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험 줄어들자… 보험사 퇴직연금 금리 2%포인트 내려
7월 퇴직연금 시장 변화에 자금 이탈 우려도
금융권의 자금 조달 상황이 개선되면서 보험사들의 주력 퇴직연금 상품인 ‘이율보증형보험(GIC·Guaranteed Interest Contract)’의 금리도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유동성 위험이 커지면서 보험사 간 금리 경쟁으로 이 상품의 평균 금리는 연 5%를 웃돌았지만, 이달 들어 3%대 중반까지 하락했다.
30일 보험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주요 생명·손해보험사 14곳의 이율보증형보험상품 6월 평균 금리는 연 3.60%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2월 기준 보험업계 이율보증형보험상품 평균 금리(5.33%)와 비교해 1.7%포인트 넘게 하락한 수치다.
이달 기준으로 만기 약정 금리가 가장 높은 상품은 연 4.2%를 적용하는 하나생명의 DB형 이율보증형보험 1년 만기형 상품이었고, 나머지 주요 보험사 상품들은 대부분 연 3% 중후반 수준의 금리를 적용했다.
이율보증형보험은 퇴직연금 제도에서 가입할 수 있는 원금 보장형 상품이다. 시중은행의 예·적금보다 금리가 높아 퇴직연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려는 소비자들이 가입한다. 매달 각 보험사가 상품별 적용 이율을 정해 공시하며 약정 기간 동안 확정된 금리가 적용된다.
지난해 12월 금리가 연 6%를 웃도는 이율보증형보험 상품도 제법 있었다. 당시 푸본현대생명의 1년 만기 이율보증형보험 만기 약정 금리는 6.6%에 달했고, 흥국생명의 1년 만기 상품 금리도 연 6.46%를 기록했다.
이율보증형보험의 금리가 하락한 것은 금융 시장의 자금 경색 우려가 줄어들고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금융사들이 유동성 위기를 겪을 것이라는 우려에 보험사들이 앞다퉈 금리를 올렸지만, 올 들어 상황이 호전되면서 마진 확보를 위해 금리를 내린 것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지난해 말 금융 당국이 보험사들에게 퇴직연금 금리 경쟁을 자제할 것을 요구한 데다, 하반기에는 기준금리 인상 흐름도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늘어 상품 금리가 내렸다”고 설명했다.
다만, 흥국생명은 최근 이율보증형보험 적용 금리를 소폭 인상했다. 7월 적용 금리 역시 전달 대비 0.1%포인트 올렸다. 흥국생명은 이율보증형보험 1년 만기 기준 금리를 5월 3.35%, 6월 3.7%, 7월 3.8%로 제시했다. 만기 3년형 상품 금리의 경우 5월 3.35%, 6월 3.7%에 이어 7월에는 3.8%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대다수 보험사들이 최근 3개월 간 상품 금리를 낮추고 있는 것과 대조되는 행보인데, 자금 이탈을 막고 퇴직연금을 유치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앞서 작년 연말 흥국생명은 1년 만기 이율보증보험 금리를 연 6.46%로 제시하며 공격적으로 영업했다. 그 결과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자산은 4조4896억원으로 전년 대비 34% 증가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의 영향으로 퇴직연금 시장 경쟁이 다시 심화돼 금리 경쟁이 재개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퇴직연금 고객이 다른 금융사로 갈아타면 고객에게 돌려줄 자금 줄이 막히게 되기 때문에, 보험사로선 금리를 올려서라도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디폴트옵션은 확정기여(DC)형, 개인형퇴직연금(IRP) 퇴직연금 가입자가 운용 방법을 정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노사가 합의한 상품에 적립금을 자동으로 투자해 운용하는 제도다. 여러 은행과 증권사들은 디폴트옵션 시행을 앞두고 퇴직연금 상품과 서비스를 확대하고 관련 홍보·영업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디폴트옵션 시행으로 보험업계에서도 다시 퇴직연금 자금 이탈에 대한 고민이 커질 수 있다”라며 “자금 조달 및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상품 금리를 소폭 올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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