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대법원 판결 존중…'다양성' 가치는 계속 추구"

노스캐롤라이나대학도 "원했던 결과 아냐"
소송 제기 단체 "모든 인종이 환영할 것" 환호

29일 대입에서 소수인종을 우대한 '어퍼머티브 액션'이 위헌이라는 미 연방대법원 판결이 발표되자 워싱턴의 연방대법원 청사 앞에서 시위 중이던 유색인종 하버드대 재학생 2명이 슬퍼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미국 연방대법원이 대학 입시에서 소수인종을 우대한 ‘어퍼머티브 액션’ 정책에 대해 ‘위헌’이라 판결했다. 이에 소송의 당사자가 된 대학들은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고 미 CBS방송과 로이터통신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소송의 당사자인 미국 하버드대는 이날 위헌 결정 후 “대법원의 결정을 확실히 따를 것”이라는 취지의 성명을 냈다. 그러나 동시에 “대학은 소외된 이들에게 열려있는 기회의 장소가 돼야 한다고 믿는다”며 ‘다양성’이란 가치를 계속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하버드대는 “대법원의 결정과 하버드의 가치를 공존시키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며 의지를 드러냈다.

클로딘 게이 하버드대 차기 총장 지명자도 이날 “대법원의 결정 때문에 다양성의 교육적 혜택을 추구하는 방식이 달라지더라도, 그 임무에 대한 우리의 약속은 변함없을 것”이라며 “다양성을 갖춘 지식인 사회는 탁월한 학문적 성취와 차세대 리더 형성에 필수적이다. 소수 인종 학생들에게 계속 문을 열겠다는 하버드의 의지는 더욱 강해졌다”는 입장을 밝혔다. 게이 지명자는 흑인 여성이다.

하버드 재학생들도 공식 성명을 내며 반발했다. 하버드대 흑인학생연합은 “우리의 이야기와 기여, 그리고 우리 자신을 지워버린 거나 마찬가지”라며 유감을 표했다. 하버드대 아시아계 미국인 연합도 “앞으로 흑인, 라틴계, 미국 원주민, 태평양계 출신 학생의 절반가량 줄겠지만 그 자리는 백인이 대체할 것”이라 꼬집었다.

대법원 결정의 또 다른 직접적 당사자인 노스캐롤라이나대(UNC)도 이번 판단에 순응하면서도 다양성 추구에 전념하겠다는 입장이다. 케빈 거스키에비치 UNC 총장은 이날 “우리가 바란 결과는 아니지만, 각기 다른 관점과 인생 경험을 가진 재능 있는 학생들을 뽑기 위해 여전히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하버드대와 노스캐롤라이나대가 소수인종 우대 입학 제도로 백인과 아시아계 지원자가 차별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한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SFA)은 이날 대법원 결정에 환호를 보냈다. 소송을 주도한 에드워드 블럼 SFA 창립자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학부와 대학원 입학지원서에서 인종 분류 체크박스를 없애라는 명령"이라며 "모든 인종이 반가워할 것"이라 말했다.

이유진 기자 iyz@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