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 칼럼] 징벌적 상속·증여세 때문에 ‘작전’이 판을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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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상속·증여세율은 최대주주 할증까지 붙이면 60%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부의 대물림을 막겠다며 징벌적 세금이 도입된 것인데, 그 수준이 결국 경영권 상실로 이어질 만큼 가혹하다.
세(稅) 부담 때문에 가업 승계에 실패하고 최대주주가 지분을 매각한 기업에는 마치 적용되는 공식이라도 있는 듯하다.
최대주주의 지분 증여가 주요 현안인 기업들은 주가가 낮아야 조금이라도 증여세 부담을 줄일 수 있는데, 주가 조작 세력이 이런 약점을 파고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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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상속·증여세율은 최대주주 할증까지 붙이면 60%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부의 대물림을 막겠다며 징벌적 세금이 도입된 것인데, 그 수준이 결국 경영권 상실로 이어질 만큼 가혹하다. 최대주주는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회사 주가를 짓누르거나, 아예 회사를 팔아버린다. 이런 결정이 주가 조작 세력에게도 빌미를 줘 주식시장을 통해 자산을 증식하려는 개인 투자자들에도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IT 장비를 생산하는 코스닥 상장사 CEO A씨는 70대 중반이지만, 아직 은퇴하지 못하고 있다. 재산이라곤 평생 일군 회사뿐인데 지분을 자녀에게 물려주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세금을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전문 투자자라는 사람들이 회사를 찾아오는 일이 빈번해졌다. 이들은 좋은 조건을 내걸면서 회사 매각을 설득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실체가 없는 자본에 회사가 넘어간 이후 상황은 너무 뻔하다”면서도 “승계 비용이 커 결국 회사를 매각할 가능성이 크지만, 오랫동안 함께 일한 직원들 생각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많은 사례를 보면 주가 조작 세력이 타깃으로 삼는 기업은 A씨처럼 노쇠한 CEO가 더 이상 회사를 키우지 못하고 정체된 곳들이다.
세(稅) 부담 때문에 가업 승계에 실패하고 최대주주가 지분을 매각한 기업에는 마치 적용되는 공식이라도 있는 듯하다. 멀쩡하던 기업이 생소한 이름의 투자조합으로 최대주주가 바뀌면 그럴싸한 사업이 새로 추가되고, 유상증자나 채권 발행 등을 통해 자금 조달이 잦아진다. 주가는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결국 작전주로 전락한다.
이런 작전이 너무 흔해지면서, 최근에는 새로운 방식도 등장했다. 올해 주식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킨 ‘라덕연 사태’가 대표적이다. 금융 당국의 눈을 피하기 위해 이들 일당은 통정매매 방식으로 일부 종목의 주가를 장기간 끌어올리는 방식을 썼는데, 타깃이 된 종목은 승계가 진행 중이거나 예정된 기업이 대상이 됐다.
최대주주의 지분 증여가 주요 현안인 기업들은 주가가 낮아야 조금이라도 증여세 부담을 줄일 수 있는데, 주가 조작 세력이 이런 약점을 파고든 것이다. 과도한 승계 비용은 가업 승계를 가로막아 국내 산업의 활력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국내 주식시장의 불공정 행위를 만연하게 하는 또 다른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는 셈이다.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기업 CEO의 지난해 평균 연령은 58세였다. 해마다 새로운 기업이 코스닥 시장에 입성하고 상장 폐지되는 기업 수도 적지 않지만, 10년 전인 2012년(53세)보다 CEO의 평균 연령은 5세 높아졌다. CEO의 고령화가 심화된 가장 큰 원인은 과도한 승계 비용이 꼽힌다.
승계 과정에서 불법 행위나 과도한 부의 대물림은 분명 제한돼야 한다. 하지만 이 목표에만 혈안이 돼 많은 기업과 주주들이 더 큰 비용을 치르고 있는 것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연선옥 코스닥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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