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과음, 급성췌장염 부른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문종호 교수팀, 줄기세포 치료 연구결과 발표
30대 중반 직장인 A씨는 최근 윗배에 심한 통증을 느껴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진행한 결과 급성췌장염 진단을 받았다. 다행히 중증 췌장염으로 진행하기 전 발견해 금식, 수액 치료 등을 통해 회복했다.
췌장은 췌장액을 분비해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을 화학적으로 분해하고 소화를 돕는 장기다. 음식을 섭취하면 위와 십이지장을 지나 몸으로 흡수되는데, 이때 췌장이 십이지장과 연결된 췌관을 통해 강력한 소화 효소를 분비해 소화를 돕는다. 췌장액이 여러 가지 원인으로 췌관 밖으로 빠져나와 염증을 일으키는 것을 급성췌장염이라고 부른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소화기내과 문종호 교수는 30일 “급성췌장염은 중증으로 진행할 경우 심장, 폐, 콩팥의 기능을 무너뜨려 다발성 장기 부전으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무서운 질환”이라고 말했다.
문 교수에 따르면 장기간, 잦은 음주를 하는데 상복부에서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복통이 느껴진다면 급성췌장염을 의심하고 빠르게 치료하는 것이 좋다. 술을 마시지 않는데 젊은 나이에 췌장염이 생기는 경우에는 유전적 췌장염을 의심하고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급성 췌장염의 주요 원인은 심한 음주, 담석, 고지혈증 등이다. 심한 음주는 췌장염의 가장 큰 원인이다. 또, 담낭과 연결된 담관이 췌관과 만나는 구조다. 담낭에서 만들어진 담석이 담관을 막으면 췌관도 함께 막혀 심한 염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 외 약제 등으로 인해서도 췌장염이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급성췌장염의 주요 증상은 상복부 심한 복통과 등 쪽으로 뻗치는 방사통이다. 급성췌장염으로 의심되는 증상이 있으면, 아밀라아제와 리파아제와 같은 혈액검사 및 복부 CT나 초음파와 같은 영상학적 검사를 통해 췌장염을 진단하고, 중증도와 합병증 발생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급성췌장염 치료는 금식과 통증 조절 및 수액과 전해질을 통한 영양 흡수를 돕는 것이 기본 치료이다. 하지만 담석으로 인한 췌장염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스파이글라스(Spyglass)와 같은 담췌관 내시경을 이용해 췌관 담석을 제거할 수 있다.
전신 염증이 급속도로 진행되는 중증 급성췌장염의 경우 장기 부전으로 진행할 수 있어 매우 위험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효과적인 치료약물이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최근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줄기세포치료제의 치료 효과가 입증돼 그동안 치료가 어려웠던 중증 급성췌장염 환자들의 초기 치료 가능성이 열렸다.
문종호 교수팀(이윤나·신일상 교수)을 중심으로 국내 다기관 연구팀은 줄기세포치료제(SCM-AGH)가 중등증 이상 급성췌장염 환자에서 초기 염증 수치 호전에 효과가 있음을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 다기관 연구팀은 총 36명의 중등증 이상 급성췌장염 환자를 대상으로 줄기세포치료제 실험군의 염증 수치가 위약군에 비해 유의하게 감소했다. 췌장염 중증도 평가도구(Modified Marshall score와 Balthazar score) 역시 감소하는 경향이 있음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소화기학회지(Gastroenterology, IF 33.8)에 게재됐다.
문 교수는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한 새 줄기세포치료제의 효과를 입증하고, 소화기 분야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학회지에 실린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며 “앞으로도 급성췌장염 환자가 초기에 치료받고 하루빨리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후속 연구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급성췌장염의 가장 큰 원인은 음주이므로, 급성췌장염을 예방하려면 금주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순천향대 부천병원 제공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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