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입 소수인종우대 정책 '위헌' 판결..파장 주목

김효성 2023. 6. 30. 08:2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보수 우위 美 대법..낙태권 폐지 이어 소수인종 우대 입학 정책 '위헌'
흑인, 히스패닉계 학생들에 직접적 영향 전망
美 대입 방식 변경 불가피
▲ '어퍼머티브 액션' 두고 미 연방 대법원 앞 찬반 시위 사진 : 연합뉴스

미국 연방대법원이 미국 대학 입학에서 교육의 다양성을 위해 소수 인종을 우대하는 정책인 이른바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에 대해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에 따라 1960년대 민권운동의 성과 가운데 하나로 꼽힌 소수인종 우대 입학 정책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습니다.

보수 성향 대법관이 다수를 차지하는 대법원이 낙태권 폐지에 이어 인종적 다양성을 고려하는 이번 정책에 제한을 가하면서 미국 사회 전반에 파장이 예상됩니다.

연방 대법원은 29일(현지시각)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Students for Fair Admissions·이하 SFA)이 소수인종 우대 입학 제도로 백인과 아시아계 지원자를 차별했다며 노스캐롤라이나대와 하버드대를 상대로 각각 제기한 헌법소원을 각각 6대 3 및 6대2로 위헌 결정했습니다.

최초의 흑인 여성 대법관인 커탄지 브라운 잭슨을 비롯해 소니아 소토마요르, 엘레나 케이건 등 진보 성향 3명의 대법관이 반대 의견을 밝혔습니다.

다만 하버드대 판결에서는 잭슨 대법관이 해당 대학과의 관련성을 이유로 결정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장인 존 로버츠 대법관은 다수 의견에서 "너무 오랫동안 대학들은 개인의 정체성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기술이나 학습 등이 아니라 피부색이라는 잘못된 결론을 내려왔다"면서 "우리 헌정사는 그런 선택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학생들은 인종이 아니라 개개인의 경험에 따라 대우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소수 의견에서 "수십 년 선례와 중대한 진전에 대한 후퇴"라고 비판했고 잭슨 대법관도 이번 결정에 "우리 모두에게 진정한 비극"이라고 규탄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시 현재 6대3의 보수 우위 구조로 재편된 대법원은 지난해 연방 차원의 낙태권 폐기에 대해서도 위헌 결정을 내려 파문을 일으킨 바 있습니다.

이번 판결은 대법원이 지난 1978년 이후 40여 년간 유지해온 판결을 뒤집은 것입니다.

대법원은 지난 2016년 텍사스 오스틴대학에 대해 제기된 소수인종 우대입학과 관련한 헌법소원 판결에서는 인종 역시 입학 사정에서 고려돼야 한다면서 합헌 입장을 유지한 바 있습니다.

이번 판결을 이끌어 낸 SFA는 지난 2014년 공립대인 노스캐롤라이나대와 사립대인 하버드대를 상대로 각각 소송을 제기했지만 1·2심에서는 패소했습니다.

대입에서 소수 인종을 우대하는 소수인종 배려 입학 정책은 1961년 전 F. 케네디 당시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계기로 만들어졌습니다.

'정부 기관들은 지원자의 인종, 신념, 피부색, 출신 국가와 무관하게 고용되도록 적극적(affirmative)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이 행정명령으로 고용 부문에서의 차별금지 조치가 실시된 데 이어 각 대학도 소수인종 우대 입학정책이 도입됐습니다.

이 조치로 주요 대학에서 흑인의 입학 비율이 올라가는 등 차별 시정의 성과를 거뒀으나 이후 인종에 따라 대입시 사실상 가산점을 주는 이 정책이 백인과 아시아계를 역차별한다는 주장이 꾸준하게 제기됐습니다.

다만 이후 바뀐 사회 지형과 백인 및 아시아계에 대한 역차별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며 현재는 미국의 50개 주 가운데 캘리포니아, 미시간, 플로리다, 워싱턴, 애리조나, 네브래스카, 오클라호마, 뉴햄프셔, 아이다호 등 9개 주는 공립대에서 인종에 따른 입학 우대 정책을 금지한 상태입니다.

미국 연방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소수인종 우대정책의 주요 수혜자로 꼽힌 흑인과 히스패닉계 학생들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 정책을 금지한 뒤 캘리포니아주의 대표적 명문공립인 버클리대에서 흑인과 히스패닉 학생 비중이 50% 가까이 급락했습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계의 영향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립니다.

실제 퓨리서치센터가 아시아계 미국인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 8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계의 경우 '어퍼머티브 액션' 자체에 대해서는 50%가 긍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었지만 대입시 인종을 고려하는 것에 대해서는 한국계 응답자의 72%가 반대했습니다.

연방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미국 대학들의 입시 방식 변경도 불가피해졌습니다.

대학들이 대법 판결에 따르면서도 교육 다양성 확보를 위해 시험 성적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거나 다른 유형의 입시 제도를 도입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Copyright © kbc광주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