비킨이 어떤 식으로 이번 반란을 도왔는지 확실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수로비킨이 반란 계획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러시아 당국은 이에 대해 추측성 보도라고 일축한 상태다.

푸틴이 여전히 수로비킨을 신뢰하는지를 묻자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최고 사령관이 국방부 장관과 총참모장과 함께 일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수로비킨의 딸은 현지 언론에 아버지가 체포되지 않았으며 평소처럼 일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수로비킨의 부인은 지인에게 남편이 일하러 갔다가 돌아오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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