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국내외 한 달 살기를 통한 다양한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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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여름방학을 ‘성적 역전의 기회’라고 말한다. 그만큼 여름방학에 얼마나 열심히 공부하느냐에 따라 2학기와 다음 학년의 성적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대입 준비를 위해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학습 관리를 하는 아이들의 경우 여름방학은 공부에 더욱 매진해야 하는 시기. 학기 중보다 더욱 촘촘해진 사교육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는 아이도 많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여름방학에 더 스트레스받는 아이와 엄마도 있다. 집을 벗어나 여행지로 떠날 생각에 방학을 기다리는 엄마가 있는가 하면 아이와 함께 학업에 대한 부담감을 방학 내내 견뎌야 하는 현실 때문에 차라리 방학이 없으면 좋겠다는 엄마도 있다. 그들이 털어놓은 ‘내 아이 여름방학 플랜’에 관한 이야기.
<오늘의 대담자>
곽 여사 44세, 회사원, 중1 아들 엄마
심 여사 47세, 전업주부, 고1 딸과 중2 아들 엄마
박 여사 42세, 초등학교 교사, 초3 딸 엄마
국내외 한 달 살기를 통한 다양한 경험
박 여사(이하 ‘박’) 생각해보면 우리의 엄마들도 자녀의 여름방학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을 거 같아요. 우리 어릴 적에는 지금처럼 외식이 흔하던 때도 아니라 엄마가 집에서 삼시 세끼 챙겨줘야 했고, 또 해외여행을 많이 가던 시절도 아니었잖아요. 하루 종일 집에서 뒹굴거리는 자녀가 그렇게 반가운 존재가 아닐 수도 있죠.
심 여사(이하 ‘심’) 그래도 우리 때는 방학에 실컷 놀았던 기억이 많잖아요.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방학에 더 바쁜 게 현실이죠. 저는 몇 년 전부터 여름이든 겨울이든 애들 방학이 오는 게 너무 두려워요.(웃음) 고등학생과 중학생 아이가 있으면 방학 때 여행 가는 것이 쉽지 않아요. 학원 가는 아이들의 스케줄에 따라 저도 바빠져요. 그러고 보면 아이들은 어릴 때 무조건 많이 놀아야 해요.
박 저는 다른 워킹맘들과는 달리 방학 때 시간을 많이 낼 수 있어 이번에 아이와 함께 제주도 한 달 살기를 하기로 했어요. 처음에는 외국으로 나갈까 하는 생각도 했는데, 아이가 아직 장시간 비행기를 타면 힘들어해서요. 지난해부터 고민하다가 코로나19도 잠잠해져 결심을 굳혔죠. 봄에 이미 사전 답사 겸 제주도로 내려가서 애월의 타운하우스를 숙소로 정해 돌아보고 왔어요. 제주도는 역시 좋더라고요. 그런데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들어요. 제주도의 물가가 싼 편은 아니니까요.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제주도에서 지낼 계획인데 비용은 800만~900만원 정도 예상하고 있어요. 남편은 휴가철인 8월 초에 일주일 정도 합류할 예정이에요.
곽 와, 부럽다! 저와 남편은 여름휴가 날짜를 맞춰 일주일 정도 쓸 수 있는데, 아이 때문에 이번 여름방학에는 여행 가기가 쉽지 않을 거 같아요. 아이가 특목고 진학을 준비 중이라 학원 여름방학에만 움직일 수 있는데, 학원 방학이 7월 말에서 8월 초예요. 극성수기라 어딜 가도 사람이 많을 때죠. 그냥 호캉스라도 다녀오려고 알아보고 있어요. 아, 나도 멀리 훌훌 떠나고 싶다!
심 결혼을 일찍 한 친구들은 아이들이 벌써 대학생이에요. 이제 엄마들의 고생은 다 끝난 거죠. 딸과 정말 사이가 좋은 친구 하나는 이번에 대학생이 된 딸과 여름에 스페인에서만 두 달 정도를 보낸다고 하더라고요. 바르셀로나에서 한 달 정도 보내고, 한 달은 스페인 전체를 둘러볼 생각이래요. 더 부러운 건 그 딸이 전액 장학생으로 대학에 들어간 덕분에 학비가 안 들어 그 돈으로 여행을 한다는 거예요. 그야말로 엄친딸(엄마 친구의 딸)! 주변에 이런 애들이 있으니 우리 아이들한테 잔소리를 안 할 수가 없어요.(웃음)
곽 한 달 살기든 장기 해외여행이든 비용도 비용이지만 시간을 낼 수 없고, 상황이 안 돼 못 하는 경우가 많죠. 아이가 어릴 때 하는 게 좋은 거 같아요. 중학생만 돼도 여름방학에 마냥 놀 수는 없으니까요.
심 저도 중학교 1학년이던 첫째, 초등학교 5학년이던 둘째와 함께 필리핀 세부에서 한 달 살기를 한 적이 있어요. 영어 공부 겸 액티비티도 하고, 필리핀에 사는 친구 가족과 캠핑도 하면서 정말 신나는 한 달을 보냈죠. 아이들이 영어를 잘하는데, 그때 외국어에 대한 관심과 자신감이 생겨서예요. 지금도 가끔 그 시절 이야기를 하면서 좋았다고 해요.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거죠. 사실 아이들이 중고등학생일 때 우리와 전혀 다른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지역에 가서 한 달 살기를 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아이들이 앞으로의 삶과 세상을 보는 시각이 좀 더 넓어질 거 같거든요. 다양성에 대한 생각도 좀 더 깊이 할 수 있을 거 같고요. 그런데 우리나라 입시를 생각하면 힘든 일이죠.
박 제가 이번에 한 달 살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는 초등학교 3학년인 딸에게 온전한 휴식 시간을 주고 싶어서예요. 유치원 때도 초등학교에 입학해서도 코로나19 때문에 항상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니까 아이가 많이 힘들어하더라고요. 사실 아이들은 초등학교 1학년 때 선생님과 친구들을 통해 사회생활 전반에 대해 배우는 것이 많거든요. 그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학습돼야 하는데, 비대면 수업을 하다 보니 힘들었죠. 딸이 아직 저학년이라 학습에 대한 부담도 없으니 이번 여름방학에는 자연 속에서 완전한 해방을 누리게 하고 싶어요.
곽 아이 친구 중에 방학마다 부모와 함께 해외로 나가는 아이가 있어요. 그 아이 가족은 시간 날 때마다 해외와 국내를 돌면서 여행을 많이 해요. 아이를 학원에 안 보내고, 사교육비를 모아 여행을 하더라고요. 확실히 아이가 해외 경험이 많아서인지 외국어도 잘하고, 벌써 국내보다는 해외 대학으로 진학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어요. 다양한 경험이 정말 중요한 거 같아요.
박 이번 제주도 한 달 살기를 성공적으로 끝내면 방학 때마다 한 달 살기를 해볼 생각이에요. 다음 목적지는 태국 치앙마이예요. 제가 동남아시아를 워낙 좋아하는 데다 비용도 저렴하고 음식도 맛있고요. 이국적인 자연 속에서 아이와 함께 책을 실컷 읽고 싶어요. 이런 생각을 하면 벌써 다음 여름방학이 기다려져요. 원래 여행은 떠날 계획을 세울 때가 가장 행복하잖아요.
기획 : 하은정 기자 | 취재 : 박현구(프리랜서) |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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