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최대어 두산로보틱스, 왜 ‘테슬라 상장’ 포기했을까
공모가 1만6000원 밑이면 최악의 경우 상장 무산 가능성
재무적투자자(FI) 지분 9% 넘어 상장 절실한 상황
두산로보틱스가 세간의 예상과 달리 ‘테슬라 요건’이 아닌 다른 조건으로 상장을 신청해 업계 관계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테슬라 요건이란 실적, 재무구조는 전혀 보지 않고 투자자들로부터 1조원 이상의 기업가치(시가총액)를 인정받으면 상장할 수 있는 요건을 말한다. 향후 성장성이 기대되는 혁신기업에 대한 특례로, 비슷한 방식으로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했던 테슬라의 이름을 따 업계에서는 ‘테슬라 요건’으로 부른다. 국내에는 지난 2021년 2월 도입돼 LG에너지솔루션이 이 요건으로 상장했다.
두산로보틱스는 작업자의 일을 함께 돕는 협동로봇을 제작하는 두산그룹 계열사로 두산이 90% 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매출액은 449억5367만원, 자기자본은 439억978만원, 영업손실은 121억290만원이다. 증권가에서는 두산로보틱스의 매출이 400억원대에 불과하고 연간 100억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보니 자칫 잘못하면 시가총액 1조원을 인정받을 수 없고, 이 경우 상장이 무산될지 모른다는 점을 염려해 다른 방식으로 상장을 추진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추정하고 있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두산로보틱스는 지난 9일 기준 시총 5000억원 이상, 자기자본 1500억원 이상 2가지 요건을 만족시켜 상장시키겠다는 조건으로 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했다.
사실 두산로보틱스의 경우 테슬라 요건으로 상장하는 것이 간편하기는 하다. 거래소는 적자기업이라도 공모가와 상장 예정 주식 수를 곱한 기준 시총이 1조원이 넘으면 다른 조건을 보지 않고 상장을 허용한다. 두산로보틱스의 상장 예정 주식 수를 고려하면 공모가 1만6000원 이상이면 상장이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과정에서 공모가가 이를 밑돌아 기준 시총이 1조원 미만이 되면 상장이 무산될 위험이 있다. 이 때문에 두산로보틱스는 기준 시총이 5000억원 이상이고 자기자본이 1500억원 이상이면 상장이 허용되는 조건으로 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한 것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수요예측에서 기준 시총 1조원이 되려면 공모가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해야 하는데 기관투자자들이 이 가격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상장 자체가 어려울 수 있어 회사와 상장주관 증권사가 이를 걱정했던 것”이라고 했다.
두산로보틱스의 상장 예정 주식 수는 6481만9980주, 공모 예정 주식 수는 1620만주다. 기준 시총 1조원이 되기 위해서는 공모가가 1만6000원 이상이어야 한다. 반면 기준 시총 5000억원은 공모가 8000원 이상이면 충분하다.
두산로보틱스가 상장 무산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9% 넘는 재무적투자자(FI) 지분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두산로보틱스는 두산이 90.91%(442만주)를 보유한 최대주주이지만 지난해 1월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프랙시스캐피탈파트너스가 운용하는 사모펀드 코봇홀딩스(6.82%‧33만1499주)와 한국투자파트너스가 운영하는 사모펀드 케이아이피로보틱스(2.27%‧11만499주)가 FI로 지분투자했다. 2곳의 합산 지분율은 9.09%다.
상장이 어그러지면 FI들이 지분을 매각할 수 있는 시기가 계속 지연된다. 다만 FI들이 상장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 지분을 시장에 매각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두산 관계자는 “FI 지분 매각 여부는 결정된 것이 없다”라고 했다.
두산로보틱스는 거래소에 기준 시총 5000억원 이상만 맞추겠다며 상장신청을 했지만, 기관투자자에게는 기업가치(밸류에이션) 1조원 이상으로 공모가를 받으려고 시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기업설명회(NDR‧Non Deal Roadshow)를 했고, 곧 국내 기관투자자들도 접촉할 예정”이라며 “회사는 1조원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더 높은 밸류에이션을 원하고 있는 상태”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두산로보틱스가 속한 협동로봇 산업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 IPO 수요예측이 흥행에 성공할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두산로보틱스는 국내 협동로봇 시장 점유율 1위(21%‧2020년 기준)며 세계 시장 점유율은 7%다. 협동로봇 시장의 글로벌 1위 기업은 시장 점유율 50%가 넘는 덴마크의 유니버설로봇이다. 협동로봇 시장이 매년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국내‧외 판매망을 갖춘 두산로보틱스의 성장성도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M&M에 따르면 2021년 12억달러였던 글로벌 협동로봇 시장은 2027년 105억달러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는 “이미 로봇산업 분야에서 레인보우로보틱스가 상장 후 높은 주가가 형성된 상태고 두산로보틱스가 주력으로 하는 협동로봇 시장 섹터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 높다”라며 “시장 투자자들이 이 분야의 기업이 상장하기를 기다려 왔으니 IPO 수요예측이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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