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에서 촌스러운 '팜케이션'

김선주 기자 2023. 6. 30.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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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도 하고 휴가도 즐기는 워케이션(Work+Vacation) 여행지로 시골 마을만한 곳도 없다. 한적하고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휙휙 업무를 처리하다가, 지치면 언제든 툴툴 털고 천혜의 자연 속에서 잠시 숨을 돌리면 그만이다. 우리나라 정중앙 괴산에서 촌스러운 '팜케이션'을 즐겼다.

트리하우스가든

●사기 굽던 마을에서 빚은 사랑, 사기막 마을

괴산 사기막 마을은 아늑하고 평화로워 워케이션 여행지로 제격이다. 마을 앞으로 작은 개천이 흐르고 뒤로는 이름도 사랑스러운 사랑산이 감싸고 있다. 전형적인 배산임수다. 고려시대 때 사기를 굽는 움막이 있었다고 해서 사기막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데, 지금은 사랑이 퐁퐁 샘솟는 휴양체험 마을로 자리 잡았다. 천혜의 자연 환경에 마을 사람들의 노력이 더해진 결실이다.

마을 앞 개천은 사랑산 기슭으로 파고들며 계곡으로 변하고, 그 계곡을 따라 호젓한 숲 속 산책길이 이어진다. 산책길 끝에는 마을의 자랑 용추폭포가 아담하게 앉아있다. 높이 10m에 불과하지만 맑고 깊은 용소와 잘 어우러져 바라보노라면 절로 시원해진다. 용추폭포에서 발길을 되돌려 10분 정도 사랑산을 오르면 마을의 또 다른 자랑인 소나무 연리목이 서 있다. 뿌리가 다른 두 소나무가 마치 연인처럼 하나로 합쳐져 자라는 모습이 애틋하기 그지없다. 알파벳 에이치(h) 모습의 연리목 형상은 마을의 상징이 됐다.

연리목 있는 데까지 오른 김에 사랑산 정상 등반에 나서도 좋다. 원래 이름은 제당산이었는데 1997년 연리목을 발견한 이후 사랑산으로 개명했다. 해발 674m로 아주 높지는 않지만 전망이 뛰어나고 오르는 길에도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모습의 사랑바위부터 코끼리를 닮은 코끼리바위까지 소소한 볼거리를 만날 수 있다.

마을 사람들은 다채로운 체험거리로 마을의 매력을 키웠다. 사랑산 중턱 전망 좋은 곳에 4채의 한옥과 체험관을 만들어 한옥 숙박은 물론 막걸리 만들기, 도자기 만들기, 춤놀이 등의 체험 기회를 선사한다. 사랑산 주막과 식당에서는 마을 양조장에서 괴산 유기농 원료로 만든 막걸리를 맛볼 수 있다. 화학첨가제를 넣지 않아 맛이 깔끔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잠시 일을 멈추고 동네 한 바퀴 돌다가 한 잔 마시면 딱 좋을 그런 맛이다.

●저수지 따라 은행나무길 산책, 문광저수지

문광 저수지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금세 잔잔해진다. 물 위 낚시좌대는 한가롭고 저수지변 키 큰 은행나무는 싱그럽다. 호젓하기 이를 데 없는 풍경이다. 이 자연 호수 같은 인공 저수지는 농업용수 저장 목적으로 1978년 만들어졌다. 그러다가 1979년 마을의 한 주민이 은행나무 300그루를 기증했고 이 나무들을 저수지 둘레에 심으면서 지금의 저수지 옆 은행나무 산책길이 됐다.

작은 저수지 둘레를 따라 1km 이상 늘어선 은행나무 산책길은 사시사철 독특한 정취를 선사한다. 은행잎이 노랗게 물드는 가을이 특히 인기가 높지만, 푸른 기운이 절정인 여름철에도 아름답고 청량하다.

은행나무 산책길을 걷기 전, 먼저 저수지 입구에서 저수지를 조망하는 게 순서다. 포토존의 액자 프레임 속으로 잔잔한 호수와 길게 쭉 뻗은 은행나무가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며 들어온다. 은행나무 아래 의자에 앉아 가만히 저수지를 바라보면, 밑동이 물에 잠긴 채 물 속에 서 있는 예닐곱 그루의 나무가 운치를 더한다. 이른 아침에는 저수지 위로 피어오르는 물안개도 만날 수 있다. 누구와 함께해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풍경이랄까.

저수지 옆 소금랜드도 들러볼 일이다. 야생화공원에는 계절별로 알록달록 아름다운 빛깔의 야생화가 만발하고, 그 옆으로는 한반도 모양의 수생지가 싱그러움을 자랑한다. 삼각형 목조 지붕이 이색적인 소금창고부터 소금에 관한 정보들로 가득한 소금문화관, 소금의 생성 과정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염전 체험장 등을 즐길 수 있다.

●카페 품은 향긋한 정원, 트리하우스가든

향긋한 정원카페라 불러도 좋고 아름다운 카페정원이라고 해도 상관없다. 어떻게 부르든 괴산 트리하우스가든의 정원과 카페는 하나로 어우러져 힐링과 치유, 산책과 명상의 향기를 선사한다. 왜 괴산의 핫스폿인지는 들어서자마자 단번에 알 수 있다.

입장료는 따로 없다. 카페에서 '1인 1음료' 기준만 지키면 된다. 여러 종류의 커피와 차, 생과일, 에이드, 쿠키는 물론 앙증맞고 귀여운 액세서리들도 판매한다. 앤티크한 목재 인테리어의 카페는 아기자기하다. 여기에서 오붓한 시간을 즐겨도 좋고, 음료를 들고 정원을 산책하면서 여유를 누려도 좋다. 가장 좋은 선택은 둘 다 하는 것이다.

정원은 넓은 동시에 오밀조밀하다. T-Garden, 장미 정원, 느낌표 정원, 물고기 정원, 지혜의 정원, 숲의 정원, 자작나무 길, 숲속 도서관이 산책로로 서로 이어진다. 낯선 식물과 익숙한 나무가 정원을 채우고, 딱 그 자리에 있으면 알맞을 자리에 휴식 의자와 테이블이 있어 힐링과 명상의 시간을 준다. 자작나무 숲길은 누구와도 호젓하게 걷기 좋다. 정원 위쪽으로 갈수록 시야는 저 멀리 농촌 마을로까지 넓어지는데, 그 풍요로운 풍경과 어우러져 정원은 더 아름답다.

누구든 빼놓지 않는 최종 목적지는 트리하우스다. 말 그대로 나무 위에 있는 집으로 이곳의 시그니처다. 트리하우스 오르는 나무계단은 동심으로 향하는 계단과도 같다. 트리하우스 안 테이블에 앉아 차를 마시면, 어린 시절이 아른거리다.

●잔디 밭 단란한 피크닉이 고플 때, 보광산 관광농원

문득 푸른 잔디밭 위 단란한 소풍이 그리워지면 보광산 관광농원으로 가자. 드넓고 짙푸른 잔디밭은 물론 수영장과 운동장, 객실과 텐트, 카페와 레스토랑, 회의실과 야외무대, 산책로와 게임장까지 두루두루 갖췄다. 그래서 가족 모임이나 직장 연수, 학생들 MT 장소로 인기가 높다.

하이라이트는 몸만 훌쩍 가는 당일 캠핑 피크닉이다. 캠핑 콘셉트의 바비큐 식당을 운영하고 있어 별도의 준비 없이 홀가분하게 몸만 가도 캠핑과 바비큐를 즐길 수 있다. 고기와 소시지, 채소와 각종 반찬 등이 담긴 피크닉 가방을 구매해 파릇한 잔디 위 우리만의 텐트에서 숯불구이를 즐길 수 있다. 피크닉 가방은 1~2인용 커플세트부터 3~4인용 기본세트까지 다양하다.

여름이면 수영장 물놀이와 당일 캠핑을 겸한 가족단위 나들이객들로 제법 북적인다. 바비큐 존의 텐트 하나에 10명도 너끈히 들어가니 대가족도 문제없고, 다른 가족 또는 일행과 함께 와도 거뜬하다.

사실 계절은 상관없다. 봄에는 가드닝 클래스를 운영하고 여름에는 수영장을 오픈한다. 가을에는 밤 줍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겨울에는 커다란 모닥불을 피우니 말이다. 어느 계절이든, 사람 잘 따르는 이곳의 고양이 무리는 언제나 귀여움을 차지한다.

글·사진 김선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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