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장·차관급 15명 인선… 與 "개혁 박차" vs 野 "철회하라"

곽은산 2023. 6. 30.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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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이권 카르텔과 싸워라” 당부
통일장관 김영호·권익위장 김홍일
차관급 11개 부처 13명 물갈이
대통령실 비서관 출신 5명 차출
장미란 문체부 차관 ‘깜짝’ 발탁
‘尹정부 첫 개각’ 정치권 반응
野 “김영호, 분단 고착화 우려”
김홍일 겨냥 “사정기관 만들 것”
김채환엔 “절대 임명해선 안돼”
與선 “원칙과 강단으로 정상화”
대통령실, 방통위원장 인선 관련
“고려사항 많아… 추후 발표할 것”
산업부 장관 인선도 ‘잠정 보류’
국정원장 유임… “안보 헌신하라”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취임 후 첫 개각을 단행하고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 김영호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국민권익위원장으로 김홍일 전 부산고검장을 임명했다. 13명의 차관급 인사에서는 11개 부처 차관 12명을 대거 교체했는데 이 중 5명이 ‘1기 대통령실’ 비서관 출신으로 채워졌다. 집권 2년차를 맞아 각 부처에 실세차관을 포진시킨 친정체제를 구축하며 국정 장악력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왼쪽)와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 내정자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각각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이날 차관으로 내정된 대통령실 비서관들을 만나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고위직 공무원으로서 업무를 처리해 나가면서 약탈적인 이권 카르텔을 발견하면 과감하게 맞서 싸워 달라”고 당부했다.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총 15명의 장·차관급 정무직 인선안을 발표했다.

김 실장은 김 장관 후보자에 대해 “대통령실 통일비서관, 외교부 인권대사를 역임한 국제정치·통일정책 분야 전문가”라며 “통일부 통일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고 있어 원칙 있는 대북정책, 일관성 있는 통일전략을 추진할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김 권익위원장 내정자에 대해선 “40년 가까이 검사 및 변호사로 활동했으며 법 이론에 해박하고 실무경험이 풍부한 정통 법조인”이라며 “강직한 성품과 합리적 리더십을 통해 부패 방지 및 청렴 주관기관으로서 권익위 기능과 위상을 빠르게 정상화할 수 있는 책임자”라고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국토교통부 1·2차관으로 김오진 관리비서관과 백원국 국토교통비서관을 각각 발탁하는 등 대통령실 비서관 출신 인사들을 전면배치시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으로는 조성경 과학기술비서관, 환경부 차관으로는 임상준 국정과제비서관, 해양수산부 차관으로는 박성훈 국정기획비서관이 각각 임명됐다.
대통령실은 29일 장·차관 인선 등 부분 개각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 윗줄 왼쪽부터 김완섭 기획재정부 제2차관, 조성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 오영주 외교부 제2차관, 문승현 통일부 차관,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한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임상준 환경부 차관. 아랫줄 왼쪽부터 이성희 고용노동부 차관, 김오진 국토교통부 제1차관, 백원국 국토교통부 제2차관, 박성훈 해양수산부 차관, 오기웅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김채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원장 내정자. 대통령실 제공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으로는 역도선수 출신 장미란 용인대 체육학과 교수가 깜짝 발탁됐다. 기획재정부 2차관에는 김완섭 기재부 예산실장이, 외교부 2차관에는 오영주 주베트남 대사가, 통일부 차관으로는 문승현 주태국 대사가 임명됐다.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에는 한훈 통계청장이, 고용노동부 차관에는 이성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이,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에는 오기웅 중기부 기획조정실장이 발탁됐다.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으로는 김채환 전 서울사이버대 전임교수가 임명됐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비서관들이 차관으로 나가는 건 상당히 일반화된 코스”라며 “집권 2년차를 맞이해 개혁동력도 얻고 하기 위해서는 부처에 좀 더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 가서 이끌어 줬으면 좋겠다, 그런 취지”라고 설명했다.

◆野 “인사가 망사… 철회하라” vs 與 “개혁 박차 계기될 것”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10여개 부처 장·차관 교체 인선을 발표했지만 사실상 일찌감치 이동관 대통령 대외협력특보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방송통신위원장 발표는 미뤄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방통위원장 인선에 대해 “인사라는 것이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고 어차피 비어 있으니 추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이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인선 발표도 잠정 보류된 분위기다. 당초 장관급에선 통일부 장관 후보자와 권익위원장만 이번에 발표하고, 산업부 인선은 추후 이어질 것으로 점쳐졌다.
통일부 장관으로 지명된 김영호(왼쪽) 성신여대 교수와 국민권익위원장으로 지명된 김홍일 전 부산고검장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의 장·차관 인사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뉴시스
야권은 이날 윤석열정부 첫 개각에 “인사가 망사”라며 맹폭했다. 특히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와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 내정자, 김채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 내정자에 대해 “임명해서는 절대 안 될 사람”이라며 내정 철회를 촉구했다. 반면 여당은 “개혁과 민생을 위해 더욱 박차를 가할 계기가 될 것”이라며 평했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통일부 장관에 지명된 김 후보자에 대해 “통일이 아니라 영구 분단을 기도할까 걱정스러운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김 후보자는 과거 ‘북한 체제 파괴’나 ‘김정은 정권 타도’와 같은 대북 강경 발언을 해 온 인물이다. 정의당 김희서 수석대변인도 “통일부를 ‘통일파괴부’로 만들겠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검찰 출신인 김홍일 내정자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 시절인 2007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도곡동 땅 차명보유와 BBK 의혹 사건을 수사 지휘한 이력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당시 두 사건은 모두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됐다. 민주당 박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권익위 역시 정권의 사정기관으로 전락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무원인재개발원장으로 지명된 김채환 내정자는 ‘김채환의 시사이다’라는 본인 유튜브 채널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군인을 생체 실험의 대상으로 사용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중국 공산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 시위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등을 주장한 게 드러나 야당의 비판이 거세다. 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가짜뉴스를 유포하고 거짓 선동이나 하는 사람을 공무원인재개발원장에 등용하다니 기가 막힌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김채환 내정자가) 가짜뉴스로 공무원을 교육한다는 것은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김채환 내정자는) 교육 분야와 언론 분야에서 일했기에 소통에 능하다”고 말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연합뉴스
국민의힘도 엄호에 나섰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통일부 장관에 내정된 김 후보자에 대해 “한반도 평화를 위한 원칙 있는 전략을 수립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권익위원장으로 지명된 김홍일 내정자에 대해서도 “권익위를 오랜 법률가 경력을 바탕으로 원칙과 강단에 입각해 정상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김규현 국정원장으로부터 대면 보고받은 사실을 알리며 김 원장을 재신임했다. 국가안보실은 “윤 대통령은 오늘 오후 국정원의 조직 정비에 대해 원장과 주요 간부들로부터 보고받고, 국가안보와 국민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 헌신할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이날 대면 보고는 최근 국정원 인사 파동으로 경질설이 제기됐던 김 원장을 재신임했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알린 것으로 해석된다. 인사 농단의 장본인으로 지목됐던 A씨가 김 원장 측근이었다는 점에서 국정원 안팎에서 김 원장 책임론이 불거졌지만, 조직 안정과 사태 수습에 힘을 실은 것으로 분석된다.

곽은산·김승환·이현미·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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