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활용력, 미래에는 나의 경쟁력이 된다
(8) 튜링 기계는 전자 꿈을 꾸는가? ⑤
앞선 칼럼에서는 컴퓨터의 탄생과 발전 역사를 시작으로, 인공지능의 의미와 원리 등을 간단히 살펴보았다. 특히 챗지피티의 핵심 원리인 심층신경망의 한계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해 보았다. 이번 시간에는 인공 지능의 발전 방향을 가늠해보며 ‘튜링 기계는 전자 꿈을 꾸는가?’ 시리즈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각자가 가진 관점에 따라 인공지능의 한계는 다른 의미로 다가선다. 적대와 폄하의 대상이라면 공격의 약점으로, 동반과 협력의 대상이라면 보완의 지점을 의미한다. 과학에서 한계는 오히려 발전의 계기가 된다. 고전 역학의 한계가 상대성 이론으로, 설명되지 않던 광전효과가 양자역학으로, 수학의 불완전성이 컴퓨터의 발전으로 이어졌다. 막다른 골목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던 과학자들에게 한계는 곧 기회였던 셈이다.
그런데 인공지능 연구와 연관이 없는 사람들까지 그 한계를 파악할 필요가 있을까? 물론 지식 탐구는 개인의 선택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는 알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 지능의 정의나 특이점 등에 대한 논의와 상관없이, 단순한 계산으로 인간을 흉내내는 것이든, 진짜 지능을 가지고 작동을 하는 것이든 인공지능은 이미 우리 생활에 서서히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런 영향이 자신이 가진, 혹은 가질 직업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미리 가늠해보는 것은 충분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말은 전쟁 무기이자 교통 수단으로 인류와 함께했다. 그리고 말과 관련된 많은 직업들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자동차가 등장하였다. 어떤 사람들은 주유소도 없고 고장도 잘 나던 장난감 수준의 자동차를 보며 무용지물이라 여겼다. 반면 어떤 사람들은 따로 먹이를 주고 돌볼 필요도 없고 쉽게 운전 가능한 자동차를 찬양하였다. 말을 사랑했던 사람들은 자동차를 혐오하고 심지어 증오하기까지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논쟁에 상관없이 자동차가 말을 대신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현재 말과 관련된 직업들은 취미의 영역으로 축소되었다. 하지만 사라진 직업보다 훨씬 더 많은 자동차 관련 직업들이 등장하였다. 자동차 생산에 직접 관련된 것만이 아니라, 주유소나 도로망 같은 인프라, 교통 통제와 운용 시스템, 거기에 금융이나 기타 서비스까지 관련 직업은 엄청나게 확장되었다.
산업혁명 초기 영국에서 직조공은 유망한 직업이었다. 하지만 증기기관으로 동작하는 자동 방직기가 발명되자 그들은 점차 설자리를 잃게 되었다. 직조공들은 방직기를 때려 부수며 과격한 데모를 했지만 산업화의 거대한 물결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한 인공지능 역시 미래 직업의 종류 혹은 구체적 형태를 변화시켜 나갈 것이다.
빠르고 정확하고 지치지 않는 인공지능
인공지능에 의한 본격적인 변화가 시작되는 시기를 정확히 예측하긴 어렵다. 시간의 예측은 방향의 예측에 비해 아주 어렵기 때문이다. 몇 년 뒤가 될 수도 몇 십년 뒤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직업 변화의 속도가 점차 빨라지는 것은 주변에서 쉽게 느낄 수 있다. 유망한 직업이던 은행 창구 직원이 ATM에 밀려 점차 줄어들고 있고, 버스 안내양은 자동화에 의해 이미 사라졌다. 애플이 아이폰을 선보였을 때는 신기한 장난감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16년이 지난 지금은 스마트폰이 없는 생활을 상상하기 힘들다. 과거에는 어떤 발명에 의해 직업의 변화가 일어나는 데 여러 세대가 걸렸다면, 이제는 한 세대 이내로 단축됐다. 따라서 앞으로 인공지능이 보편화된 시대를 살아갈 젊은 세대에겐 인공지능에 대한 열리고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하다.
변화의 예를 들기 전에 인공지능의 장점을 간단히 짚어보자. ‘그 사람은 컴퓨터 같다’라면 속도와 정확성이 떠오른다. 우리 두뇌는 속도가 올라가면 실수하고, 정확하면 속도가 떨어진다. 하지만 컴퓨터는 빠르고 정확하다. 두뇌를 움직이는 신경 신호는 이온(전하를 가진 원자)들의 신경 세포 내-외부 농도 차이에 의해 전달된다. 그리고 그 속도는 대략 2~120m/s 정도다. 이에 비해 인공지능 신호는 빛의 속도로 전달된다. 가장 빠른 신경 신호보다 3백만배 빠른 셈이다. 거기에 디지털로 작동하기에 한 치 오차도 없다.
속도와 정확성만 아니라 인공지능은 지치지도 않는다. 신경 세포에서 신경 신호가 한번 전달되고 나면 내-외부 이온의 농도 차이가 감소된다. 그럼 신경 세포 표면에 있는 단백질 펌프가 작동해 다시 농도 차이를 만들어 내야 한다. 즉 회복 시간이 필요하다.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반시간 정도로 이야기하는 이유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전기만 공급되면 빠르고 정확하게 일년 365일 쉼 없이 작동한다.
직업 세계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이를 바탕으로 특정한 직업에서 일어날 상황을 상상해보자. 현재 마취과는 여러가지 이유로 의대생들에게 최고의 선택으로 꼽히는 과이다. 그런데 마취는 인공지능의 사용이 확대되기에 아주 적합한 분야이기도 하다. 수술 중 환자에 부착된 많은 센서에서 전자 정보가 실시간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이 정보들을 모은 ‘빅데이터’로 학습시키면 수술 중 모니터링하고 위험 상황에 신속히 대처하는 인공지능을 만들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수술에 몇 시간이 걸리더라도 지치지도 않고 꾸준한 정확도로 환자의 상태를 감시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의 인공지능 서버가 수십 수만의 수술을 네트워크를 통해 관리할 수도 있다. 물론 실제 임상에 도입하기 위해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지만 연구는 이미 진행되고 있다.
물론 이런 인공지능이 나온다고 해도 법적, 윤리적 문제로 마취과 의사를 완전하게 대체하긴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개인에게 중요한 것은 잘 이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가 크게 날 것이라는 점이다. 동시에 관리가능한 수술이 서너 건인 사람과 인공지능을 이용해 수십 건의 수술을 관리할 수 있는 사람의 대우는 당연히 다를 것이다.
더 간단한 예로 수학 시험에 계산기가 허용되었다고 하자. 계산기를 안 가지고 온 학생, 사칙 연산만 할 수 있는 학생, 현란한 기능을 가진 공학 계산기를 사용하는 학생, 누가 유리할까? 인공지능도 계산기와 마찬가지다. 앞으로 (약)인공지능은 다양한 직업 영역에 유용한 도구로 파급될 것이다. 특히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하거나 검색해야 하는 분야에서는 인공지능을 잘 활용하는 사람이 앞서 나가게 될 것이다.
‘튜링 기계는 전자 꿈을 꾸는가’를 마치며
이 칼럼 제목은 필립 K 딕의 유명한 SF 소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의 오마주다. 꿈은 중의적으로 밤에 꾸는 꿈, 혹은 미래의 희망을 말한다. 둘 다 인공지능이 흉내낼 수 없는 (혹은 낼 필요가 없는) 인간 두뇌의 특징이다.
자면서 꿈을 꾸지 않는 사람은 없다. 깨어났을 때 기억을 하지 못할 뿐이다. 꿈을 꾸는 동안 뇌의 변연계라는 곳에서는 시냅스가 새로 생성되거나 끊어지면서 낮의 기억들이 두뇌의 장기 회로로 전환된다. 이 활동이 꿈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또한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도 없다. 이는 꿈을 꾸면서 형성되는 시냅스 구조가 개인마다 다르다는 의미다.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일란성 쌍둥이가 같은 집에서 동일한 경험을 하면서 자라도 서로 다른 생각(자아)을 가지게 된다. 꿈을 꾸는 동안 만들어질 수 있는 시냅스 구조는 우주의 원자를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기 때문이다. 전 우주의 역사를 통털어 당신과 동일한 시냅스 구조를 가진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당신의 자아는 그만큼 고유하며, 당신의 생각은 그만큼 특별하다.
주철현/울산의대 미생물학 교수·의학교육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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