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신생아 냉동고에 방치한 엄마... 우편함엔 연체 고지서만 가득했다

조소진 2023. 6. 3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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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왜 만 하루 신생아 목을 졸랐을까
살인 혐의 받는 수원 영아 살해 친모 A씨 
2018,2019년 넷째·다섯째 출산 후 살해 
범행 동기로 "경제적으로 어려웠다" 진술 
우편함엔 건보 징수금 독촉 편지 가득
편집자주
세상에 태어났지만 주민등록에도 오르지 못한 '유령아기'들이 최소 수천명에 이른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 중 일부는 세상의 빛도 보지 못하고 부모에게 죽임을 당한 경우도 있습니다. 이 부모들은 왜 그런 선택을 해야 했을까요? 한국일보는 아이를 포기했거나 포기하려 했던 부모들을 취재해, 그들이 임신·출산의 순간에 마주했던 절박한 상황을 확인해 봤습니다.
경기 수원시에서 신생아 2명을 살해한 후 냉동실에 방치한 혐의로 구속된 A씨의 자녀들이 자주 탔던 킥보드가 계단에 놓여있다. 조소진 기자

“반찬 만들고, 애들 간식 만들어주려고 매일 냉동실을 열었을 텐데. 도대체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이고, 차라리 힘들다고, 도와달라고 말이라도 하지.”

27일 경기 수원시 한 아파트의 놀이터. 모인 주민들은 저마다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들이 바라보는 쪽엔 신생아 2명을 살해한 후 냉동실에 방치한 혐의로 구속된 친모 A(35)씨의 집이 있었다. A씨가 범행 일체를 자백하고 살인 혐의로 수사를 받으면서 사건의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지만, A씨를 평소에 알던 동네 주민들은 "설마 그랬을까" "도대체 왜 그랬을까"하는 의문을 풀지 못하고 있었다.

이웃 주민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12살 딸, 10살 아들, 8살 딸을 키웠던 A씨는 지난해 말 이곳으로 이사왔다. 주민들과 교류가 많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A씨의 모습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를 "말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아이들을 챙겼던 엄마"로 기억했다. 이 아파트에서 12년을 살았다고 밝힌 이모(60)씨는 "그 엄마가 학교 방문의 날에 학교도 가고, 학부모회 활동을 하며 다른 학부모들과 커피를 마시기도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같은 학년) 학부모들이 소식을 듣고 자지러지게 놀란 상태”라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등을 보면, A씨는 2018년 11월에 딸(넷째)을 낳고 2019년 11월 아들(다섯째)을 낳았다. 그는 두 아이 모두 산부인과 퇴원 수 시간이 지난 뒤 목을 졸라 살해했고, 지금까지 자택 냉장고 냉동실에 시신을 보관해 온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왜 배 아파 낳은 신생아의 목을 졸라야만 했을까. 그는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넷째를 낳기 전 한 차례 임신중지(낙태)를 했는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았고, 셋째 딸 어린이집 비용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 형편이었다는 것이다. A씨는 언론에 보낸 편지에 “좋은 부모 밑에서 태어나 사랑받고 살아갔으면 좋았을텐데, 생활고와 산후우울증에 방황하던 제게 찾아와 짧은 생을 살다 간 두 아이에게 너무 미안하다”고 적었다.

본보가 27, 28일 두 차례 찾은 A씨의 집에는 그가 처했던 '위기 상황'을 보여주는 흔적들이 남아있었다. 아파트 주차명부에 차량이 등록되지 않은 것으로 볼 때 자가용이 없는 것으로 추정됐다. 우편함엔 건강보험 기타징수금 납부 독촉 편지가 어지럽게 쌓여있었다.

실제 건강보험 체납 기록을 살펴봤더니, A씨와 남편 B(41)씨는 2019년 4월부터 건강보험료를 장기간 내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남편 B씨는 50만150원, A씨는 27만8,650원의 기타징수금을 납부하지 못했다. 기타징수금은 건강보험료를 6회 이상 체납한 상태에서 건강보험으로 병원 진료를 받을 경우, 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한 진료비를 환수하는 것을 말한다. A씨는 콜센터 하청업체에서 일한 경력이 있고, B씨는 공공기관 콜센터에서 무기 계약직으로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수원시에서 신생아 2명을 살해한 후 냉동실에 방치한 혐의로 구속된 A씨가 살았던 아파트 모습. 27일 경기남부경찰청에서 보낸 등기 우편이 전달되지 않았다는 메모가 붙어있다. 조소진 기자

A씨 가족이 '복지 사각지대'에 처했을 개연성도 보였다. A씨는 2020년 수원시에 차상위계층 지원을 신청해 3년간 지원을 받았다. 소득이 중위소득 50% 이하에 해당돼 전기료 감면 등 혜택을 받은 것이다. 다만 이들은 기초생활수급자는 아니어서 필요한 지원들을 직접 신청했어야 했는데, 다른 복지 혜택은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A씨의 자녀들은 지역 아동센터 우선돌봄 아동 기준(차상위 계층·다자녀가구)에 해당하지만, 지역 아동센터에 등록조차 되지 않은 상태였다. 수원시 관계자는 “차상위계층은 본인이 신청하지 않으면 지방자치단체에서 별도로 지원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놀이터에서 A씨 얘기를 하던 한 주민은 깊은 한숨을 쉬다 이내 한 마디를 남겼다. “그래도 엄마인데. 잘 키워보려고 아등바등하지 않았을까요. 돈이 얼마나 궁했으면, 막막했으면 그랬을까. 누군가가 조금이라도 도와줬다면 이 놀이터에 5명이 같이 놀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주민들 시선은 한참이나 텅 빈 놀이터에 머물러 있었다.

경기남부경찰청 여성청소년과는 영아살해 및 시신 은닉 혐의로 구속한 A씨의 혐의를 살인 및 시신 은닉죄로 변경해 30일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남편 B씨도 영아 살해 정황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B씨를 살인 방조 및 시신 은닉 방조 혐의로 입건해 수사했지만 최종적으로는 불송치 결정했다.

A씨네 세 아이들이 자주 뛰놀았던 놀이터 모습. 조소진 기자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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