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이틀연속 “연내 두번 금리 인상”…시장, 이래도 안 믿나? [투자360]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매파’ 발언이 연 이틀 이어졌다. 전날에 이어 29일(현지시간)에도 연내 최소 두 번의 금리 인상이 필요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연속 인상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재차 밝히면서다.
파월 의장이 연이어 긴축 가능성을 언급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여전히 현실화 가능성을 반신반의하는 모양새다. 연내 2회 금리인상 가능성에 대한 전망치가 크게 높아진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서도 뉴욕증시(NYSE)는 금리에 민감한 나스닥지수만 약보합세를 보인 반면 다우·S&P500지수 모두 대체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29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스페인중앙은행 콘퍼런스 모두발언에서 기준금리를 5.00∼5.25%로 동결한 지난 14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를 설명하면서 “FOMC 위원 대다수는 연말까지 금리를 두 번이나 그 이상 올리는 게 적절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여전히 높으며, 연준 목표치인 2%로 다시 낮추기 위한 갈 길이 멀다는 진단도 이어졌다.
이후 질의응답에서 파월 의장은 “추가 금리 인상의 시기와 정도는 경제의 향방에 달려있다”며 “우리가 특정 횟수의 금리 인상을 정해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금리를 연속으로 올리는 것을 제외하지 않았다”고도 파월 의장은 발언했다.
이 같은 파월 의장의 발언은 지난 14일 미 FOMC 정례회의 후 연준이 내놓은 성명서를 더 구체화한 것은 물론, 하루 전인 28일(현지시간)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연례 포럼에서 한 자신의 발언을 반복한 것이다.
앞서 연준은 6월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대신 기준 금리를 5.50~5.75%까지 올리는 내용을 담은 점도표를 공개한 바 있다. 연내 최소 2회 ‘베이비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연 것이다.
추가 긴축에 대한 파월 의장의 의지가 거듭 확인되면서 금리인상 사이클이 사실상 종료했다는 입장을 견지했던 시장의 분위기 역시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마감 시점 연준이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10.7%를,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은 89.3%에 달했다. 사실상 7월 FOMC에서 베이비스텝을 밟을 것이라 보고 있는 셈이다.
7월을 지나 9·11·12월 세 차례 더 남아 있는 FOMC에서 추가로 베이비스텝을 단행할 것이란 예측에도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9월 FOMC에서 미 기준금리가 5.50~5.75%(현재 5.00~5.25%)에 도달할 가능성은 26.8%로 전날(16.4%)과 비교했을 때 하루 사이에 10.4%포인트나 올랐다.
11월 FOMC에서 미 기준금리가 5.50~5.75%에 이를 확률도 37.4%로 전일(26.5%) 대비 10.9%포인트 상승했다. 동시에 5.75~6.00%까지 기준금리가 오를 가능성도 하루 사이에 3.1%에서 7.3%로 2배 이상 치솟았다.
파월 의장의 긴축 발언이 뉴욕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여전히 제한적인 모양새다. 성장률 호조와 은행주 강세로 29일(현지시간)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69.76포인트(0.80%) 오른 34,122.42,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19.58포인트(0.45%) 상승한 4,396.44로 장을 마감했기 때문이다. 나스닥지수만 장 내내 상승과 하락을 오가다 전장보다 0.42포인트(0.00%) 하락한 13,591.33으로 장을 마감했다.
예상보다 탄탄한 경기 회복력 속에 파월 의장의 ‘매파’ 발언이 이어지고 있지만, 연준 내 주요 인사의 금리 동결 주장도 시장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아일랜드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한동안 금리를 동결해야 한다는 주장을 재차 펼쳤다. 그는 “우리가 허용 가능한 기간 동안 인플레이션을 2%의 목표로 이동시킬 정도로 충분한 명목 금리 수준에 도달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경제가 예상보다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을 지지해준다고 말했다. 또한 조정이 올 경우 이를 경기 회복에 대비한 포지션 조정의 기회로 삼을 것을 조언했다.
BMO패밀리 오피스의 캐롤 슐라이프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마켓워치에 예상보다 강한 GDP는 미국 경제가 많은 사람이 예상한 것보다 강한 상태에 있다는 것을 “추가로 확인해주는 것”인 동시에, 연준이 “더 오래 더 높은 금리 정책을 취하는 것을 지지해준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의 발언은 당장 국내 증시엔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주요 경제지표 개선과 매파적인 파월 의장의 발언 등으로 국채 금리가 급등했다”며 “그 여파로 미 증시에서 기술주가 부진한 모습을 보인 점은 (30일) 한국 증시에 부담”이라고 강조했다.
역대 최대 수준의 한미 금리차(1.75%포인트)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은 한국은행의 고민을 더 깊어지게 만들 것으로도 보인다. 경기와 금융 불안을 고려해 동결 기조를 유지할지, 한미 금리차에 따른 원달러 환율 급등과 그에 따른 자본 유출 가능성 상승의 기로에 놓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0.3원 상승(원화 가치는 하락)한 1317.6원으로 마감했다. 이달 중순 1270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던 환율은 연준의 긴축 우려가 커지면서 급등하는 모양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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