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탄마귀 짓" 노조 비난에 출입 제한…현대차 대리점 대표 무죄→유죄

피켓 숨겨 사용못하게 한 재물손괴 부분은 무죄 유지

노동조합 조합원들의 사무실 출입을 제한해 노조원들에게 불이익을 준 혐의로 1심에서 무죄를 받은 현대자동차 대리점 대표가 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창원지법 형사5부(재판장 김형훈)는 지난 23일 재물손괴,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현차 대리점 대표 A(50대)씨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재물손괴건은 검사 항소 기각하고 노동조합법 위반 건에 대해서는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20년 8월 경남 통영에서 현대자동차 대리점을 운영하던 중 2층 사무실 출입문 비밀번호를 변경한 뒤 비노조원과 달리 노조원들에게만 번호를 알려주지 않으면서 사무실 출입을 제한해 노조원들에게 불이익을 준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또 지난 2021년 5월 노조원이 소유한 합계 50만 원 상당의 집회 시위용 피켓 10개 등의 물품을 숨기는 방식으로 사용할 수 없게 만든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법원은 '노예처럼 부려먹고 점심값조차 안 주는 현대자동차 대리점 대표를 규탄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노조 피켓 등을 숨긴 점(재물손괴)에 대해서는 A씨의 명예훼손이 계속되는 것을 막고자 벌인 행위를 인정해 무죄를 선고했다. 또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노동조합 가입 유무를 가지고 A씨가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근로자에 대해서만 변경된 비밀번호를 고지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노조원에 불이익을 준 혐의(노동조합법)에 대해서도 무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재물손괴죄에 대해서는 원심 판단을 인정하되 노동조합법에 대해서는 원심을 뒤집고 유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 대리점에 대한 시설관리권이 A씨에게 있지만 "사탄마귀같은 짓을 한다"며 노조 활동을 비난하며 노조원들과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사무실의 출입을 제한한 것은 노동조합의 단결권을 침해하는 부동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사용자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근로자의 정당한 노동조합활동을 부당하게 억제함으로써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 및 근로자단체의 노동3권인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침해했다"며 "다만 조합원들이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피켓으로 집회·시위를 해 A씨가 대응한 점 등에서 다소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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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CBS 이형탁 기자 tak@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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