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비만 걷어가는 노조는 필요 없다"…민주노총 떠나는 조합원들

최유빈 기자 2023. 6. 30.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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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위기의 양대노총… 노동계 지각변동] ① 민주노총 산하 노조 '엑소더스' 시작되나

[편집자주]한국 노동계의 양대 축인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이들의 행보에 실망한 조합원들이 하나둘 탈퇴하는 가운데 대안으로 떠오른 일명 MZ노조가 떠오르고 있다. 민주노총 주요 산별 노조 중 하나인 금속노조가 최근 주도한 총파업에도 일부 기업 노조만 참여해 이를 방증한다. 양대 노총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노동계의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한국 노동계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입주 건물 입구에 걸린 현판. /사진=뉴스1
▶기사 게재 순서
①"조합비만 걷어가는 노조는 필요 없다"…민주노총 떠나는 조합원들
②양대노총 '대안'으로 떠오른 MZ노조
③목적 잃은 '정치쇼'에 흔들린 양대노총 입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에 대한 회의감이 커지면서 조합 탈퇴를 추진하는 노조가 늘고 있다. 매달 조합비를 내지만 정작 필요할 때 민주노총에서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다. 탈퇴를 가로막던 제도적 장벽마저 허물어지면서 민주노총을 떠나는 기업 노조는 늘어날 전망이다.


민주노총 산별노조 '탈퇴' 줄이어


2019년 3월15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앞에서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노조원들이 포스코의 노조 탄압과 불법파견을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근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동조합 포스코지회는 '포스코자주노동조합'으로 이름을 바꾸고 금속노조에서 탈퇴했다. 고용노동부로부터 신고필증을 받고 산별노조인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아닌 기업 노조로 전환한 것이다. 2018년 민주노총에 가입한 지 5년여 만이다.

노조는 지난해 말부터 금속노조의 방해 속에 탈퇴를 추진했다. 포스코지회는 지난해 11월3~6일 탈퇴 찬반투표를 벌여 조합원의 66.8%가 찬성해 탈퇴를 가결시켰지만 절차 문제로 무효 처리됐다. 상급단체인 금속노조가 이의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금속노조는 총회 소집 7일 전까지 공고해야 한다는 노조법 규정을 어겼다고 항의했고 고용부는 이를 받아들여 보완 요청했다.

당시 금속노조는 지회장, 수석부지회장, 사무장을 제명하고 집행부와 대의원을 징계하며 탈퇴를 막고자 했다. 포스코지회는 같은 달 28~30일 재투표에서 조합원 69.93%가 탈퇴에 찬성표를 던졌다. 금속노조는 집행부가 제명됐기 때문에 총회 소집권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효력이 없다며 재차 발목을 잡았다. 이들은 지난달 법원이 '제명결의 효력정지' 가처분을 인용하면서 집행부로 복귀해 재탈퇴를 추진했다.

포스코지회에 앞서 다수의 노조가 민주노총 산하 산별 노조를 떠났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화섬노조) 롯데케미칼 대산지회는 지난 5월 조합원 총회에서 80.25%의 찬성으로 민주노총 화섬노조 탈퇴안을 의결했다. 이 밖에도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GS건설, 강원 원주시청 노조 등이 민주노총을 떠났다.


"기득권만 유지하려 해"…조합원들 불만 폭발


포항제철소 전경. /사진=포스코
민주노총 산하 노조들이 이탈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조합원들의 불만 때문이다. 상급노조가 매달 조합비를 징수해 갈 뿐 실질적인 도움은 주지 않는다는 이유다. 롯데케미칼 대산지회는 사측이 교섭창구 단일화를 이유로 여수공장 노조와 교섭에 나서면서 입지가 줄었다. 이때 조합원들 사이에선 산별노조가 해주는 것 없이 조합비만 많이 떼어 간다는 불만이 불거졌다. 대산지회가 매년 화섬노조에 납부하는 조합비는 7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지회의 탈퇴 이유도 롯데케미칼 대산지회와 비슷하다. 포스코지회는 대형 노조 가입 전 이미 3300명의 조합원을 확보했다. 노조 활동에 대한 지식이 없었던 포스코지회는 금속노조에 가입한 뒤 초기 정착을 위한 지원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금속노조 측에서 조합원들에 정의당 가입을 독려해 직원들의 불만은 커져만 갔다.

익명을 요청한 포스코자주노조 간부는 "월 조합비가 3만원이었고 3300명이 조합비를 납부했기 때문에 금속노조가 받아 간 돈이 연간 수억원에 달하지만 지원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며 "오히려 투쟁 정신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들어야 했고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민주노총에 대한 불만이 폭발했다"고 설명했다.


집단 탈퇴 막는 조항 시정명령…민주노총 이탈 행렬 이어지나


고용부가 산별 노조의 집단 탈퇴를 막는 조항에 시정명령을 내리면서 민주노총 산하 노조들이 추가로 이탈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고용부는 노조 상급단체가 집단탈퇴를 금지하는 규약 등을 토대로 지부·지회의 조직형태 변경을 방해하는 부당한 사례들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렸다. 고용부의 시정명령 덕분에 포스코지회와 롯데케미칼 대산지회도 민주노총을 벗어났다.

노동계 안팎에선 민주노총을 탈퇴하는 노조가 더 늘 수밖에 없다고 본다. 기존 노동조합의 행보에 염증을 느낀 조합원들은 기업별 노조 또는 MZ노조로 대표되는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 가입을 고려하며 변화를 예고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과거에도 보수 정권이 들어서면서 노동계와 갈등이 불거졌을 때 상급노조를 탈퇴하는 노조가 많았다"며 "앞으로 대형 노조를 이탈하는 조합이 늘어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해당 상급단체는 이런 노조들이 더 이탈되지 않도록 조직활동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유빈 기자 langsam4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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