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콥스키 콩쿠르 기악부문 한국인 최초 우승···김계희·이영은·손지훈 1위

임지선 기자 2023. 6. 30.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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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콥스키 한국인 연주자 8명 수상
바이올리니스트 김계희, 이화경향음악콩쿠르 입상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지난해 국제적 지위 박탈
국제적 지명도와 영향력은 ‘여전’
정명훈·손열음·조성진 등 역대 입상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김계희(바이올린·맨왼쪽부터), 이영은(첼로), 손지훈(성악)이 한국인 최초로 기악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 홈페이지·연합뉴스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한국인 참가자들이 바이올린, 첼로, 성악 부문에서 우승했다. 결선에 진출한 한국인 연주자 8명이 모두 입상을 하고, 기악 부문에서 첫 우승자를 배출하며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다.

30일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홈페이지를 보면, 바이올린 부문에 김계희, 첼로 부문에 이영은, 남자 성악 부문에 테너 손지훈이 각각 1등을 했다. 한국인이 차이콥스키 콩쿠르 기악 부문에서 우승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부문은 6위까지, 성악 부문은 남녀 각각 4위까지, 목관 및 금관 부문은 8위까지 발표됐다. 한국인 참가자는 8명이 결선에 진출해 모두 입상했다.

바이올린 부문 우승을 한 김계희(29)는 예원학교 졸업 후 서울예고 재학 중 미국으로 가 커티스 음악원을 수료했다. 이후 서울대 음대를 수석 입학 및 전학기 수석 졸업하고, 뮌헨 국립음대에 진학해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2004년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한 김계희는 2008년 열린 제57회 이화경향음악콩쿠르 중학부에서 2등을 차지하며 일찍이 두각을 드러냈다. 제오르제 에네스쿠 국제 콩쿠르, 안드레아 포스타치니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무네츠구 엔젤 바이올린 콩쿠르 등에서 우승을 석권했다.

첼로 부문 우승자 이영은은 11세에 대구예술영재교육원에서 음악전공을 시작해 선화예술고를 거쳐 서울대 음대를 수석 졸업했다. 현재 중국 텐진 줄리아드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다.

남자 성악 부문에서 우승을 한 손지훈(33)은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하고 독일 바이에른 극장 아카데미 아우구스트 에버딩에서 공부했다.

이외에도 성악부문에서 베이스 정인호가 공동 2위를 차지했고, 첼로 부문에서는 박상혁이 3위, 목관 부문에서는 플루티스트 김예성이 공동 3위에 올랐다. 피아노 부문 결선에 진출했던 예수아는 공동 4위, 첼로 부문에서는 이동열이 5위를 기록했다.

‘64년 전통’ 차이콥스키 콩쿠르,
러시아 전쟁으로 WFIMC에선 자격 박탈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는 64년된 권위있는 대회다. 폴란드의 쇼팽 콩쿠르, 벨기에의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와 함께 ‘세계 3대 콩쿠르’로 꼽힌다. 1958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창설된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는 만 16세에서 만 32세의 전 세계 젊은 음악가들을 대상으로 한다. 4년마다 개최된다.

정명훈이 1974년 미국 국적으로 이 대회에서 피아노 부문 공동 2위에 오르자 당시 김포공항에서 서울시청까지 카퍼레이드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미국과 소련 양 진영의 냉전 체제 대결이 극심했던 때였다. 유신정권은 정명훈의 2위 수상을 ‘자유주의 진영’의 승리로 엄청나게 홍보를 하기도 했다.

역대 한국인 입상자로는 정명훈 이외에 백혜선(1994년 공동 3위), 손열음(2011년 2위), 조성진(2011년 3위), 바이올린 부문에는 이지혜(2011년 3위), 김동현(2019년 3위), 성악 부문에는 테너 최현수(1990년 1위), 바리톤 김동섭(2002년 3위), 소프라노 서선영(2011년 여자 성악 1위), 베이스 박종민(2011년 남자 성악 1위), 바리톤 유한승(2015년 3위), 바리톤 김기훈(2019년 2위) 등이 있다.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는 그러나 현재는 국제적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는 상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지난해 유네스코 산하 국제음악경연대회 세계연맹(WFIMC)이 회원 자격이 박탈됐다. 지난해 총회에서 압도적 다수 의견으로 WFIMC에서 제명됐다. 당시 차이콥스키 콩쿠르측은 정치적 이유로 제명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국 병무청도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할 수 있는 국제예술경연대회에서 제외해 우승하더라도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대회 홈페이지에는 푸틴 대통령의 대회 개최 축하와 참가자들을 격려하는 메시지가 게재돼 있어 클래식 업계 일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불거졌다.

이번 차이콥스키 콩쿠르의 결선 진출자 총 50명 가운데 러시아 출신이 28명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중국과 한국이 각각 8명씩 진출해 다음으로 많았다. 서방 국가 참가자로는 미국 1명(피아노), 영국 1명(피아노), 이탈리아 1명(목관), 프랑스 1명(금관)이 결선에 올랐다. 이 밖에 벨라루스 1명(성악), 카자흐스탄 1명(금관)이 경쟁했다.

이번 수상자들은 30일~31일(현지시각)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수상자 갈라 콘서트에 서게 된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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