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조력 사망’ 합법화된 캐나다… 죽음을 선택한 이들의 마지막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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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 사는 83세 리처드와 그의 아내 메그는 침대 위에 알몸으로 누워 서로를 끌어안았다.
지난 2016년 6월 7일 캐나다 의회가 '의료조력 사망'(MAiD·Medical Assistance in Dying)을 합법화한 이후 리처드를 비롯한 수많은 이들이 스스로 선택한 죽음을 맞았다.
책은 '의료조력 사망'이 합법화된 첫해에 의사 스테파니 그린이 떠나보낸 환자들에 관한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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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파니 그린 지음│최정수 옮김│이봄
캐나다에 사는 83세 리처드와 그의 아내 메그는 침대 위에 알몸으로 누워 서로를 끌어안았다. 아내의 입술에 몇 번이나 입을 맞춘 리처드가 의사에게 말했다. “이제 해줘요.” 링거를 통해 약이 주입되고, 그의 호흡이 느려지더니 이윽고 멈췄다. 리처드는 그렇게 아내의 품에서 숨졌다.
지난 2016년 6월 7일 캐나다 의회가 ‘의료조력 사망’(MAiD·Medical Assistance in Dying)을 합법화한 이후 리처드를 비롯한 수많은 이들이 스스로 선택한 죽음을 맞았다. 책은 ‘의료조력 사망’이 합법화된 첫해에 의사 스테파니 그린이 떠나보낸 환자들에 관한 기록이다. 캐나다에서 시행 중인 ‘의료조력 사망’의 방법은 두 가지다. 의사의 입회하에 약물을 직접 마시거나, 링거를 통해 약을 주입하는 것. 대다수가 후자의 방법을 선택한다. 누구나 할 순 없다. 18세 이상으로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하고, ‘위중하고 치료 불가능한’ 고통을 겪고 있어야 한다.
이 이야기는 우리나라와도 멀지 않다. 지금까지 3명의 한국인이 스위스의 비영리 조력 사망 지원 단체를 통해 의료조력 사망으로 세상을 등졌고 100여 명이 이를 기다리고 있다. ‘조력존엄사법’도 지난해 국회에 발의됐다.
책을 통해 볼 수 있는 특별한 죽음의 현장은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생생히 전해진다. 폐암 환자로 화학요법을 3차까지 시도했지만, 온몸이 통증에 시달리던 레이는 가까운 친구들 곁에서 죽음을 맞았고 존은 사망 예정일 하루 전 가족과 친구들을 불러 마치 축제 같은 행사를 치르고 눈을 감았다. 헬렌은 막돼먹은 손주에게 “건실하게 살라”고 호통친 뒤 세상을 떠났다.
책은 ‘의료조력 사망’을 둘러싼 여러 문제에 대해서도 놓치지 않는다. 교회 등 종교 단체들은 여전히 강경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가운데 지금까지 ‘의료조력 사망’으로 숨진 환자 대부분이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계층이라는 격차 문제,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에게 조력 사망을 허가하는 것이 윤리적일지 등에 관한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본래 산부인과에서 일했던 저자는 환자의 죽음을 돕는 일을 ‘전달’ ‘인도’ ‘출산’의 뜻을 가진 ‘딜리버리’(delivery)라 부른다. “나에게 이 일은 어떻게 죽기를 바라는가에 관한 것이라기보다는 어떻게 살기를 바라는가에 더 가깝다”고 말한 그녀는 무슨 일을 하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답한다.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한다”고. 440쪽, 1만8000원.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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