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 움직인다…'확신의 장밋빛 미래' 디지털헬스케어 현실은

정기종 기자, 홍순빈 기자, 박미리 기자 2023. 6. 30. 09: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MT리포트]디지털 헬스케어, 돈 될까(下)
[편집자주]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촉망받는 미래산업이란 평가에 이견은 없는 듯하다. IT(정보기술)와 AI(인공지능), 빅데이터, 의료 기술의 발달과 융합으로 여건은 갖춰졌다. 하지만 궁금증이 남는다. 너도나도 디지털 헬스케어라는데, 정말 돈이 될까. 규제 장벽을 넘고 새 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까. 최근 디지털 헬스케어 선두주자로 꼽히는 미국 글로벌 기업이 파산했다. 비대면 진료 허용 등 시장 환경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의 명과 암을 짚을 때가 됐다.
투자전문가가 본 디지털 헬스케어 "규제 극복해도 보상이 없다면…"

헬스케어 산업의 디지털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굵직한 국내외 기업들이 앞다퉈 투자에 나서는 이유다. 잠재력 높은 기업에 대한 초기 자금 투자와 향후 회수를 통해 이익을 실현하는 벤처캐피탈(VC) 업계 역시 디지털 헬스케어로 눈을 돌리고 있다.

다만 투자금 회수(엑시트)가 필수적인 투자 업계에서 디지털 헬스케어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소 복합적이다. 잠재적 가치를 인정하며 투자에 뛰어들었지만 여전히 의문부호가 뒤따르는 자본 관점의 생산성과 규제 허들이라는 불확실성도 공존한다.

머니투데이는 국내 헬스케어 투자 업계 대표라 할 수 있는 윤건수 DSC인베스트먼트 대표(VC협회장)과 최윤섭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 대표, 김치원 카카오벤처 상무에게 자본시장에서 어떻게 디지털 헬스케어를 보고 있는지 의견을 구했다. 이와 함께 선호하는 기업의 특징,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성장을 위한 선결 과제 등에 대해 논의했다.

투자 전문가가 보는 디지털 헬스케어의 현주소에 대한 의견은 대체로 비슷했다. 디지털 헬스케어의 성장 잠재력을 인정하고 최근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도 눈에 띄지만, 미래산업의 주역으로 부상하기 위해 가시적인 사업적 성과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윤건수 대표는 "헬스케어 산업의 핵심은 신약 개발이지만, 돈이 워낙 많이 들어가는 영역이고 리스크도 적지 않아 국내기업 규모로 끝까지 개발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라이선스 아웃(기술수출)을 1차 타깃으로 하는 것이 국내 신약개발의 현주소"라며 "디지털 헬스케어는 IT 기술 강점을 가진 국내 기업에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투자 업계 역시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최윤섭 대표는 "디지털 헬스케어가 유망하다는 걸 부인하는 시선은 없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정해진 미래, 확정된 미래'라고 표현하고 있다. 긍정적이고 큰 시장이 올 거라는 시각 자체는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벤처캐피탈은 결국 매출 실적을 보여주길 원한다. 최근과 같은 투자시장 혹한기에선 더욱 투자자들이 '숫자'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 "성과 내는 기업이 좋은 기업…의료AI 분야 가능성 가장 높아"

디지털 헬스케어는 아직 개념이 완전히 정립되지 않았다. 그 범위 역시 디지털 치료제부터 비대면 진료, 의료 인공지능(AI) 등 다양하다. 언뜻 비슷한 것 같지만 수익 창출과 성장을 위해 요구되는 동력은 상이하다. 성과가 가시화되는 속도 역시 다를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성과를 내는 기업=좋은 기업'인 자본시장에서 보다 현실적인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이 주목받을 것으로 본다.

김치원 상무는 "디지털 헬스케어는 의료비를 아껴주는 가치를 만들어야 하는데 아직 국내 시장은 작다. 이 때문에 기본적으로 미국이나 그에 상응하는 해외 대형 시장에서 승부를 볼 수 있는 기업인지가 중요하다"며 "대표적으로 의료 AI 분야는 적은 수의 대형병원이 존재해 데이터 수집이 용이한 국내에서 더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결국 조금 더 가시화된 성과물, 즉 매출 창출로 이어질 수 있는 기업이 조명 받을 수밖에 없다"며 "다행히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는 신약 개발보다 빠르게 성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기술의 강점을 비춰봤을 때 의료 로봇이나 의료 AI 쪽이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된다"고 분석했다.

투자 전문가들은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 위한 선결과제로 단연 규제 해소를 꼽았다. 특히 규제 완화 자체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규제 허들을 넘었을 때 받을 수 있는 보상이 충분히 뒷받침돼야 각 기업의 적극적인 시장 참여와 경쟁력 제고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김치원 상무는 "규제를 극복하고 시장에 진입했을 때 얻을 수 있는 보상이 크다고 인식돼야 플레이어들이 활발하게 규제를 넘기 위해 노력할 수 있다"며 "현재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의 문제는 규제 자체가 많은 것도 있지만 그 규제를 돌파해봤자 아직 시장이 크지 않아 얻을 수 있는 과실이 별로 없는 게 더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 "최소한의 마중물로 환경 조성해야…국내 규제 개선 속도감은 고무적"

대표적인 사례가 보험수가다.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는 식으로 치료제나 의료기기의 효과를 입증해야 수가를 주고 싶은 것이 보험의 속성이지만, 효과를 입증하기 위해선 적어도 일정 수준 이상의 환자에게 적용이 가능해야 한다. 최소한의 마중물이 되는 수가가 존재해야 의사들이 디지털 치료제나 의료기기를 적극적으로 처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수가가 없는 상황에서 기업에 '일단 결과를 들고 오라'는 식의 접근은 스타트업 위주의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김 상무는 "보다 전향적인 수가가 생긴다면 국내도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을 만들기 훨씬 수월할 것"이라며 "국내에서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갑자기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한다는 것 역시 불가능한 일이다. 정책적으로 최소한의 디딤돌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보수적인 전통 제약·바이오 산업 내 규제 성향과 비교하면 디지털 헬스케어 영역의 규제 개선 움직임은 고무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와 발맞춰 자본시장 역시 선행적으로 시장을 형성하고 관련 아젠다를 제시하는 방향으로 기여하겠다는 목표다.

최 대표는 "전체 의료기기를 놓고 보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디지털 헬스케어만 놓고 보면 최근 국내 규제는 매우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다"며 "특정 분야에선 오히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같은 선진 규제 기관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데 의미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표는 "규제에 가장 민감한 원격진료 같은 경우도 결국 허용은 시간 문제라고 생각한다. 다만 개인의료 데이터 공개 등은 더 많은 논의를 위한 공론의 장이 필요할 것"이라며 "자본시장 역시 무조건적으로 규제 개선을 기다리기보다 투자를 통해 시장을 만들어가면서 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만9800원→20만원…AI만난 진단기술, 꿈이 현실이 된다

전세계 주식시장에서 AI(인공지능) 열풍이 부는 가운데 한국 증시에선 디지털 헬스케어주(株)가 연일 신고가를 찍는다. AI(인공지능) 등 디지털 기술이 의료시장에서 힘을 발휘할 것이란 '꿈' 때문이다. 증권가에선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들의 기술력이 높은 수준을 갖추고 있어 허황된 꿈은 아니라고 진단한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루닛은 올들어 주가가 474.45% 올랐다. 루닛은 이날도 장중 20만원까지 올라가며 신고가를 새로 썼다. 뷰노(407.19%), 제이엘케이(400.91%), 딥노이드(120.95%) 등 다른 의료AI업체들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의료AI 관련주는 모두 코스닥 상장업체로 시가총액 작은 스몰캡(소형주)에 속하는 종목이다. 이 가운데 지난해 7월 코스닥에 입성한 루닛이 시가총액 2조원을 돌파하며 대표주로 부각됐다.

이뿐 아니라 국내 디지털 덴티스트리(치과치료·진단) 업체들도 주가가 크게 올랐다. 휴비츠(116.04%), 레이(60.58%), 덴티움(48.95%) 등은 올해 코스피·코스닥지수 수익률(25.22%)을 상회했다.

■ 500% 폭등, 연일 신고가…디지털 헬스케어에 '우르르'

디지털 헬스케어로 질병 정복이 가능하다는 꿈에 투자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과거와 달리 영상진단을 보조하는 데 그쳤던 의료AI업체들이 실질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게 시장에 매력적으로 작용했다.

김충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의료AI업체들이 올해 랠리를 이어나가는 키워드로 '해외 그 중에서도 미국 (진출)', '영상진단 보조가 아닌 다른 AI솔루션', '현금 소진에 대한 재무전략' 등을 꼽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디지털 덴티스트리 기업들의 성장성 또한 높게 평가된다. 환자가 기존 아날로그 임플란트 방식으로 시술을 받으려면 CT 촬영부터 최종 보철까지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현재 국내 기업들이 개발한 디지털 임플란트 시술은 이같은 과정을 단순화해 내원 횟수를 3회 이하로 줄였다.

중국에서의 임플란트 수요 증가도 디지털 덴티스트리 업체들에게 호재로 작용한다. 부족한 중국의 덴탈 인프라 상황에서 높은 기술력을 갖춘 국내 업체들이 중국 현지 업체들보다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 연구원은 레이에 대해 "구강 스캐너, CAD/CAM, 3D프린터까지 디지털 덴티스트리의 모든 밸류체인을 확보한 국내 유일의 상장사"라며 "중국의 VBP(물량기반조달) 정책 수혜 기대감은 여전하며 전략적 투자자와 함께 수행하고 있는 수직계열화 전략을 바탕으로 경쟁력이 지속적으로 강화될 것"이라고 했다.

휴비츠 치과용 3D프린터/사진=휴비츠 제공


■ 글로벌 업체 대비 저평가…일각에선 '과제 많다'는 의견

투자자들의 수요가 높아지자 증권가에선 관련 기업분석 보고서도 쏟아졌다.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업체들과 비교했을 때 저평가를 받고 있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전날(27일) DS투자증권은 루닛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내며 목표주가를 기존 13만7000원에서 2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현재 루닛의 주가는 16만8600원인데 일본 시장으로의 침투율과 함께 사업 확장성을 고려하면 상승 여력이 남아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디지털 헬스케어 업체들이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진단한다. 관련 기업들이 당장 실질적인 수익을 내기 어렵고 시장에서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공식 허가를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쉽게 예측하기 어려워서다.

원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기존의 의료체계와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이 있는 상황이고 표준 의료지침 등을 빠른 시간 내 뒤집기 어렵다"며 "주가 측면에서 단기적으로 조정받을 순 있겠으나 디지털 헬스케어 업체들의 성장성과 변화의 방향성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했다.

정부 공언한 '공공 의료데이터' 개방…개인정보보호는 어떡하나

"당신의 건강·의료 정보를 민간 시장에서 수익 사업에 활용한다면 동의하시겠습니까?"

디지털 헬스케어와 개인정보보호 문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더구나 개인의 건강과 관련한 내용을 담은 의료 정보라면 더 보안에 엄격해야 한다. 그래서 정부는 개인의 의료 정보를 국민건강보험(건보)과 의료기관 등 제한된 영역에서만 다룬다. 디지털 헬스케어를 산업이나 시장 관점에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여러 전문가 역시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성장의 가장 큰 난관으로 규제 문제를 꼽는다. 그래서 얽히고설킨 규제의 실타래를 어떻게 슬기롭게 풀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이 때문에 개인 의료 데이터 개방 등 다양한 사안에 대해 정부와 의료계, 민간 시장 등 이해관계자가 개인 정보 보호와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성장이란 공통의 목표를 위해 공론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제언이 잇따른다.

■ 코로나19 팬데믹에 입증된 원격의료 가치…"육성 망설이다 뒤쳐지지 말아야"

전세계는 최근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겪으며 개별 국가의 의학 기술이 얼마나 중요한지 목격했다. 팬데믹 초기 미국에서 개발하고 승인한 코로나19 백신을 구하기 위해 각 나라가 얼마나 애를 태웠는지 모두가 똑똑히 봤다. 코로나19 백신의 효능과 안전성 문제를 떠나 자체적인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나라는 보건 위기가 닥쳤을 때 다른 나라의 지원을 기다리는 처지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개인 의료 정보 보호에만 초점을 맞추느라 새로운 기술이나 산업의 발전을 등한시해선 안 되는 이유다.

물론 디지털 헬스케어가 당장 개인의 생사와 직접적으로 영향이 깊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향후 디지털 헬스케어가 의료 시장의 주축으로 자리 잡았을 때 관련 기술이나 서비스, 제품을 보유하지 못한 나라는 전반적인 보건 안보나 연구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당장 돈이 되지 않더라도 디지털 헬스케어에 관심을 갖고 관련 기술 개발을 독려하고 시장을 키우는 데 신경써야 하는 이유다. 우리 기업이 활발하게 다양한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와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송재호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장은 "디지털 기술 급성장과 맞물려 디지털 헬스케어는 최근 5년간 규제개선과 규제 특례 등 제도 개선에서 큰 변화 양상을 보였다"며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국민들이 제한적으로나마 디지털 헬스케어의 일부인 비대면 진료를 체감하면서 인식과 효용성이 가파르게 제고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 정부, 공공 의료데이터 개방 확대 추진…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시행도

정부 역시 손을 놓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월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규제 개선을 주제로 한 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 전략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혁신 디지털 의료기기의 경우 한시적 비급여로 먼저 사용하고, 건보 등재 단계에서 의료기술평가를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환자가 동의할 경우 의료기관이 안전관리 기준을 충족하는 제3자에게 개인 의료데이터를 직접 전송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이른바 '의료 마이데이터' 추진이다.

또 의료 데이터의 활용 및 디지털헬스케어 규제 개선,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지원 등을 내용으로 하는 '디지털헬스케어법'을 제정하기로했다. 이어 6월에는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고도화를 위한 공공 보건의료데이터를 대규모로 마련해 개방 확대를 추진하기로 했다. 100만명 규모의 개인 임상·유전체 정보와 건강정보 등 데이터를 수집하는 '국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사업'이 골자다.

우선 시범사업을 통해 2만5000명의 데이터를 개방한 뒤, 3년 단위로 구축한 데이터를 순차적으로 개방한다는 계획이다. 오는 2030~2032년에는 100만명의 통합 데이터 전체 개방이 목표다. 수요자의 데이터 접근성 제고를 위해 데이터심의위원회(DRB), 생명윤리위원회(IRB) 등 절차와 제도 역시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의원급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도 시행하고 있다. 코로나19(COVID-19) 위기 단계 하향으로 법적 근거를 상실한 기존 비대면 진료를 대신하기 위한 목적이다. 지난 27일 열린 보건복지위 제1법소위원회에서는 비대면 진료 법제화 내용을 담은 4건의 법률안과 비대면 진료 플랫폼 규제 관련 법률안(2건) 논의가 포함됐다. 아직 세부 조정은 남았지만 법제화 자체에 대한 큰 틀의 논의는 완료된 만큼 의결이 유력하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김태형 범부처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 본부장은 "다른 선진국 대부분은 원격의료를 제도적으로 허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선 반쪽짜리 시범사업에 그쳤다"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비대면 진료가 불법인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다. 이미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역량을 키우고 있는 해외 기업이 시장을 선점하고, 한국은 후발주자에 머무는 게 아닐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 헬스케어는 의료나 국민 건강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사업적 측면에선 정부의 규제나 시장의 보수성을 극복해야 한다"며 "특히 국내는 이미 사용 중인 좋은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 있고, 소외지역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 역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 '공익 목적의 활용 vs 개인정보 보호' 사회적 합의는 아직

다만 의료데이터 활용과 관련한 사회적 갈등은 풀어야 할 과제다. 보건복지 증진을 위한 공익적 차원의 정보 공개와 개인정보 보호라는 정반대 개념이 쉽사리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비대면 진료가 기존 대면 진료와 비교해 동등한 수준의 효과와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의료계와 입장차도 해소해야 할 문제다.

결국 비대면 진료와 관련한 정책 추진 단계에서 사회적 합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탓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적극적으로 공론의 장을 열어 사회적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최윤섭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 대표는 "의료 데이터의 민간 시장 활용과 관련한 문제는 결국 사회적 합의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며 "개인 의료 정보 보호와 시장 성장을 둘 다 100% 만족하기 어렵다. 이 두가지 가치가 이율배반적인 점을 인정하고 어디까지 보호하고 어디까지 활용할 수 있게 할 것이냐에 대한 적절한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합리적인 목소리를 반영한 세부 기준을 신속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장단점이 명확한 의료 데이터 활용의 부작용을 최소화 하기 위해 명확한 기준을 확립하고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제도의 취약점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논리다.

송재호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장은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원천이 민감한 건강 데이터인 만큼 규제 개선 속도를 높이기 쉽지 않은 데다 데이터 보호와 활용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조심스러운 접근도 필요하다"며 "범정부 차원의 가명정보 이용 활성화를 위한 종합대책과 함께 개인정보 관리 강화와 규제 절차의 복잡성 해소를 동시에 도모하는 탄력적 규제가 운용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동의 기반의 마이데이터 활성화를 위해 국가마이데이터 혁신추진전략이 예고된 만큼 개인정보 전송요구권 도입에 따른 데이터 유통 관련 보상체계를 마련해 정보 주체의 적극적 참여를 견인하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기종 기자 azoth44@mt.co.kr 홍순빈 기자 binihong@mt.co.kr 박미리 기자 mil05@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