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제2의 타다 사태 막으려면
긴 시간을 허비한 지금 차량호출 플랫폼은 혁신의 대열에서 이탈해 한낱 콜택시의 다른 모습으로 명맥을 유지하는 초라한 모습이 됐다. 4차 산업혁명의 한 축은 IT 기반의 생산혁명이고, 다른 한 축은 플랫폼 기반의 서비스혁명이다. 서비스혁명의 핵심인 플랫폼의 혁신이 정체된 개인운송 서비스 시장은 성장을 멈췄다.
그렇다고 플랫폼 사업자의 진입을 막은 택시 업계가 좋아진 것도 아니다. 성장이 멈춘 시장에서 택시기사의 수입이 늘어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성장하지 못한 시장에서는 이전투구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조그만 택시호출 시장에 갇혀 버린 카카오 모빌리티는 택시호출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고도 이익을 내지 못하는 처지이니 업계 전체의 상황은 말할 것도 없다.
가장 뼈아픈 것은 플랫폼 경제의 등장을 계기로 택시업계의 시장 성장을 도모할 절호의 기회를 놓쳐 버렸다는 것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택시업계는 ‘턱없이 싼 택시요금→서비스 질 저하→택시요금 인상 억제’의 악순환 고리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허덕이고 있다. 그 결과 택시 이용자는 질 낮은 서비스를 받으며 불만만 쌓였다. 택시업계 종사자는 저소득에 시달리며 모두가 패배자인 수렁에 빠져 버리고 말았다.
플랫폼 경제는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안성맞춤의 도구다. 차량호출 서비스 플랫폼은 개인운송 서비스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혁신 기능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혁신 플랫폼을 통한 서비스 질 향상을 도모하고,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서비스 가격 상승을 이끌어냄으로써 악순환의 굴레로부터 탈출하는 좋은 방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악순환 고리를 끊는데 실패했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첫째는 플랫폼의 혁신 기능을 활용한 서비스 질 향상이다. 둘째는 서비스 질 향상을 기반으로 한 가격 상승의 수혜를 기존 택시업계 종사자들이 공동으로 누리는 상생의 과정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조건은 모두 충족되지 못했다. 우선 정치권과 정책당국은 플랫폼 혁신이 몰고 올 당장의 택시 업계 반발과 사회적 갈등에 대해 지레 겁을 먹고 플랫폼 혁신을 막아 버렸다. 서비스의 원천적 금지라는 가장 손쉬운 길을 선택한 것이다. 플랫폼 업계의 행동 역시 적절하지 못했다. 플랫폼 혁신이라는 명분 아래 기존 업계와의 공존 노력을 소홀히 함으로써 혁신에 대한 저항을 더욱 거세게 했고, 제 무덤을 파고 말았다.
타다 사태는 대한민국의 정치적, 사회적 갈등 해소 능력이 얼마나 떨어지는가를 여실히 보여준 대표적 사례로 남았다. 이해 당사자들은 시작부터 서로 적대시했다. 이를 중재해야 할 정치권은 정치적 이익을 위해 오히려 갈등을 조장한 현실에 대해 통렬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런 반성의 기초 아래 ‘상생형 혁신’을 도모하는 성숙된 해법을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 혁신과 상생은 상호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것이다. 지속가능한 성장 시장에서는 혁신과 상생이 공존한다.
혁신과 상생의 공존은 이해당사자들의 상호 이해와 정부의 제도설계 역량이 요구되는 일이다. 상생은 기업의 팔을 비틀어 하는 억지 상생이 아니라 시장에서 일어나는 혁신이 상생을 이끌어내는 시장형 상생이어야 한다. 정부는 이런 상생형 혁신이 일어날 수 있는 환경과 제도적 시스템을 만들어 줘야 한다. 업계는 독점적 이익 추구의 유혹에 빠지지 말고 혁신을 가속해야 한다.
혁신과 상생이 공존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내는 일은 쉽지 않지만, 한번 그 길로 들어서면 그로부터 얻는 과실은 아주 크다. 그 길을 찾아내는 일이 지금 정부와 플랫폼 업계에 주어진 가장 중요한 과제다.
최훈길 (choigig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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