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의 기준?… 하기싫은 건 안해도 괜찮다는 여유 [정신과 의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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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위해 오랜만에 인천공항에 갔다.
이적은 또 성공을 "싫은 사람과는 같이 일하지 않아도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는 상태"라 말한다.
나도 얼마 전 불편한 제안을 받았는데 어떤 이와 함께하는 것이 싫어서 거절을 했다.
위가 아닌 아래의 안전선을 실천하는 것은 가능한 목표이고, 그걸 지켜나가는 것이 다름 아닌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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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위해 오랜만에 인천공항에 갔다. 이른 아침에 탑승수속 줄이 꽤 긴데도 얼굴을 찌푸린 사람이 없었다. 마스크를 벗은 얼굴들이라 더욱 확연했다. 뭔가 다른 밝음의 분위기였다. 전날까지 병원에서 만나던 사람들의 고통, 불안과 대비되어 더 잘 느껴졌던 것이리라. 한쪽은 즐거움과 기대, 다른 한쪽은 고통과 비관. 여행을 앞두고는 기다림과 불확실성조차 즐거움의 요소였다. 이렇게 다를 수 있나. 며칠 전 읽은 책이 생각났다. 남도의 홍어명인이 “잔칫집 홍어는 미리 주문받아 정성을 다해 만들어 올리나, 상갓집 홍어는 갑작스럽게 구해 올리니 맛있기가 어렵다”고 했단다. 즐거운 일과 비보를 맞이할 때 홍어맛조차 달라진다는 것.
이 얘기는 ‘이적의 단어들’에 나온다. 유명한 싱어송라이터 이적의 산문집으로 일상에서 보고 경험하고 생각한 사유의 단편들이 짧게 짧게 한 페이지에 던져진다. 음유시인이 시인과 가수로 갈라졌듯이 그의 마음 안에 노래로 쓸 주제가 아닌 것들을 모아 놓았다 묶어 나왔다.
그는 농구와 축구를 비교한다. 농구는 플레이를 하는 시간만 인정하고 시계가 멈추는데, 축구는 그라운드의 시계는 무조건 흐르고 나중에 추가시간으로 보상한다. 시간을 인정하고 인식하는 두 가지 흐름이 있는 것이다. 마치 우리의 하루와 같다. 재택근무, 퇴근 후 카톡과 이메일이 일상화된 삶은 축구의 시간 안에 있다. 누가 뛰다가 넘어져도 경기는 진행되고 추가시간은 주어지지 않는다. 24시간 일의 엔진을 켜둔 상태로 지내는 사람들은 국가대표 선수들이 브라질과 경기를 마치자마자 그라운드 위에 드러눕듯 퍼져 버린다. 나라도 농구의 시간을 살 줄 알아야 할 것 같다. 인플레이 때만 달리고, 휘슬이 울리면 바로 서서 숨을 고르는 것이다. 하지만 인생에는 심판이 없고 플레이를 멈추라 하지 않는다. 혼자서 알아서 해야 하는데 그걸 깨달았을 때 이미 마음은 너덜너덜해진 상태.
이적은 또 성공을 “싫은 사람과는 같이 일하지 않아도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는 상태”라 말한다. 나도 얼마 전 불편한 제안을 받았는데 어떤 이와 함께하는 것이 싫어서 거절을 했다. 후환이 두려웠으나 다행히 별 탈이 없었다. 그렇다면 난 성공한 것이었다. 성공은 돈과 지위를 추구하는 욕망의 실현이 아니어야 한다. 이 방식은 끝이 나지 않고 영원히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보다 하기 싫은 건 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래도 괜찮다는 여유가 바로 성공의 기준인 것이다. 위가 아닌 아래의 안전선을 실천하는 것은 가능한 목표이고, 그걸 지켜나가는 것이 다름 아닌 성공이다. 어느덧 성공에 와 있는 듯 느껴졌다. 좋은 책은 이렇게 생각을 자극한다.
하지현 건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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