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업무용차 취득세 돌려달라”..현대차, 서울시에 백억대 소송

손의연 2023. 6. 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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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등 전국 지자체 상대로 병합소송 제기
2015년~2020년에 냈던 취득세 환급 청구
청구액, 서울시 140억 포함해 백억대 추산
“세법개정 전 냈던 취득세 불합리·과다” 주장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서울시 등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백억원대 회사차량 취득세 환급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직접 생산해 쓴 회사차량에 대해서도 취득세를 내왔지만 ‘세금 산정방식이 불합리했고 이에 따른 납부액도 과도하다’며 세금을 돌려달라고 소를 제기한 것이다. 이 같은 소송 사례는 국내 완성차 업계 처음으로, 향후 소송 결과에 따라 다른 완성차 업체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서울 양재 사옥 전경. (사진=현대차)
29일 서울시와 법조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9월 서울행정법원에 서울시 등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2015년부터 2020년까지 낸 회사차량 취득세를 돌려달라는 ‘환급소송’을 병합해 제기했다. 현재 소송은 1심이 진행 중으로 현대차그룹이 서울시에 청구한 금액은 140억원대로 파악됐다. 여기에 남은 지자체까지 합하면 청구액은 백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차는 회사 임직원이 사용하는 차량을 비롯해 고객용 시승차량 등 연간 수천대 규모의 업무용 차량을 사용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취득세 환급소송에 나선 이유는 법률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는 상태에서 취득세를 과하게 납부해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취득세는 토지·건축물, 차량 등의 재산에 대한 모든 취득 행위에 부과하는 지방세로서, 자동차 취득세는 취득 당시 가액을 기준으로 표준세율을 적용해 부과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자동차를 매입하는 행위에서는 권리 이전 주체가 명확해 취득세 시비 문제가 없지만 현대차처럼 자동차를 만드는 제조사가 직접 생산한 차량, 즉 ‘전에 없다가 새로 생긴 물건’을 취득할 경우에는 가액을 얼마로 볼지, 세율을 얼마로 정할지에 대한 논란 여지가 있다.

현행 지방세법에는 지난 2021년 12월에 ‘차량 제조회사가 생산한 차량을 직접 사용하는 경우엔 사실상취득가격을 기준으로 한다’는 조항(지방세법 제10조5 1항 3호)이 신설되면서 이러한 시비가 사라진 상태다. 세금 부과 대상에 자동차 제조회사로 특정화했고 취득세를 매기는 기준이 되는 금액인 ‘과세표준’도 사실상취득가격으로 못을 박았기 때문이다. 사실상취득가격이란 해당 물건을 취득하기 위해 거래 상대방 또는 제3자에게 지급해야 할 직접비용과 금융비나 용역비 등의 간접비용의 합계액을 말한다. 즉, 제조원가 수준으로 차량 가액을 보고 세금을 매기는 셈이다.

문제는 현대차는 해당 조항이 신설되기 전 이전에 직접 생산해 취득한 차량에 냈던 취득세다. 이전 지방세법에서는 지금과 같은 조문이 없고 지자체 장이 과세별 특성을 고려해 시행령에 따라 차량 가액을 결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취득세를 부과하도록 했었다. 이에 취득 가격을 얼마로 볼지에 대해서는 ‘차량의 종류별, 승차정원별, 최대적재량별, 제조연도별 제조가격 및 거래가격 등을 고려해 기준가격을 정하고, 거기에 차량의 경과연수별 잔존가치율을 적용해 정하도록 했었다.

현대차는 이러한 과거 세법하에서는 일반 소비자가와 비슷한 시장가격으로 취득가액이 정해져 취득세를 과도하게 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또 취득 행위도 전에 없던 권리가 독자적으로 새로 생긴 것, 즉 ‘원시취득’이 아닌 매매와 같은 방식의 ‘승계취득’으로 보고 세율을 매겼다는 점도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일반적으로 원시취득은 새로운 권리를 발생시켜 사회적 생산과 부(富)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는 점에서 승계취득보다 낮은 세율이 적용된다.

이에 현대차는 과거 법리적 다툼 소지가 있는 상황에서 취득세를 많이 냈다며 이를 돌려달라는 경정청구를 2020년에 처음 제기했고 그 연장선에서 이번 환급소송까지 이어진 것이다. 통상 지방세 환급청구권의 제척기간(권리에 대해 법률상으로 정해진 존속기간)은 5년이다 보니 현대차는 취득세 환급청구 기간도 2015년부터 2020년으로 한정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환급 소송의 쟁점을 크게 두 가지로 보고 있다. 현행 세법과 같이 차량 제조회사에 부과하는 취득세 산정방식이 명문화되기 전에 냈던 세금을 부당하다고 보고 이를 환급해줄 수 있을지 여부다. 또 지금은 자동차 제작사가 직접 만든 차량을 취득할 때의 가액은 ‘사실상취득가격’으로 보고 있지만 과거에 지자체장이 정했던 가액 산정방식이 타당했는지 여부다. 건축물을 지어 일반에 분양하는 주택사업자에게도 건물 준공 시 이를 ‘원시취득’으로 보고 일반 취득세율보다 훨씬 낮은 세율을 적용하고 시가표준액(과세표준)도 실제 분양가가 아닌 원가 수준으로 보고 있다.

국내 유수 세무법인의 한 세무사는 “납세자 입장에서는 과거 불분명한 기준하에 냈던 취득세가 과도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구 지방세법에 근거한 취득세 부과는 조세법률주의에 근거한 징수로서 그 행위자체는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과세기준이 지금과 달리 적용됐던 만큼 법적으로 따져볼 부분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자체는 현대차가 업무용 차량을 직접 생산했어도 실제로 소유해 운영하기 때문에 차량의 권리를 넘겨받는 실소유주, 즉 승계취득으로 보고 취득세를 정당하게 부과했다는 입장이다.

손의연 (seyye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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