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즉설]당권 줄래 신당 할까… 칼 가는 '엄중 낙연', 손잡자는 이재명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귀국하면서 민주당 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정치 행위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요. 친명계는 바짝 긴장하고 있고, 친낙계는 말을 아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주 [뉴스 즉설]에서는 1년 만에 정계 복귀한 이 전 대표가 어떤 길을 선택할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죠.
◇당권 접수 호락호락하지 않아
이 전 대표는 인천공항에서 "이제부터는 여러분 곁을 떠나지 않겠다. 대한민국이 이 지경이 된 데는 저희 책임도 있다는 것 잘 안다. 저의 못다 한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자리에는 지지자 1500여 명이 모여 대선 출정식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대선 경선 당시 이낙연 캠프에 몸담았던 설훈, 김철민, 이병훈, 박영순 의원과 신경민 전 의원도 모습을 보였죠.
이 전 대표는 너무 신중해 '엄중 낙연'이라고도 하는데 이날만큼은 발언의 수위가 상당히 높았죠. "못다 한 책임을 다하겠다"는 부분에 방점이 찍힙니다. 이게 무슨 말 일까요. 내년 총선, 나아가 대권을 염두에 둔 큰 그림을 그리겠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정계 복귀 후 첫행보로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김대중 대통령은 제 정치의 원점이다"고 했는데 내년 총선을 9개월 앞두고 호남 민심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보입니다.
이 전 대표는 아마 두 가지 큰 그림을 그리고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우선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재명 대표가 좌초할 경우에 대비해 민주당의 당권을 접수하는 일입니다. 이 대표는 지난 1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하며 승부수를 던졌죠. 민주당이 7월에는 국회를 열지 않기로 했고, 이 시기에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칠 수도 있어요. 그러면 이 대표는 불체포특권이 없는 상태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아야 하고, 최악의 경우 구속될 수도 있는 겁니다. 이런 어수선한 상황에서 이 전 대표가 무혈 입성할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민주당 호남 지지율 추락 주목
그런데 이 전 대표의 당권 접수는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이 대표가 당 대표직을 내려놓더라도 이 전 대표가 그 자리를 꿰차기는 어려운 구조입니다. 민주당 의원 167명의 계파 분포를 보면 친명계는 '처럼회'와 '7인회' 소속, 이 대표 체제에서 당직을 맡은 의원 등 70여 명으로 가장 많습니다. 비명계는 '민주주의 4.0'과 '민주당의 길' 소속 의원을 포함해 50명이고, 비명계 중 친낙계는 경선 캠프와 경선불복 기자회견에 참여했던 의원 40여 명으로 추정됩니다. 나머지 중립 성향의 의원은 40여 명으로 파악됩니다. 결국 친명계가 버티고 있는 한 이 전 대표의 당권 장악은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 '이낙연 신당'입니다. 친낙계 의원들은 내년 총선 공천을 못 받게 되고, 결국 탈당 후 신당 창당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지난 20-22일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광주·전라 지역 민주당 지지율이 43%로 무당층 40%와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민주당의 호남 지지율이 계속 50% 이하에서 머문다면 호남에 뿌리를 둔 신당이 가능성이 있다고 봐야 합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두 가지 방법 이외에 이낙연 전 대표가 이재명 대표와 손을 잡는 방법도 있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입니다. 이 대표는 25일 이 전 대표의 귀국에 대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백지장도 맞들어야 할 어려운 시국이어서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지만 원론적인 대답으로 봐야 합니다. 이에 대한 이 전 대표의 공식적인 반응은 나오지 않고 있죠.
친명계와 친낙계 사이에는 치유할 수 없는 앙금이 남아있어요. 친명계는 이낙연 캠프에서 대장동 특혜의혹을 제기해 이재명 후보가 대선에서 패배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친낙계는 공정한 당내 경선으로 이 전 대표가 본선에 나갔다면 대선에서 승리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죠. 양 진영은 대선 경선을 거치면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다음은 이낙연 전 대표의 귀국에 대한 민주당 주요 인사들의 반응을 살펴보도록 하죠.
■친낙 윤영찬 의원-"이분은 단어 하나하나를 골라 쓰는 굉장히 신중하신 그래서 시중에는 엄중낙연이다. 이런 얘기까지 나오지 않았습니까? 본인이 결국은 앞으로의 정치 행보에서 좀 새로운 모습을 보이겠다, 변화된 모습을 보이겠다 이런 각오가 있지 않았나 저는 생각을 합니다."(2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친낙 싱크탱크 신경민 전 의원-"지금까지의 이미지인 엄중, 신중만 가지고 오래 입을 닫고 있을 수는 없다고 봅니다. 그래서 적절한 시기에 곧 아마 북토크를 시작을 할 테니까요. 자연스럽게 나라에 대한 문제, 민주당에 대한 문제, 그리고 국내외 또 국제적인 현안에 대해서 얘기하지 않을 수 없는 시간이 곧 온다고 봅니다." (26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 집중)
■친낙 이개호 의원-"(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가) 손을 잡는다는 게 어떤 뜻인지 좀 정확히 잘 모르겠지만 같이 가겠죠. 당연히 같은 당이고 또 정치적으로 지향하는 목표가 같은데. 그런 측면에서 보면 함께 마음과 뜻을 합해서 당 혁신과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서 같이 매진하지 않겠습니까. 당연한 거라고."(26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
■친명 중진 우원식 의원-이재명 대표와의 갈등을 걱정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은데 분열과 갈등에 지친 당원들, 그리고 지지자분들의 기대에 대해서 이낙연 전 대표가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런 점에서 우리 당을 지남철과 같은 역할로 잘 결합을 시키고 또 윤석열 정권의 잘못에 대해서는 아주 단호하게 그렇게 해나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28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친명 안민석 의원-"정치 재개, 정치 행보를 본격적으로 하시기 전에 꼭 하셔야 할 한 가지 일이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제안드리겠습니다. 이재명 대표부터 만나십시오. 만나셔서 세 가지를 함께 결의하고 합의를 해야 합니다. 첫 번째 함께 검찰 정권에 맞서자. 두 번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함께 저지하자. 세 번째 당의 혁신을 위해서 힘을 모으자." (2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친문 전재수 의원-"이낙연 전 대표가 굉장히 현명하신 분이기 때문에 특정 진영의 중심으로 서려고 하는 그런 정치적 메시지와 정치적 선택은 하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조금 늦더라도 조금 더디 가더라도 당 내에 전반적인 폭넓은 지지를 얻어낼 수 있는 정치적 행위와 정치적 메시지를 낼 것이지 특정 진영의 구심점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26일 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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