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걸 고를까” 음식 맞는 와인 선택, 이것만 있으면 고민 끝? [김기정의 와인클럽]
최근 프랑스 남부 랑그독에서 세계에서 처음으로 인공지능 챗GPT를 활용한 와인이 만들어졌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습니다. 디 엔드(The end)라는 이름의 와인입니다.
두 명의 랑그독 사업가들이 챗GPT에게 “그르나슈와 시라 포도 품종으로 맛있는 랑그독 와인을 만들 수 있게 해달라”고 주문합니다. 또 과일향이 풍부한 와인으로 만들기 위한 포도품종 비율도 물어봅니다. 챗GPT는 “과일향이 많은 와인을 만들려면 그르나슈 60%, 시라 40% 비율로 섞고, 타닌이 강한 와인을 원하면 이 비율을 반대로 하라”고 조언했다고 합니다.
실제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이 가장 잘하는 영역은 ‘구분’입니다. 예를 들면 인공지능에게 여러 장의 오랜지와 사과 사진을 보여주고 학습시키면 인공지능은 실제 오렌지와 사과를 구분해 낼 수 있습니다. 이런 구분능력은 인공지능이 사람보다 훨씬 우수하고 효율적입니다.
‘이미지’ 뿐 아니라 ‘맛’을 구분해 객관화하는 작업도 가능합니다. ‘맛’은 주관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충분히 객관화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이미 롯데중앙연구소는 전자 코, 전자 혀 등의 기술을 이용해 다양한 종류의 커피 원두 맛을 구분해 놓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종류의 원두를 섞어 일정한 커피 맛을 내야 하는데 재배지의 기후변화, 물류사정 등에 따라 원두 공급이 원활하지 못할 수가 있습니다. 이럴 때 가장 비슷한 맛을 내는 다른 지역의 원두를 인공지능이 찾아내는 겁니다.
같은 방법으로 인공지능에 와인의 맛을 학습시키는 작업도 가능합니다. 소믈리에를 대신해 인공지능이 음식과 어울리는 와인을 추천하는 서비스도 이미 나와 있습니다. 아무리 훈련된 소믈리에라고 해도 수천, 수만가지의 와인 맛과 향을 구분해 내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인공지능 기술로 와인 맛을 구분하는 작업이 가능합니다.
불가역적인 시간의 ‘맛’도 인공지능이 예측할 수 있을까요? 장기숙성이 가능한 와인도 구분이 가능합니다.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부르고뉴 영빈티지 피노 누아를 마시고 장기숙성 가능 여부를 판단하기 힘듭니다. 인공지능은 시간이 지나면서 어떤 와인의 맛이 좋아질지 구분해 낼 수 있습니다. 이 능력은 의미가 큽니다. 일반적으로 장기숙성이 가능한 와인은 투자가치가 높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오래 보관할수록 맛이 좋아지기 때문에 와인의 가치도 높아집니다. 인공지능이 장기숙성이 가능한 와인을 구분할 수 있으면 이를 토대로 ‘투자상품’도 만들 수 있습니다.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그렇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이론과 현실은 다르다는 생각도 듭니다. 와인 맛을 결정하는 외부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샤토 몽로즈 2010년 빈티지는 뉴욕에서 보르도 우안 5대 샤토와 함께 마셔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당시 저는 5대 샤토 와인보다 더 맛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한국에 들어와서 2010년 빈티지를 구할 수 없어 2012년을 어렵게 사서 마셨는데 2010년과는 완전히 다른 와인이었습니다. 나중에 파리에 가서 현지 판매가를 살펴보니 2010년 빈티지가 2012년에 비해 배 가까이 비쌌습니다. 이후 2010년 빈티지를 다시 파리에서 사 와 지인들과 마셨는데 너무나 황홀한 맛에 지인들 모두가 ‘극찬’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마신 2010년은 아직도 숙성이 덜 돼 아쉬움이 컸습니다. 파리의 같은 백화점에서 구매했기 때문에 보관에 큰 차이는 없었을 텐데 정말 와인의 세계는 알다가도 모를 일 입니다. 그게 또 와인의 매력이기도 합니다. 챗GPT가 이런 와인의 매력을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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