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자르 감독 ‘쉴드’ 위한 기자회견 라방 생중계? 협회 “팬들과 소통 위한 순수한 의도”
오얏나무 아래에선 갓끈을 고쳐매지 말라고 했던가.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매사에 때와 장소를 가려 행동하라는 뜻이다.
튀르키예에서 열렸던 1주차 4경기 전패, 브라질에서의 2주차 4경기 역시 전패를 당했던 한국은 수원 홈에서 열린 2경기도 연패하며 2023 VNL에서 10전 전패를 당했다. 10경기에서 서른 세트를 내주는 과정에서 따낸 세트는 단 두 세트에 불과하다. 김연경(흥국생명), 양효진(현대건설) 등 기존 국가대표 주축 선수들의 대표팀 은퇴라는 핑계를 대기에도 민망한 성적표다.
‘세자르호’의 VNL 연전연패는 올해만 그런 게 아니다. 지난해에도 12전 전패를 당했다. 2023 VNL의 남은 두 경기도 강호인 중국(세계랭킹 5위, 2023 VNL 6승3패), 폴란드(세계랭킹 8위, 2023 VNL 8승2패)와의 경기라 사실상 2년 연속 VNL 전패가 확정됐다.
경기 뒤 기자회견장에 들어서자 대한배구협회로부터 공지사항이 하나 전달됐다. 세자르 감독과 선수들의 기자회견을 인스타그램 라이브방송으로 생중계하겠다는 것이다. 갑작스런 통보에 이날 서수원 칠보체육관에서 취재를 온 기자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라이브 방송으로 인해 어정쩡하게 진행된 기자회견을 마치고 대한배구협회측에 갑작스런 기자회견의 라이브방송을 통한 생중계에 대한 이유를 물었다. 대한배구협회 고위 관계자는 “협회 직원들 사이에서 팬들과의 소통을 위해 기자회견을 생중계하자는 의견이 나와서 갑작스레 결정하게 됐다. 세자르 감독을 옹호하거나 보호하기 위한 의도는 결단코 없다. 정말 팬들과의 소통을 위한 순수한 결정”이라고 해명했다.
기자단 간사를 통하거나 현장에 취재온 취재진들에겐 사전 동의를 구하지 않은, 아무런 협의 과정이 없었던 갑작스러운 라이브 방송 감행이 경기 이후의 세자르 감독과 우리 선수들을 보고싶어 하는 팬들의 요구나 소통을 위한 순수한 의도였을 수 있다. 그랬다면 왜 튀르키예나 브라질에서 진행된 8경기에는 기자회견을 생중계하지 않았을까. 아니 지난 불가리아전은 왜 하지 않았나. 세자르 감독의 비난 여론이 집중된 후의 첫 경기인 도미니카 공화국전 이후의 기자회견에서 갑작스럽게 라이브 방송으로 생중계 했기에 취재진들 사이에는 강한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한배구협회가 의도했든 아니든 세자르 감독을 여전히 지지하는 팬들은 이번 라이브 방송을 통해 세자르 감독에 대한 비판 기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볼 수 있게 됐다. 한 커뮤니티에서는 ‘라방 해주니 기레기(기자+쓰레기, 기자들의 멸칭)들이 지들 맘대로 쓰는 가짜뉴스에 안 낚이고 얼마나 좋아’라는 내용의 게시글도 있었고, ‘배구 기레기들이 너무 인터뷰 왜곡하니까 라방해주네’라는 제목을 글도 올라왔다.
수원=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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