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명품' 구찌, 어쩌다 '매출 둔화' 덫에 걸렸나

2023. 6. 30.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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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분기 매출, 전년 동기 대비 '단 1%' 성장
2019년 최고 매출 찍은 뒤 이듬해 하락…성장세 둔화
알렉산드로 미켈레 퇴임·명품 트렌드 변화 맞물리면서 영향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의 매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한때는 '에·루·샤(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에 이어 4대 명품이라는 수식어까지 얻었지만 최근 들어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구찌의 모회사인 케링그룹에 따르면 구찌의 올해 1분기 매출은 26억1600만유로(약 3조7500억원)다. 전년 동기(25억9100만유로, 약 3조7000억원) 대비 1% 증가했다. 

구찌의 1분기 매출 성장률은 2020년 이후 지속 감소세다. 2021년 1분기에 20.2% 성장했으나 이듬해 1분기 19.5%로 줄었고, 올해 1분기에는 1% 성장에 그쳤다.

구찌의 상황은 다른 주요 명품들과 비교하면 더 두드러진다. 에르메스는 올해 1분기 33억8000만유로(약 4조8500억원)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했다. 북미, 유럽, 아시아 등 전 지역에서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 

루이비통의 모회사 루이비통모헤헤네시(LVMH)는 1분기 패션·가죽 부문에서 107억2800만유로(약 15조38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한 수치다. 브랜드별 별도 매출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LVMH는 "루이비통은 탁월한 창의성과 제품 품질에 힘입어 한해를 훌륭하게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샤넬은 비상장사인 탓에 분기 매출은 공개하지 않는다.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는 전년 대비 10.1% 늘어난 172억2240만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구찌는 지난해부터 성장이 둔화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분기 25억9100만유로를 기록한 이후 2분기 25억8200만유로를 기록해 전분기 대비 소폭 감소했고, 3분기에는 25억8100만유로까지 감소했다. 4분기 27억3300만유로를 기록했지만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11% 감소한 수치다.

연간 기준으로도 따져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04억8700만유로(약 15조원)를 기록하며 100억유로를 돌파했지만 전년 대비 성장률은 8%에 그쳤다. 전년 대비 30.8% 성장한 2021년(97억3100만유로)과 비교하면 크게 둔화한 수치다. 구찌는 2019년 당시 사상 최대 매출인 96억2800만유로(13조8000억원)를 기록했지만 이듬해 74억4100만유로(약 10조6600억원)로 줄어들며 22.7% 감소하기도 했다.

국내 매출은 확인이 어려우나 글로벌 상황과 비슷할 것으로 관측된다. 2020년 10월까지 '유한회사'였던 구찌코리아가 그해 11월 회사 구조를 유한책임회사로 변경, 공시 의무를 피하면서 한국 실적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유한책임회사는 설립과 운영에 대한 자율성이 인정돼 감사보고서 공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구찌의 성장 둔화는 케링그룹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구찌의 매출 비중이 케링 그룹의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케링그룹은 올해 1분기 50억7700만유로(약 7조27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구찌 매출은 전체의 51.53%의 비중을 차지한다.

업계에서는 성장세 둔화의 원인으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 교체 △업계 트렌드의 변화 등을 꼽고 있다.

우선, 가장 크게 작용한 것은 7년간 구찌의 디자인을 담당해온 알레산드로 미켈레 디자이너의 퇴임으로 보인다. 미켈레는 '과도한 로고플레이(로고가 전면에 드러나는 디자인)' 전략으로 구찌의 부흥기를 이끈 인물로,  2015년 1월 구찌 CD로 선임돼 지난해까지 구찌 디자인을 책임졌다. 

미켈레가 퇴임한 시점은 지난해 11월이다. 당시 미켈레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각자의 관점이 달라서 갈라설 때가 됐다"라고 알리기도 했다. 외신에서는 앞으로 내놓을 컬렉션에 대해 회사와 디자이너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구찌는 올해 1월 새로운 CD로 '사바토 드 사르노'를 영입했다.

또 하나는 로고리스(제품명이 드러나지 않는 디자인) 제품의 선호도가 높아진 영향으로 관측된다. 구찌는 대표적인 로고플레이 브랜드다. 2019년에는 'GG 로고'가 들어간 제품이 전체 매출을 견인하기도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스텔스 럭셔리(조용한 명품)'가 확산되면서 명품 시장의 트렌드는 로고리스로 변화하고 있다. 실제 미국의 시사 주간지 타임은 지난 4월  '스텔스 럭셔리가 주목받는 이유' 제하의 기사를 통해 "비싼 가격에 로고가 없는 패션은 높은 인플레이션과 불안정한 경제에 직면한 상황에서 관심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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