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민이’대신 ‘어린이’라고 불러 주세요!

2023. 6. 30.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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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이 쓰는 ‘잼민이’ 무슨 뜻인가요?” 최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요즘 초등학생들이 주로 사용하는 ‘잼민이’라는 단어의 의미에 대해 묻는 글이었다. 그런가 하면 ‘주린이’나 ‘요린이’, ‘헬린이’와 같은 표현도 TV 프로그램을 비롯한 대중매체를 통해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이러한 표현은 대중매체는 물론 일상생활 속에서도 쉽게 들을 수 있다. 나 역시 ‘잼민이’나 ‘초딩’, ‘O린이’와 같은 표현을 일상적으로 자주 사용하고 있다고 느끼게 되었다. 평소 지인들과 나눈 온라인 단체 대화 기록을 살펴보니 아동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잼민이’나 ‘초딩’을 사용한 경우가 많았으며, 초등학생이나 어린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적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이는 일상생활 속 대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친구와 밤에 공원에서 산책을 하던 도중 무의식적으로 “오늘 공원에 잼민이가 많네”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이처럼 ‘잼민이’나 ‘초딩’, ‘O린이’와 같은 표현은 이미 우리의 일상 속에 깊숙이 침투해 있다.

함께 만드는 어린이 존중용어 사전.(이하 출처=아동권리보장원)

그러나 이는 모두 아동의 인격을 침해하는 표현들이다. 보건복지부 산하 아동권리보장원은 아동권리 침해를 예방하고 어린이 존중 문화를 널리 확산시키고자 101번째 어린이날을 기념해 ‘함께 만드는 어린이 존중용어 사전’(http://dayforchild.ncrc.or.kr:8888/images/event/event.pdf)을 제작했다. 해당 사전은 실제 제출된 사연과 이를 토대로 마련한 용어에 대한 설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아동위원들이 직접 사전의 제작과 감수 과정에 참여했다고 한다.

어린이 존중용어 사전에 따르면 최근 어린이를 지칭하는 표현으로 쓰이고 있는 ‘잼민이’는 게임 채팅, 인터넷 방송 등에서 어설픈 언행이나 행동으로 주변에 불편함을 주는 사람들을 얕잡아 부르는 말로 쓰이고 있다. 초기에는 유쾌한 초등학생을 ‘잼있다’라는 의미를 붙여 ‘잼민이’라고 불렀으나, 최근 들어 의미가 퇴색돼 개념이 없거나 어리숙한 표현과 행동을 하는 사람을 ‘잼민이’라고 표현하며 조롱하는데 사용되고 있다. 

‘O린이’도 개선되어야 할 표현으로 지적되었다. ‘O린이’는 주로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는 사람을 낮춰 부르는데 사용되고 있는데 이런 배경에는 우리 사회가 어린이를 동등한 사회 구성원으로 보기보다는, 모든 영역에서 ‘초보자’이며 미성숙하고 어린 존재로 보는 편견이 반영된 것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함께 만드는 어린이 존중용어 사전’ 제작 과정.

그렇다면 이러한 표현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사전에 따르면 ‘잼민이’라는 표현은 ‘어린이’ 또는 ‘초등학생’ 등의 표현으로 대체할 수 있다. 또는 친근하게 이름을 부르거나 ‘어린 친구’라고 지칭하는 방법도 있다. 더불어 ‘O린이’라는 표현은‘헬스 초보’, ‘요리 초보’, ‘골프 초보’와 같이 ‘OO초보’로 바뀌어 사용할 수 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을 얕잡아 이르는 말인 ‘초딩’ 역시 ‘초등학생’이나 ‘어린이’로 바꾸어 표현할 수 있다. 

‘노키즈존’(No Kids Zone) 역시 아동을 차별하는 문화로서 사라져야 하는 표현으로 지적되었다. ‘노키즈존’은 영유아와 어린이, 그리고 이들을 동반한 고객의 출입을 제한하는 업소를 가리키는 표현이다. 사전 제작에 참여한 한 아동은 노키즈존 식당에서 입장을 거부 당한 경험을 말하며 “어리다는 이유로 우리 가족의 외식을 망쳐 기분이 나빴다. 노키즈존이라는 말도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한 부모는 “음식점, 카페와 같이 가족 및 부모가 함께 어린이를 동반하여 갈 수 있는 장소에 노키즈존이라고 제한하는 것은 어린이들이 부모와 함께 여가생활을 누릴 수 있는 공간조차 차별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전했다.

‘노키즈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힌 홍O준 어린이.

이번에 제작된 어린이 존중용어 사전을 보며 평소 무의식적으로 어린이를 비하하는 용어를 사용해왔던 나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이렇게 어린이를 비하하는 용어가 확산된 데는 대중매체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TV 프로그램 자막 등을 통해 ‘헬린이’나 ‘요린이’, ‘골린이’와 같은 용어가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고 유튜브나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잼민이’라는 표현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어린이를 비하하는 용어에 대한 사회적인 경각심이 더 높아져야 할 필요가 있다.

‘아동은 모든 종류의 차별로부터 보호받으며, 부당한 대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 유엔아동권리협약 제2조에 명시된 내용이다. 어린이 존중용어 사전을 통해 아동들이 상호 간의 존중을 경험하며 성장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이정환 leejh200311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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