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풍요가 환경파괴… 문제의 원인은 ‘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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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여행하는가, 어떤 옷을 입는가, 어떻게 씻는가 같은 우리의 일상적인 활동이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생태적 재앙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우리의 행동이 부메랑처럼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이죠."
파리의 폭염에 잠을 못 이루는 주인공 '나'는 인류세 환경 문제의 원인이 자신이라는 것을 깨닫고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친구들과 프랑스 포르크롤섬으로 여행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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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환경위기의 주체는 개인
생태계 심각성 스스로 인지를
책임감 가지고 문제 극복해야
영화 ‘기생충’ 인상 깊게 봐
폭우 장면서 이상기후 떠올려
“어떻게 여행하는가, 어떤 옷을 입는가, 어떻게 씻는가 같은 우리의 일상적인 활동이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생태적 재앙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우리의 행동이 부메랑처럼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이죠.”
유럽의 주목받는 차세대 사회학자 니콜라이 슐츠(32)가 지난 18일 폐막한 ‘2023 서울국제도서전’에 참가하기 위해 신간 ‘나는 지구가 아프다’(이음)를 들고 한국을 찾았다. ‘문화인류학적 소설(ethnografictive)’이라는 독특한 형식의 책은 저자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생태계 파괴로 몸살을 앓는 지구·인류세의 풍경을 보여준다. 파리의 폭염에 잠을 못 이루는 주인공 ‘나’는 인류세 환경 문제의 원인이 자신이라는 것을 깨닫고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친구들과 프랑스 포르크롤섬으로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도착한 그곳의 섬들이 이상 기후로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문제를 피하려 해도 문제는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 ‘나’는 자책하며 현기증과 구토감을 느낀다.
지난 22일 남영동의 카페에서 만난 그는 환경위기의 이유를 ‘자본주의’ ‘근대화’와 같은 시스템의 책임에 떠넘기지 않고 ‘개인’에 주목했다. “우리가 일상에서 누리는 풍요가 결국 우리를 파괴한다”는 점에서 개개인이 매일매일의 일상 속에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전엔 인간이 자연을 변화시키는 것이 불가능했으나 인류세엔 둘이 복잡하게 얽혀 인간이 자연에 지대한 악영향을 끼치게 됐다. 환경 문제에서 도망칠 것이 아니라 인지하고 극복해야 한다”며 이 책을 통해 “과감한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 인류세 속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사람들이 인지하도록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집단 구성원의 삶의 방식·행동을 그들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기술하는 ‘에스노그래피(ethnography)’에 픽션을 가미한 독특한 형식을 차용한 것도 “개인적인 이야기로 전하는 것이 더 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장소 등은 바뀌었지만 실제로 자신이 나눈 대화들이기에 100% 픽션은 아니다”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20대부터 환경·생태에 대한 연구를 시작해 학부 논문도 관련 주제로 쓴 그는 프랑스의 과학기술철학자 브뤼노 라투르(1947∼2022)와 함께 ‘녹색 계급의 출현’을 썼다. 라투르의 유작인 책은 한계에 다다른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제의식을 지닌 사람들이 ‘계급의식’을 갖고 지구를 위해 싸우는 ‘생태화의 정치’가 필요하다며 이를 주도할 ‘녹색 계급’이 등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슐츠는 지난해 타계한 라투르와의 기억을 떠올리며 “라투르 교수는 나의 멘토이자 인생의 나침반 같은 존재였다”며 “서로 정반대의 의견을 낼 때도 많았지만 이를 자유롭게 교환하며 책을 써나갔다”고 회고했다. 슐츠는 “‘녹색 계급의 출현’이 인류세의 정치적 지침서였다면 ‘나는 지구가 아프다’는 인류세의 실존주의적 지침서다”라고 말했다.
그는 문화예술계에서도 환경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을 인상 깊게 봤다. 환경 문제를 다룬 영화는 아니지만 폭우가 내리는 장면에서 이상 기후를 떠올렸다. 우수한 영화들이 환경 문제를 지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민우 기자 yoom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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