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억원 들여 지은 대구 앞산 캠핑장, 문 열지 못하는 까닭은?
대구 남구 대명동 앞산 해넘이 캠핑장에 잘 관리된 잔디밭 뒤로 멋들어지게 지어진 건물 5동이 줄지어 서 있었다. 건물 내부에는 TV와 식탁, 화장실, 주방시설 등이 갖춰져 있었다. 이곳에는 펜션형 캠핑 시설 5동을 포함해 몽골식 게르형 9동, 돔형 4동 등 18동의 캠핑시설이 들어서 있다. 얼핏 보기에는 야영지라는 의미의 캠핑장보다는 숙박시설에 가까워 보였다.
대구 남구청이 수십억원을 들인 ‘앞산 해넘이 캠핑장’을 다 지어 놓고도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캠핑장에 지어둔 캠핑시설이 법적 기준을 초과했다는 논란에 휩싸이면서 구청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탓이다.
29일 남구청에 따르면 조재구 남구청장의 공약사업 중 하나인 해넘이 캠핑장은 2018년 착공해 토지보상금 등 총 77억원을 들여 지난달 준공했다. 캠핑장의 전체면적은 5721㎡로, 캠핑장 18동(530㎡)과 관리동(167㎡)·화장실(33㎡) 등으로 구성됐다.
문제는 이곳이 공원 내 야영장으로 분류돼 있다는 점이다. 현행법은 야영장에 들어가는 건축물은 전체 바닥면적의 합계가 300㎡를 넘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건축물이 야영장 전체면적의 10%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한다. 자연생태계 원형 보존을 위해서다.
앞산 캠핑장의 건폐율을 계산해보면 전체면적(5721㎡) 중 캠핑장 등이 차지하는 면적은 730㎡로 12.7%다. 건축물 바닥면적도 2배 넘게 초과했다.
캠핑장 조성을 맡은 구청 공원녹지과는 캠핑장(18동)이 야영 시설물인 글램핑(glamping)이어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행법은 야영 시설물을 주재료가 천막이면서 바닥의 기초와 기둥을 갖추고 지면에 설치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흔히 알려진 글램핑장이 대표적이다.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천막이 주재료는 아니지만, 바닥과 건물이 분리되는 형식이라 시설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반면 캠핑장 업종을 등록해야 하는 구청 문화관광과와 준공 허가를 담당하는 건축과는 캠핑장 18개 동 전부가 건축물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문화관광과 관계자는 “건축법상 건축물은 벽과 기둥, 천장이 있을 때 건축물로 보고 있다”며 “(해당 시설이)천막으로 만들어진 글램핑 시설물이라고 보기 어려워 업종 등록을 해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허가 및 업종 등록을 하게 되면 민간업체가 이같은 방법으로 허가를 신청할 경우 허가를 내줄 수 밖에 없다는 점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혈세 80억원 가량을 투입한 캠핑장이 완공되고도 아직 문을 열지 못하는 이유다.
남구의회도 최근 행정감사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만약 캠핑장이 관련법을 위반했다면 시설물 일부나 전부를 철거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강민욱 남구의원은 “누가 봐도 (캠핑장이) 건축물로 보인다”며 “기초적인 부분도 확인하지 않고 공사를 했다면, 혈세 낭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는 캠핑장 조성사업을 두고 부정한 거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당초 이 사업은 천막 위주의 글램핑장으로 계획됐는데, 갑자기 숙박형 캠핑장으로 변경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른 사업비도 48억원에서 77억원으로 증액됐다.
김중진 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는 “사업비가 불어난 경위와 해당 공사를 한 업체를 어떻게 선정했는지 등 여러 의혹에 대해 감사원의 감사가 있어야 한다”며 “청장이 직접 지시했다는 말도 나온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 청장 측은 “현재 감사실에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조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입장을 내기 어렵다”며 “청장이 직접 지시를 했다는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고 일축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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