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CGV와는 달라… '유상증자' SK이노에 긍정 전망 나오는 이유

이한듬 기자 2023. 6. 30.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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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이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사진=이한듬 기자
CJ CGV와 SK이노베이션이 대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한 이후 거센 후폭풍을 마주했다. 발행 주식 수 증가에 따른 주주가치 훼손 등에 대한 우려가 불거지면서 회사의 주가가 폭락을 거듭하고 주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SK이노베이션의 주가는 하루 전보다 2700원 내린 15만8000원에 장을 마쳤다. SK이노베이션의 주가는 지난 23일 유상증자를 발표한 이후 지속 하락하고 있다. 23일 18만2600원이던 주가는 4거래일 만에 13.5%가량 빠졌다.

SK이노베이션에 앞서 지난 20일 유상증자를 발표한 CJ CGV의 주가 역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CJ CGV의 주가는 유상증자 발표 당일인 1만4500원에서 지난 29일 9140원으로 36.9% 급락했다.

유상증자는 신주를 발행해 기존 주주나 신규 주주에게 대금을 받고 파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선 부채상환이나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지만 통상 신주에 할인율을 적용해 발행하는 데다 전체 주식 수가 크게 늘어나 기존 주주들의 주식 가치가 희석될 우려가 있어 주가에 악재가된다. CJ CGV와 SK이노베이션의 주가하락도 이 같은 시장의 우려가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두 회사의 유상증자에는 차이가 있다. 발행주식 규모나 증자 목적, 활용 계획 등을 볼때 SK이노베이션의 유상증자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CJ CGV는 5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주당 7630원에 신주 7470만주를 발행할 계획인데 현재 주식 총수(4772만8537주)보다 160%가량 많은 수준이다. 기존 주식보다 새로 발행되는 주식 수가 더 많기 때문에 주식 희석규모가 더 클 수밖에 없다.

SK이노베이션의 유상증자 규모는 1조1800억원이다. 발행되는 신주는 819만주로 증자 전 발행주식 총수(9246만5564주)의 8.8% 수준에 그친다.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하는 자금의 용도에도 두 회사 간에 차이가 있다. CJ CGV는 5700억원의 조달자금 중 채무상환에 3800억원이다. 채무상환 비중이 전체의 67%로 사실상 빚을 갚기 위한 유상증자나 마찬가지다는 평가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1조1800억원 중 70%를 타법인증권 취득자금(4092억원, 약 35%), 시설자금(4195억원, 약 35%)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수소·암모니아 등 미래에너지 사업 발굴과 R&D를 위한 시설 조성에 쓰겠다는 것이다. 채무상환은 3500억원으로 30% 수준이다.

SK이노베이션은 대표이사인 김준 부회장이 직접 주주서한을 보내며 유상증자의 취지와 배경을 주주들에게 설명하며 소통에도 적극적이다. 증권가에서는 SK이노베이션의 유상증자가 단기적으로는 악재로 보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호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영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은 모집한 자금으로 기존 정유 및 석유화학 산업에서 벗어나 수소·암모니아, 차세대 소형 모듈 원자로, 폐기물의 에너지 전환, 탄소포집 등 신규 친환경 사업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유상증자에 따른 지분희석과 주주가치 훼손은 아쉽지만 SK이노베이션의 자체 사업이 올드 이코노미(정유 등)에서 뉴 이코노미로의 변화가 나타난다면 중장기적 관점에서 밸류에이션 확장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도 "단기적으로 투자심리를 약화시킬 수 있지만 증자에 따른 신규사업 확대 기대감이 있어 투자심리 약세가 장기화되거나 파급효과가 크진 않을 것"이라 분석했다.

SK이노베이션은 주주가치 제고에도 나설 방침이다. 김준 부회장은 주주서한에서 "주주환원에 대한 회사의 강력한 의지는 유효하다"며 "보유 중인 자사주 활용과 관련해서도 주주가치 제고를 부합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다양한 방법을 검토 중에 있다"며 "기업 근본적 가치 확장을 위한 SK온 정상화, SK온과 SK이노 간의 주식교환 권한 부여, 구주매출을 통한 특별배당, 자사주 소각 등을 검토 중인 만큼 향후 경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한듬 기자 mumfo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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