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우대하는 대입은 위헌”...대통령 험한 말까지 나오게 한 美대법 판결은

강계만 특파원(kkm@mk.co.kr) 2023. 6. 30.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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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성향 대법관 주도 연방대법원,
여성 낙태권 폐기이어 또 ‘우클릭’
“학생 인종아닌 경험따라 대우”
JFK 행정명령 ‘Affirmative Action’
62년만에 위헌, 흑인·히스패닉 타격
韓 등 아시아계 역차별 해소 기대도
미국 워싱턴DC 연방대법원 앞 시위대 <연합뉴스·AP>
미국 연방대법원이 29일(현지시간) 대학입시에서 소수 인종을 우대하는 정책인 이른바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에 위헌 결정을 내렸다.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961년 인종·종교·국적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통해 흑인 등 사회적 소수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줬던 정책이 62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보수성향 대법관이 다수를 차지하는 대법원은 지난해 여성 낙태권 보호 판례를 반 세기만에 폐기한 데 이어 인종 다양성을 고려하는 어퍼머티브 액션 정책까지 제한하면서 미국 사회에 파장을 일으키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정상적인 법원이 아니다”며 강력 반발했다.

대법원은 이날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Students for Fair Admissions·이하 SFA)이 소수인종 우대 입학 우대제도에 따른 차별을 호소하면서 노스캐롤라이나대와 하버드대를 상대로 각각 제기한 헌법소원에 대해 각각 6대 3 및 6 대 2로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SFA는 지난 2014년 ‘대학 신입생을 선발할 때 소수인종 우대 정책으로 인해 백인과 아시아계 지원자를 차별했다’면서 공립대인 노스캐롤라이나대와 사립대인 하버드대를 상대로 각각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1심과 2심에서는 패소했지만 보수 우위의 연방 대법원은 결국 SFA의 손을 들어줬다.

미국 연방대법원 대법관 9명 모습. 첫째 줄 맨 왼쪽부터 히스패닉계 소니아 소토마요르, 흑인 남성인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원장 존 로버츠, 새무얼 알리토, 엘레나 케이건. 뒷줄 왼쪽부터 에이미 코니 배럿, 닐 고서치, 브렛 캐버노, 흑인 여성 커탄지 브라운 잭슨 <연합뉴스·AP>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다수 의견에서 “학생들은 인종이 아니라 개개인의 경험에 따라 대우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많은 대학들은 너무 오랫동안 개인의 정체성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기술이나 학습 등이 아니라 피부색이라는 잘못된 결론을 내려왔다”면서 “우리 헌정사는 그런 선택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로버츠 대법원장은 대학들이 학생들의 에세이를 통해 여전히 인종차별 영향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보수 성향의 흑인 남성인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은 보충 의견에서 “개인은 각자의 고유한 경험, 도전, 성취의 총합”이라면서 “중요한 것은 그들이 직면하는 도전이 아니라 어떻게 이에 맞설지에 대한 그들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했고 소수 인종 우대정책의 수혜자이지만 정책을 폐기하는 다수 의견 쪽에 섰다.

소수의견을 낸 진보성향 대법관들은 최초의 흑인 여성 대법관인 커탄지 브라운 잭슨, 첫 히스패닉계 여성 대법관인 소니아 소토마요르, 엘레나 케이건 등 3명이다. 다만 하버드대를 졸업한 잭슨 대법관은 하버드대 이사근무 경력때문에 하버드대 관련 헌법소원 결정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잭슨 대법관은 이번 결정에 대해 “우리 모두에게 진정한 비극”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같은 흑인인 토머스 대법관을 비판하면서 “인종을 생각하지 말라고 하는 사람들은 인종과 연결된 차별을 해결하기는커녕 보는 것도 거부한다”고 지적했다.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소수 의견에서 “수십 년 선례와 중대한 진전에 대한 후퇴”라고 비판했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이 지난 1961년 행정명령으로 실시했던 소수 인종 우대정책은 62년 만에 폐기된다. 그동안 성적이 우수한 백인과 아시아계 학생들이 대학 입시에서 역차별을 받는다는 논란이 계속 제기됐다. 이에 따라 1978년 캘리포니아주립대를 상대로, 2003년에는 미시간주립대를 대상으로, 2016년에는 텍사스주립대를 상대로 총 3차례 대법원 판결이 있었고 모두 이러한 역차별 논란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이번에 뒤집혔다.

이날 대법원 결정으로 흑인과 히스패닉계 학생들은 대학 진학시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ABC방송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가 이 정책을 금지한 뒤 일부 학교의 경우 흑인과 히스패닉계 학생의 입학 50% 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등 아시아계 학생들은 대학 입시에서 역차별 해소에 대한 기대도 나오고 있다.

미국 대학들의 입시 방식 변경도 불가피해졌다. 대학들이 대법원 결정을 준수하면서도 교육 다양성 확보를 위해 시험 성적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거나 다른 유형의 입시 제도를 도입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법 결정에 유권자 표심 흔들어...내년 대선 판도에도 영향
바이든 “대법원이 기본권 침해”, 트럼프 “美에 대단히 좋은 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대법원의 소수인종 대입 우대정책 위헌 결정이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AP>
대법원의 결정은 인종 차별문제를 부각시키면서 내년 11월 차기 대선 판도도 뒤흔들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별도 기자회견을 열어 법원 결정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수십 년의 판례와 중대한 진보를 되돌리는 것”이라는 대법원 소수의견에 공감했다. 그는 “대법원 결정이 마지막 말로 남게 할 수는 없다”며 “대법원이 결정할 수는 있지만 미국이 상징하는 것을 바꿀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판결에 따라 기존 입학 제도를 재검토하는 대학들에 판결에 위배되지 않으면서도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것을 당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에 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며 “오늘 결정은 이 단순한 사실을 바꾸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불량 법원(rogue court)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이것은 정상적인 법원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MSNBC 방송에 출연해서도 “그들은 역대 어느 대법원보다 기본권을 침해하는 결정을 내리고 있다”며 “이념 성향을 떠나 대다수 미국인이 법원의 많은 결정에 동의하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대학이 동문 자녀를 우대하는 ‘레거시’(legacy) 제도를 언급하고 “기회가 아닌 특권을 확대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대법원의 정원을 확대하는 개혁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공화당 유력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대법원 결정에 대해 “미국에게 대단히 좋은 날”이라고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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