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분기 GDP 2.0% 급등”···브레이너드 “내년 11월께 물가 2%”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뉴욕=김영필 특파원 2023. 6. 30.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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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얼 브레이너드 백악관 CEA 위원장. 로이터연합뉴스
[서울경제]

29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1분기 국내총생산(GDP)과 노동 관련 지표가 상당히 잘 나왔지만 혼조세로 마감했습니다. 나스닥이 0.00%(-0.42포인트) 내린 반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0.45%, 0.80% 뛰었는데요. 강한 경제가 침체 우려를 낮춰 증시에 좋은데 나스닥은 국채금리가 상승하면서 오름폭이 제한됐습니다. 이날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한때 연 3.85%대까치 치솟았는데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어제에 이어 이날도 통화긴축 필요성을 제시했습니다. 지난 2월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에 임명된 레이얼 브레이너드는 내년 11월께 인플레이션이 약 2%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밝혔는데요.

어제 대형 은행들이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과했다는 소식에 이날 대형 은행주가 강세를 보였습니다. 나이키는 128억3000만 달러의 매출로 월가 예상(125억9000만 달러)을 깼지만 주당순이익이 66센트로 기대(67센트)에 못 쳤는데요. 참고로 미 대법원은 대학들의 소수인종 배려 정책이 위헌이라고 결정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바그너 그룹 반란과 관련된 인물들의 숙청에 나섰죠. 오늘은 주요 경제 지표와 파월, 브레이너드의 발언을 살펴보겠습니다.

“1분기 소비 4.2% 2021년 2분기 이후 최고”···“금리선물시장, 2회 이상 금리인상 가능성 상승”

먼저 1분기 GDP부터 보죠. 이날 나온 1분기 GDP 최종치가 전기 대비 연율 기준 2.0%로 나왔습니다. 잠정치 1.3%, 블룸버그통신 집계 전망치 1.4%를 모두 뛰어넘었는데요. 미국 GDP는 속보치와 잠정치, 최종치 3번에 걸쳐 발표됩니다. 잠정치보다 0.7%포인트(p)나 높은 건데요.

GDP가 크게 오른 것은 소비 덕입니다. 소비의 경우 1분기에 4.2% 증가해 2021년 2분기(12.1%) 이후 최고치를 찍었는데요.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GDP 강세는 미 의회예산국(CBO)의 팬데믹 이전 예측보다 1.6% 높은 소비자 지출 강세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수출도 한목했는데요. 지난해 4분기 -3.7%였던 수출이 1분기에 7.8%로 돌아섰습니다. 스콧 호이트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선임 디렉터는 "올 들어 사회보장연금의 생활물가조정분(COLA)을 8.7% 올린 것이 소비지출을 높였을 수 있다”면서도 “전반적으로 경제는 상당히 회복력이 있으며 올해 시작되는 경기침체 확률이 떨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는데요.

이번에 GDP뿐만 아니라 국내총소득(GDI)도 상향 조정됐습니다. GDP는 지출, GDI는 소득 측면에서 보는 건데요. 잠정치 때 -2.3%였던 게 -1.8%까지 올라왔습니다. 적지 않은 경제학자들이 GDP보다 나은 지표라고 보기도 하는 GDP와 GDI의 평균인 GDO(Gross Domestic Output)도 -0.5%였던 게 0.1%로 바뀌었습니다. 잠정치(1.3%)가 속보치(1.1%)보다 높게 조정됐을 때도 GDO로 보면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인 데다 최근 5분기 가운데 4분기가 마이너스여서 경기가 어디로 갈지 애매하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이번에 GDO로 봐도 1분기에 플러스를 기록하면서 연쇄 사슬을 끊었는데요.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고문은 “지난해 많은 사람들이 경제가 올해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GDP를 보면) 미국 경제는 대부분의 다른 나라보다 훨씬 더 회복력이 있고 재빠르다”고 평가했습니다. 애틀랜타 연은에 따르면 2분기 GDP 전망치가 1.8%죠.

1분기 GDP 최종치 수정표

이는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에서도 드러나는데요. 지난 주(6.19~6.23)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23만9000건으로 블룸버그 집계치 26만5000건을 하회했습니다. 전주보다도 2만6000건 줄어들었는데요. 2021년 10월 이후 가장 감소폭이 크다고 합니다.

최소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청구하는 계속 청구건수는 174만2000건이었는데. 월가 전망치는 176만5000건이었죠. 계속 청구건수도 전주보다 1만9000건가량 감소했는데요.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네소타주가 방침을 바꿔 학교 수천 명의 시간제 근로자들이 여름방학 동안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 6월 첫 3개주 동안 실업급여 수가 늘어나는 데 일조했다고 합니다. 시기적 요인이죠. 루빌라 파루키 하이 프리퀀시 이코노믹스의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지금까지 노동수요가 상당히 악화한다는 신호가 없다”며 “타이트한 노동시장은 기준금리 경로를 계속 위쪽으로 향하게 만들 것”이라고 전했는데요.

‘강한 노동=견고한 소비=끈적끈적한 인플레’입니다. 사실 이번 GDP 보고서상에서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이야기는 크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경제가 좋으니 그럴 법한데요. 분기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잠정치 4.2%에서 4.1%로, 농산물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가 5.0%에서 4.9%로 내려왔지만 연준의 기대와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1시30분 현재 7월 기준금리 0.25%p 인상 확률은 86.8%까지 뛰었습니다. 이후 9월과 11월, 12월의 경우 7월에 0.25%p를 올린 뒤 동결한다는 확률이 가장 높지만 추가 인상 가능성이 꽤 올라갔는데요. 12월만 놓고 보면 5.25~5.50%가 53.7%로 1위지만 5.50~5.75%가 32.6%로 하루 새 11.1%p 높아졌습니다. 5.75~6.00%를 점치는 이들도 5.1%나 되는데요. 시장에서도 2회 이상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조금씩 반영되는 모습입니다.

파월 “긴축 더 하는 것과 덜 하는 것 아직 균형 못 찾아”···브레이너드 “대통령 선거 전에 2% 주변에 도달 가능”

이 같은 상황 뒤에는 파월 의장도 있습니다. 이날 오전 스페인 중앙은행장과 대담을 한 그는 전반적으로 어제의 매파 발언 수준 유지했는데요.

파월 의장은 “처음에는 과도하게 금리를 올릴 위험이 약간 있었고 적게 할 위험이 많았는데 목적지로 가면 갈수록 이들 위험은 더 균형을 맞추게 된다”면서도 “나는 우리가 아직 균형을 찾았다고 말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예를 들면, 과도하게 금리를 인상할 위험이 처음에 1, 적게 할 위험이 9였는데 계속 금리를 올리면서 과잉긴축 리스크가 커지면서 둘이 가운데서 5대5로 엇비슷하게 만나게 될 거라는 말인데요. 지금까지 파월은 “양쪽의 위험이 더 많이 균형을 잡았다(more balanced)”는 표현을 써가며 양쪽을 같이 본다는 느낌을 줬습니다. 그런데 어제에 이어 오늘, 이 균형을 찾지 못했다며 추가 긴축의 필요성을 강조한 건데요. 말을 완전히 바꾼 수준은 아니지만 포인트를 주는 대목이 달라진 거죠. 컵에 물이 반이 남았냐 아니면 반밖에 없느냐 그런 겁니다.

파월 의장은 또 “단기간 내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에 매우 민감할 것이며 한동안 낮은 인플레이션 환경으로 돌아간다고 가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다수의 FOMC 참석자들이 연말까지 두 번 이상의 금리인상이 적절하다고 예상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계속해서 높으며 이를 2%로 되돌리는 길은 멀 것”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어제처럼 모든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는데요. 그는 경제전망이 “특히 불확실하다(particularly uncertain)”고 했습니다. 직접적으로 말하면 자기들도 자신이 없다는 거죠. 그러면서 “특정 횟수의 금리인상이 아니라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릴 수 있는 정도의 충분히 제한적인 금리가 되느냐가 중요하다”며 “추가금리 인상 시기와 수준은 경제의 경로에 달려 있다”고 전했습니다.

오늘 지표도 그렇고 전체적인 흐름상 꼭 2번이나 3번 인상할 수도 있다는 말에 가깝겠지만 인플레가 빨리 떨어진다면 덜 올릴 수 있다는 문을 열어 둔 셈인데요. 매파적이지만 가능성을 남겨둔 어제와 비슷합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파월의 다음 금리인상 단계를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했다”고 봤는데요.

연준의 6월 경제전망

흥미로운 건 브레이너드입니다. 그동안 조용했던 브레이너드가 이날 대담(?)한 발언을 했는데요. 그는 이날 워싱턴D.C.에서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가 주최한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올 하반기에 걸쳐 물가 수치가 계속해서 개선될 것이라고 볼 수 있는 좋은 근거들이 있다”며 “내년 선거 전에 인플레이션이 약 2%나 2%보다 살짝 높은 수준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했는데요. 그는 지금까지 끈적끈적했던 주택비용도 상당히 내려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브레이너드가 구체적으로 어떤 물가 지표를 기준으로 얘기했는지는 불분명한데요. 일단 6월 연준의 전망치를 보면 내년 헤드라인 PCE와 농산물과 에너지를 뺀 근원 PCE가 모두 2.6%로 예상됩니다. 두 수치가 같으니 뭐가 됐든 브레이너드는 연준보다 0.4~0.5%p 안팎 내년 물가를 더 낮게 보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한데요. 연준은 2025년에야 헤드라인 2.2%, 근원 2.1%로 연준의 타깃에 근접할 거로 봅니다.

백악관이 연준보다 상당히 낙관적이라는 얘기인데요. 이대로라면 금리인상을 덜 해야 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유지하는 기간도 짧아져야 할 수 있지요.

브레이너드는 연준에 있을 때도 대표적인 비둘기였죠. 그는 또 “상업용 부동산을 살펴보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으며 아직은 잘 관리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상황을 낙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미국 경제는 회복력이 있고 꽤 잘 굴러가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습니다.

여기까지 오면 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에 경기침체가 없을 것이라고 한지 이해가 되죠. 마음에 걸리는 것은 브레이너드가 내년 대통령 선거(11월5일)을 물가 2% 달성 시점으로 제시했다는 점입니다. 그는 이날 바이든 정부의 경제정책 성과를 늘어놓았는데요. 브레이너드 전망대로 될 수도 있지만 상황을 더 봐야겠죠. 어쨌든 앞으로는 선거라는 정치 요인의 영향력이 경제 부문에도 조금씩 커질 것 같습니다.

“더들리, 10년 국채금리 낮아 최소 4.5% 갈 수 있어”···“S&P500 11개 부문 6월 모두 플러스”

그러고 보면 연준 내에서도 추가 긴축을 원하지 않는 이가 남아있습니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많은 항목이 정상 범위에 들어오고 있다며 “나는 연준 의장을 포함해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것만큼 긴박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는데요.

그는 “인플레이션이 우리의 타깃을 벗어나거나 상당 기간 정체돼 있거나, 인플레이션 기대가 어려운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내가 먼저 나서서 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고 말할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나는 (금리를 올리지 않고 지금 수준에서) 기다리는 것이 더 편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어쨌든 보스틱의 말에서는 파월이 확고한 자신감은 없어도 현재 금리인상에 기울어져 있음이 재차 확인되는데요. 연장선에서 미 국채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윌리엄 더들리 전 뉴욕 연은 총재는 이날 블룸버그 기고에서 “지난해 가을 이후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3.75% 안팎의 좁은 범위에 머물러 있는데 그럴 이유가 없으며 상당히 더 높아질 수 있다는 많은 이유가 있다”며 “경제는 여전히 튼튼하고 노동시장이 타이트하며 인플레이션이 높은 상황에서는 연준이 더 오래 단기금리를 높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는데요.

그는 10년 물 미 국채금리가 최소 4.5%까지 오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는 보수적으로 잡은 것이며 더 뛸 수도 있다는데요. 지난해 10월에 4.2%대를 보였었죠. 더들리는 “인플레이션은 연준의 타깃인 2%보다 확실히 높을 것이며 인플레 불확실성에 투자자들은 더 많은 보상을 요구할 것"이라며 "연준은 매달 600억 달러씩 국채 보유액을 줄이고 있으며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 국채를 많이 사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29일(현지 시간) 미 10년 물 국채금리 추이. GDP 자료 이후 급등하는 게 보인다. 마켓워치 화면캡처

국채금리 상승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에 부담을 줄 수 있는데요. 마이클 스몰얀스키 연준 이코노미스트는 ‘시대의 종말: 다가오는 기업이익과 증시 수익률의 장기 둔화’라는 이름의 보고서에서 “낮은 금리와 법인세율에 따른 기업이익 상승은 지속하기 어려우며 앞으로 상당한 이익성장률 감소와 증시 수익률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며 “1989년부터 2019년 사이의 기업이익 실질 성장률의 거의 절반이 낮은 세율과 차입비용에서 나왔다”고 주장했습니다. 미 경제 방송 CNBC는 “낮은 세율과 금리가 주식을 떠받치던 시대가 끝나가고 있으며 앞으로 증시의 수익률이 낮아질 것이라는 논문”이라고 전했는데요.

이날 대형 은행주가 상승했지만 업계 전반의 수익성 고민은 여전할 것으로 보입니다. 초대형 은행이야 괜찮지만 나머지가 문제인데요.

블룸버그에 따르면 1분기 상위 84개 은행의 이자비용 지출금액이 720억 달러로 전년 대비 12배나 증가했다고 하는데요. 이는 브로커를 끼고 예금을 당겨오는 ‘핫 머니’가 크게 늘었기 때문입니다. 8000억 달러가 넘는다는데요. 브로커를 통해 단기간에 예금을 유치할 수는 있겠지만 그 대가(이자)가 있는 거죠.

증시는 이달 들어 어제인 28일까지 S&P500의 11개 부문 수익률이 모두 플러스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상승 종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는 건데요. 캐롤 쉬레이프 BMO 패밀리 오피스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경제 지표는 미국 경제가 더 회복력이 있다는 점을 보여주지만 연준이 금리를 더 올리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장은 경제 데이터를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함께 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막판까지 노동이 버티면 해피엔딩, 무너지면 슬픈 이야기가 될 수 있는데요. 내일은 5월 PCE가 나옵니다. 블룸버그 중앙값은 개인소비 0.2%, 실질 개인소비 0.1% 증가인데요. 인플레이션은 △전월비 0.1% △전년비 3.8% △근원 전월 0.3% △근원 전년 4.7% 등입니다. 여전히 근원이 높은데 전체적인 소비 상황과 함께 실제 수치가 어떻게 나올지 잘 봐야하는데요. 연준이나 경제지표에 관한 깊이 있는 해석은 꼭 ‘3분 월스트리트’에서 찾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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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김영필 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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