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이긴다’ 한국 U-17 축구 대표, 한일전 4연패 끊으러 나선다
백인우(용인시축구센터 U-18)가 페널티 에어리어 바로 앞에서 얻은 프리킥을 낮게 때리자 상대 선수들 벽과 섞여 있던 한국 동료들이 주저앉으면서 고개를 숙였다. 이들 등에 시야가 가려져 있던 우즈베키스탄 골키퍼는 속수무책으로 골대 오른쪽으로 빨려 들어가는 공을 바라봐야만 했다. 약속된 전술로부터 나온 완벽한 골이었다.
남자 17세 이하(U-17) 축구 대표팀이 29일 태국 빠툼타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준결승전에서 전반 31분 나온 이 선제골을 끝까지 지키면서 1대0으로 승리했다. 우즈베키스탄은 예선에서 일본과 1대1로 비긴 만만치 않은 팀. 그러나 U-17 대표 선수들은 개인기와 침착한 볼 컨트롤로 전후반 내내 안정된 경기 운영을 가져 갔다. 후반 17분 상대 진영에서 임현섭(매탄고)의 절묘한 노룩 침투 패스를 받은 윤도영(충남기계공고)이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을 맞았지만 선방에 막혔다.
‘황금 세대’로 통하는 이번 U-17 대표팀 진가는 곳곳에서 발휘됐다. 자신감이 넘친 탓인지 패스해야할 상황에서 개인기를 부리는 장면이 몇 차례 나왔지만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한 패스와 볼 처리는 이전 한국 축구에서 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다. 변성환(44) 대표팀 감독은 “숨 가쁜 일정 탓에 대부분 선수들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었는데, 어려움 속에서도 모두 자기 역할을 해줬다. 덕분에 큰 승리를 거뒀다”고 했다.
결승전 상대는 일본이다. 일본은 준결승에서 이란을 3대0으로 완파하고 결승에 올랐다. 이란은 예선에서 한국을 2대0으로 이긴 팀. 당시 한국이 이미 예선 통과를 확정지어 체력 안배를 위해 주축 선수를 쉬게 하긴 했지만 그 이란에 완승을 거둔 일본이라 방심할 수 없는 상태다.
일본은 이 대회 최다 우승 기록(1994·2006·2018년)을 갖고 있다. 한국과 일본이 U-17 아시안컵 결승에서 만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회에서 두 차례 우승(1986·2002년)을 경험한 한국은 우승하면 일본과 최다 우승 기록 동률을 이룬다.
한국으로서는 설욕의 기회다. 한국 남자 축구는 연령별, A대표팀을 통틀어 2021년부터 한일전 4연패를 당했다. 4번 모두 0대3 완패였다. 2021년 3월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A매치 경기에서 0대3,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U-23) 대표팀도 지난해 6월 2022 AFC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0대3으로 졌다. 같은 달 U-16 대표팀도 0대3, 지난해 7월 열린 동아시안컵 최종전에서 A대표팀이 또 0대3으로 고개를 숙였다.
이번 한일전은 화력 대결로 요약된다. 대표팀은 조별 리그 이란전을 제외하면 4경기 15골을 몰아치는 화끈한 공격력을 뽐내고 있다. 일본 역시 5경기 19골을 넣고 있다. 한국 공격수 김명준(포항제철고)과 미드필더 윤도영, 일본 미드필더 모치즈키 고헤이(요코하마 마리너스 U-18)가 각각 4골로 대회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다.
변성환 감독은 경기 후 “결승에서 일본과 만나는 스토리를 상상했다. 그게 현실이 됐다”며 “두 팀 전력은 모두 노출됐다. 이틀의 시간 동안 얼마나 준비를 잘 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이라고 했다. 결승전은 한국 시간으로 오는 7월 2일 오후 9시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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