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반도체를 잡아라①[테크트렌드]

2023. 6. 30.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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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차, 반도체, IT 등 다양한 산업에서 차량용 반도체 선점 위해 나서


‘손자병법’에 ‘전승불복 응형무궁’이라는 말이 있다. ‘전쟁의 승리는 반복되지 않으니 무궁한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의미다.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다. 늘 되는 방법도 없고 늘 안 되는 방법도 없다.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꿈틀거리고 있다. 완성차 업체, 반도체 업체, 정보기술(IT) 업체 등 어디 하나 손 놓은 곳이 없다. 얼마나 열심히, 어떤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는지 알아보자.
완성차 업체
최근 완성차 기업들은 반도체를 자체 개발해 내재화할 기세다.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반도체 수급 이슈다, 외부 환경 이슈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반도체를 컨트롤하고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서다. 

둘째, 가격 면에서도 내재화하면 이득이기 때문이다. 최근 자동차에서 필요한 고성능 인공지능(AI) 반도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고 앞으로도 매년 10% 성장이 예상된다. 고성능인 만큼 제품당 이익률도 높다.

마지막으로는 자기 회사 차에 특화된 기능을 바로바로 설계하고 변경해 신속하게 반도체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만 보더라도 반도체 자체 개발로 자사 모바일 제품 성능을 크게 높인 사례가 있다.

이런 장점이 있다고 해서 완성차 기업들이 모든 반도체를 독자적으로 개발하기는 쉽지 않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따라서 비교적 개발이 용이한 반도체를 먼저 자체 개발을 시도하고 개발이 어려운 반도체는 반도체 기업과 공동 개발하거나 수급에 대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는 방법을 쓰고 있다.

게다가 자동차 전장 부품과 소프트웨어 솔루션이 중요해지면서 AI 차량용 반도체를 잡아야 결국 전기 자동차 시대를 잡는 게 됐다. 완성차 업체들은 반도체를 그저 외부에서 사 오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 없다. 시장을 장기적으로 장악하려면 이 방식으로는 안심할 수 없다. 방법을 강구해야만 한다.

2030년이 되면 반도체가 자동차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까지 올라갈 것으로 시장은 예측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배터리 내재화를 넘어 2021년부터 반도체의 내재화도 선언했다. 자율 주행차용 고성능 칩을 직접 개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BMW는 반도체 기업과의 인수·합병(M&A)을 통해 자체 수급의 길을 찾고 있다. 퀄컴과 자율주행 솔루션 기업 어라이벌, 반도체 개발 기업 이노바반도체, 반도체 제조 기업 글로벌파운드리와 직거래 계약을 했다. 이 밖에 수많은 글로벌 프리미엄 완성차 업체들이 모두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반도체 업체
시장은 항상 경쟁하는 법이다. 반도체 업체들이 모빌리티 사업을 아예 내재화하려는 움직임도 물론 있다.

차량용 반도체 사업에 뛰어든 인텔은 이스라엘의 반도체 기업인 타워세미컨덕터를 54억 달러에 인수하기도 했다. 이 업체는 전 세계 반도체 파운드리 순위 10위 안에 드는 기업이다. 인텔은 이 인수에 따라 차량용 반도체에 대한 위탁 제조와 노하우를 얻게 됐다.

인텔은 지난해 독일 마그데부르크에 약 23조원을 투자해 파운드리 팹을 건설할 것이라고 발표했고 2027년부터 양산에 들어간다.

또한 2017년에는 모빌아이를 약 150억 달러에 인수했다. 이 모빌아이도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모빌아이는 25개 이상 완성차 기업에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을 납품하는 저력 있는 기업이다.

인텔은 2020년 서비스형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인 무빗을 9억 달러에 인수했다. 무빗은 대중교통·자전거·스쿠터·카셰어링 등을 결합한 복합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한다.

인텔 말고도 물론 다른 여러 회사들이 이런 M&A를 통해 전략적 제휴를 진행, 각자 가진 기술력과 장점을 서로 주고받으며 내재화로의 걸음을 내딛고 있다. 제한된 시간 안에 가장 좋은 제품을 ‘타임 투 마켓(time to market : 판매까지 걸리는 시간)’하기 위해서다.
IT 업체
IT 업체도 질 수 없다. 최근 반도체 수급 문제에 따라 이 시장이 큰 먹거리라는 것을 모두가 인지하게 됐고 IT 업체 또한 반도체 자체 개발을 이 문제를 해결할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보고 있다.

애플은 더 이상 기존 반도체 기업 칩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칩을 만들어 자사 모바일이나 다른 제품에 탑재하고 있다. 애플이 개발한 M1칩은 가격적인 장점도 있지만 성능에서도 기존 칩보다 우수하는 게 시장에서 증명됐다. 배터리 효율성, 멀티태스킹, 그래픽 처리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구글은 자체적으로 텐서 칩을 개발했다. 웨이모에서 자율 주행 사업을 이미 펼치고 있는 구글은 AI 반도체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

바이두와 알리바바 외에도 많은 IT 업체가 이 시장에 발을 담그고 있다.

특히 앞으로 가장 핫한 시장일 모빌리티에서 단연 화두는 소프트웨어와 전장화다. 이 소프트웨어와 전장화를 맨 앞에서 끌고 가는 것이 반도체다. 

IT 기업이 가장 잘하는 분야, 가장 자신 있는 분야인 소프트웨어 테크를 접목해 반도체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다.

애플과 구글뿐만 아니라 수많은 빅테크 기업들이 모빌리티 서비스 사업을 하겠다고 선언한 판국이다. 그리고 앞에서 살펴본 동일한 이유로 모빌리티에 필요한 반도체 역시 내재화하려고 한다. 

세계 최대 자동차 전장 부품 업체 보쉬가 미국 반도체 기업인 TSI반도체를 인수한다는 기사도 2023년 4월 28일 언론에 소개됐다. 미국에서 전기차용 반도체 생산을 확대할 수 있는 전략이다. 

테크 기업이 반도체를 내재화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독일 드레스덴과 로이틀링엔에 두 개의 반도체 공장을 가동 중인 보쉬는 이번 인수까지 힘을 더해 매년 끊임없이 증가하는 차량용 반도체 수요를 따라잡을 심산이다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 샘프라스는 “나는 결코 한 경기에서 이기려고 하지 않는다. 한 세트나 한 게임을 이기려고 하지도 않는다. 나는 오직 한 점만을 따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단 1인치라도 전진할 수 있고 나아질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하는 힘이 성공의 원동력이다.

☞7월 발행될 '차량용 반도체를 잡아라②'편에서 계속됩니다.

정순인 ‘당신이 잊지 못할 강의’ 저자·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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