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총에 맞아 10대 사망’ 프랑스서 사흘째 시위 격화…“인종차별” 분노

최서은 기자 2023. 6. 30.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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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경찰이 파리 교외에서 17세 소년에게 총격을 가해 사망하게 하면서 이에 분노하는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프랑스 파리 외곽 낭테르에서 교통 검문을 피하려던 알제리계 10대 청소년이 경찰 총에 맞아 숨지면서 프랑스 전역에서 경찰을 규탄하는 시위가 며칠째 확산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번 사태에 대해 경찰을 규탄하는 시위가 이어지면서 전날 421명의 시위 참가자들이 체포됐다. 정부는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4만여명의 경찰을 배치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개된 영상이 시민들의 분노에 불을 질렀다. 영상에는 지난 27일 경찰관 2명이 도로에서 멈춰 세운 차가 앞으로 나아가자, 운전석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기는 장면이 담겼다. “네 머리에 총알이 박힐 거야”라고 말하는 목소리도 녹음됐다.

10대 소년인 나엘(17)이 운전하고 있던 이 차는 총성 한 발이 울리고 난 후 수십m를 이동하다 기둥에 부딪힌 뒤 멈춰 섰다.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원이 처치를 시도했으나, 나엘은 현장에서 숨을 거뒀다.

경찰은 처음에 운전자가 차를 몰고 자신들을 향해 돌진하는 바람에 총을 쐈다고 설명했지만, 영상에는 운전자가 빠른 속도로 출발하는 장면만 담겨 ‘거짓 해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프랑스 경찰의 고질적인 인종차별 행태를 증명하는 이 영상은 프랑스 전역에 분노를 확산시켰고, 낭테르를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 경찰을 규탄하는 시위가 사흘 연속 이어졌다.

사건이 발생한 낭테르 주변 지역에서는 검은 옷을 입고 복면을 쓴 시위대가 보안대를 향해 불꽃과 폭죽을 발사했다. 거리에 큰 연기가 피어오르고 수십 대의 자동차와 휴지통이 불에 탔으며 도로에는 바리케이드가 세워졌다. 한 건물 벽에는 “나엘을 위한 정의”, “경찰이 죽인다”라는 그라피티가 그려져 있기도 했다.

29일 오후에도 낭테르에서 나엘 군을 추모하는 행진이 열렸다. 나엘 군의 어머니는 ‘나엘을 위한 정의 ’라고 적혀진 하얀색 티셔츠를 입고 행진을 이끌었다. 그는 “저는 오직 제 아들을 죽인 남자, 단 한 사람에게만 화가 나 있다”며 “그 남자가 문제이지 경찰 시스템 자체를 비난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분명 경찰이 나엘을 차에서 나오게 만드는 다른 방법이 있었지만, 가슴에 가까이 총을 쐈다”며 “아이들을 그렇게 죽인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규탄했다.

파리 등 수도권 지역에서도 시위가 번져 트램과 버스 운행이 중지됐고, 파리 15구와 가까운 클라마르는 오후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야간 통행이 금지됐다.

총을 쏜 경찰관은 살인 혐의로 예비 기소돼 구속 상태에서 수사받게 됐다. 검찰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당시 현장에 있었던 경찰관 2명을 조사하고 사건 현장을 촬영한 영상을 분석한 결과 해당 경찰관이 총기 사용의 법적 조건을 충족하지 못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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