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학입시 소수인종 우대’ 위헌에 파장…바이든 “강력 반대”

박주현 기자 2023. 6. 30. 08:1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낙태권 폐기 이어 보수우위 대법원 “인종 아닌 경험따라 대우해야”
소수자 사회 참여 제한 우려…바이든 “미국에 차별 여전히 존재”

미국 대학 입학에서 다양성을 위해 소수 인종을 우대하는 정책인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이 연방 대법원의 위헌 판결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미국 연방 대법원이 29일(현지시간) 대학입시 소수인종 우대 정책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리자 같은 날 시위대가 항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보수 성향의 대법관 다수인 연방 대법원이 낙태권 폐지에 이어 인종적 다양성을 추구하는 이 정책에 제동을 걸면서 미국 사회 전반에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연방 대법원은 29일(현지시간)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Students for Fair Admissions·SFA)이 소수인종 우대 입학 제도로 백인과 아시아계 지원자를 차별했다며 노스캐롤라이나대와 하버드대를 상대로 각각 제기한 헌법소원을 각각 6대 3 및 6대2로 위헌 결정했다.

최초의 흑인 여성 대법관인 커탄지 브라운 잭슨을 비롯해 소니아 소토마요르 등 진보 성향 3명의 대법관이 반대 의견을 밝혔다. 하버드대 판결에선 잭슨 대법관이 대학과의 관련을 이유로 결정에 참여하지 않았다.

대법원장인 존 로버츠 대법관은 다수 의견에서 “너무 오랫동안 대학들은 개인의 정체성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기술이나 학습 등이 아니라 피부색이라는 잘못된 결론을 내려왔다”면서 “우리 헌정사는 그런 선택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은 인종이 아니라 개개인의 경험에 따라 대우해야 한다”고 밝혔다.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소수 의견에서 “수십 년 선례와 중대한 진전에 대한 후퇴”라고 비판했다. 잭슨 대법관도 이에 대해 “우리 모두에게 진정한 비극”이라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시 현재 6대3의 보수 우위 구조로 재편된 대법원은 지난해 낙태권에 대해서도 위헌 결정을 내려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이 정책은 1961년 존 F. 케네디 당시 대통령이 ‘정부 기관들은 지원자의 인종 신념 피부색 출신 국가와 무관하게 고용되도록 적극적(affirmative)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행정명령을 내리면서 각 대학도 소수인종 우대 입학정책을 도입했다.

이 조처로 주요 대학에서 흑인의 입학 비율이 올라가는 등 차별 시정의 성과를 거뒀으나 인종에 따라 대입시 사실상 가산점을 주는 것이 백인과 아시아계를 역차별한다는 주장이 꾸준하게 제기됐다. 연방 대법원의 판결로 이 정책 주요 수혜자로 꼽힌 흑인과 히스패닉계 학생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 정책을 캘리포니아주 차원에서 금지한 뒤 버클리대에서 흑인과 히스패닉 학생 비중이 50% 가까이 급락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미국 대학의 입시 방식 변경도 불가피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대학의 입시 제도가 전면 재검토에 들어가며 큰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며 “이는 소수자들의 사회 참여 기회를 제한하고 고용 시장에서 인종 고려를 제한하는 등 광범위한 파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판결 이후 백악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이에 대해 “강력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같은 날 연방대법원의 소수인종 우대입학 위헌 결정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수십 년의 판례와 중대한 진보를 되돌리는 것”이라는 소수의견에 동의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우리 대학은 인종적으로 다양할 때 더 튼튼하다”면서 여러 인종의 광범위한 재능을 활용해야 국력이 강화된다고 주장했다.

또 “우리는 이 결정이 최종 결정이 되도록 둘 수 없다”면서 미국은 모두에게 공정한 기회를 준다는 이상을 가진 나라로 “대법원이 판결할 수는 있지만 미국이 상징하는 것을 바꿀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학이 “지원 학생의 다양성을 고려한 새 입학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지원자의 시험성적 등 기본적인 자격 요건을 검증한 뒤에는 경제적 어려움 등 학생이 극복한 역경을 평가하면서 인종도 한 요인으로 고려할 것을 주문했다. 이어 “미국에 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며 “오늘 결정은 이 단순한 사실을 바꾸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