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죽였냐”는 질문에 ‘묵묵부답’… 경찰,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 친모 살인 혐의로 검찰 송치

친모, 두자녀 모두 출산 하루뒤 살해
임신중단 비용 걱정에 남편 몰래 출산
살인방조 혐의 입건 남편은 불송치

30일 살인 및 사체은닉 혐의로 구속된 ‘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 피의자 30대 친모 A씨가 수원남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으로 구속돼 경찰 수사를 받아온 30대 친모가 검찰에 넘겨졌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살인 및 사체은닉 혐의로 구속한 A씨를 30일 검찰에 송치했다. 살인방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던 A씨의 남편 B씨는 혐의가 없다고 보고 불송치 결정했다.

경찰은 A씨의 범죄 사실에 미뤄볼 때 살인죄 적용이 가능하다고 보고, 당초 적용했던 영아살해죄에서 살인죄로 혐의를 변경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살인죄 적용으로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상 신상정보 공개 심의 대상에 포함되지만, 남은 가족들에 대한 2차 피해 우려 등을 이유로 신상정보를 공개하지는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A씨는 이날 오전 검은 원피스 차림으로 수원남부경찰서 정문을 나섰다. 머리에 검은색 외투를 뒤집어 써 얼굴을 완전히 가린 상태였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출석 포기로 지난 21일 체포이후 단 한 차례도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었던 A씨가 취재진에 포착된 건 처음이다.

A씨는 “아이들을 왜 죽였나” “숨진 아이에게 할 말 없나” “아이에게 미안하지 않느냐” 등 취재진 질문에 고개를 숙인 채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어 곧바로 호송차에 올라타 수원지검으로 이동했다.

A씨는 2018년 11월3일 군포 소재 병원에서 딸을 출산하고 이튿날 퇴원해 수원 장안구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돌아와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딸의 시신을 비닐봉지에 담아 집안 냉장고에 유기했다. 이후 한차례 더 임신한 A씨는 2019년 11월19일 수원 한 병원에서 낳은 아들을 다음날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아들 시신 역시 비닐봉지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 은닉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미 남편 B씨와 사이에 12살 딸, 10살 아들, 8살 딸 등 자녀 3명을 두고 있는 A씨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또 임신하자 범행을 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이들 범행에 앞서 2017년 임신중단한 경험이 있는 A씨는 수백만원이 드는 임신중단 수술 비용이 부담되자 B씨 몰래 출산을 강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두 아기의 시신을 보관해 오다가 지난해 12월 이사를 할 때도 시신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넷째 자녀이자 첫번째 피해자인 딸은 살해당한 뒤 4년 7개월, 다섯째 자녀이자 두번째 피해자인 아들은 3년 7개월간 냉장고 안에 있었다.

경찰은 A씨 범행 시기를 전후해 B씨와의 사이에서 오간 메시지를 전체 분석한 결과 B씨가 사건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볼 만한 정황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1차 사건이 발생한 2018년 11월 두사람간 임신·출산과 관련한 대화는 아예 없었고, 2차 사건이 일어난 2019년 11월 임신중단 관련 대화가 다수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A씨와 B씨의 진술, 주변인 조사, 압수수색을 통한 증거물 분석 등을 종합해 이같이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최인진 기자 ijchoi@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