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아이돌’에서 제니가 부수려 했던 벽은 무엇이었을까 [윤지혜의 대중탐구영역]

윤지혜 칼럼 2023. 6. 30. 09:4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오를 만큼 오른 가수의 끝은 으레 배우와 맞닿기 마련일까. 가수로서, 스타로서 세계 최정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블랙핑크’의 ‘제니’가 연기의 세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작품 또한 배우로서 새로운 도전을 시도한 그녀의 입장에 나름 걸맞았다. 캐나다 출신의 유명 팝 아티스트 ‘위켄드(The Weeknd·아벨 테스파예, 이하 ‘위켄드’)’가 제작하고 참여한 미국 HBO 드라마 ‘디 아이돌(The Idol)’로, 그녀에게 주어진 배역은 백업 댄서 ‘다이앤’이다.

내용도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인기 팝 아이돌 스타의 이야기와 그들이 속한 연예계에 관한 것이다. 제니와 아주 근접한 세계로, 연기를 처음 접하는 그녀로서 좀 더 편하게 접근할 수 있었으리라. 해당 소식이 알려지자, 팬은 물론이고 전 세계 사람들의 기대감이 상승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제니뿐 아니라 ‘위켄드’와 조니 뎁의 딸로 알려진 배우 겸 모델 ‘릴리 로즈 뎁’,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호주 싱어송라이터 ‘트로이 시반’ 등, 출연진의 조합이 워낙 화려했고 연출 또한 ‘유포리아’ 시리즈로 이름을 알린 감독 ‘샘 레빈슨’이 맡았으니 이때만 해도, 그러니까 뚜껑을 열어보기 전만 하더라도 제니 혹은 그녀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가 영민한 선택을 한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렇게 기세등등하게, ‘디 아이돌’은 제76회 칸 국제영화제에 등장하여 시사회를 열었고, 상영을 마친 후 쏟아진 평은 놀랍게도 앞선 기대와는 정반대의 것이었다. 그야말로 호평이 아닌 ‘혹평’ 일색.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두 숫자가 26, 27이다. ‘26’은 평점 사이트 메타크리틱이 매긴 점수이며 ‘27’은 북미 영화 정보 사이트 로튼 토마토가 준 신선도 지수로, 물론 둘 다 만점은 ‘100’이다.

숫자 속 평론가들의 평은 더욱 처참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디 아이돌’은 여성 혐오적 묘사로 가득한 남성의 성적 판타지에 불과하다며 입을 모았는데 이 충격적인 반응은 해당 작품이 대중에게 공개되며 다시 한번 확인된다. 첫 회부터 여러 문제적 장면이 등장하며 선정성 논란이 제기되었고 그것이 어떤 의미나 가치가 있을까 고려해 볼 만한 이야기 자체의 만듦새도 그리 좋지 않았다.


시청률은 매회 하락했고 결국, ‘디 아이돌’은 애초 계획했던 6회 구성이 아닌, 5회에서 마무리 짓는 조기종영으로 방향을 튼다. 물론 제작진 측에선 이르게 끝내는 이유에 대해 감독이 바뀌며 에피소드가 덜어진 것뿐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한 매체에 따르면 실제로 ‘디 아이돌’은 여성 감독인 에이미 세이메츠가 연출을 맡아 80% 이상 완성된 상태였으나, 위켄드가 ‘너무 여성적인 시선’이라는 의견을 내면서 현 감독인 샘 레빈슨으로 교체되었다고 한다. 혹시 ‘너무 여성적인 시선’을 피하려다 ‘너무 남성주의적 판타지’에 봉착한 건 아닐지.

무튼 제니도 곤란한 상황에 놓였다. 그녀가 출연한 대목 또한 비판의 시선을 피해 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많이 등장하지도 않았는데 그 몇 안 되는 장면이 모두 선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일각에서 작품의 홍보를 위해 제니의 이미지만 질 나쁘게 활용된 게 아니냐는 의견까지 내놓았다. 즉, 여성 아이돌로서 최고의 위치에 선 제니의 야심 찬 첫 도전이,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기보다 여성 아이돌의 이미지를 왜곡시키는 데 일조했다는 모욕을 당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고개를 드는 질문은, 제니는 도대체 왜, 배우로서의 첫 단추로 ‘디 아이돌’을 선택했냐는 거다. 그녀가 칸 국제영화제에서 직접 밝힌 출연 계기는 이러했다. 샘 레빈슨의 작품을 오랫동안 좋아하기도 했고 음악 산업에 관한 이야기라는 사실에 매료되었다며 그저 나 자신이 되고 용감해질 기회라 생각했다고. 덧붙여 이전에 해본 적 없던 경험이라 확실히 어려워서 마치 벽을 부수는 것 같았다고도 전했다.

제니가 그저 나 자신이 되어 부수려 했던 벽은 무엇이었을까. 확실한 건 그녀가 부수려 했던 벽과 ‘디 아이돌’에 의해 제니가 부순 벽은 서로 다른 게 되고 말았으며, 그녀의 용감해질 기회는 그저 무모한 시도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제 마지막 회만 남겨두고 있는 ’디 아이돌‘, 부디 마무리만큼은 잘 지어서 배우의 영역으로 확장하려는 제니의 앞날에 잘못 끼운 첫 단추가 되지 않길 간절히 바랄 따름이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HBO ‘디 아이돌‘ 공식SNS]

디아이돌 | 제니



[ Copyright ⓒ * 세계속에 新한류를 * 연예전문 온라인미디어 티브이데일리 (www.tvdaily.co.kr)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Copyright © 티브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