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인민은 평등하다'지만…여성은 '법적'으로 불평등한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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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헌법은 모든 인민이 모든 분야에서 동등한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북한 여성들은 실제 생활뿐만 아니라 법적으로도 불평등한 상태에 놓여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30일 통일과 법률 제54호 '북한 법률 체계에 드러난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역할에 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북한은 '여성권리보장법'을 통해 여성들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평등 원칙에 반하는 특징들이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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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책임' 여성에만 부과…여성 '개인'보다 '출산·육아' 기능에 집중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북한 헌법은 모든 인민이 모든 분야에서 동등한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북한 여성들은 실제 생활뿐만 아니라 법적으로도 불평등한 상태에 놓여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30일 통일과 법률 제54호 '북한 법률 체계에 드러난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역할에 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북한은 '여성권리보장법'을 통해 여성들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평등 원칙에 반하는 특징들이 나타나고 있다.
북한은 해방 후 정권 수립 과정에서 남녀평등을 새로운 국가체계의 핵심적 가치 중 하나로 삼았다. 노동당 강령에 여성의 선거권, 피선거권을 보장했고, 정치·경제·법률적으로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보장한다고 명시했다. 또 가족 및 풍습 관계에서 봉건적 잔재를 숙청해 어머니들을 국가적으로 보호하겠다고도 했다.
북한의 이 같은 방침은 1948년 헌법 제정 과정에서 '여성은 국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생활 등 모든 부문에서 남성과 동등하다'는 내용을 포함시키는 것으로 이어져 현행 헌법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북한은 헌법이 제정되기 전인 1946년 '북조선 남녀평등권에 대한 법령'을 제정해 여성의 권리를 보장하고자 했다. 이후 64년 만인 2010년 여성권리보장법을 제정해 여성에게 부여되는 권리를 구체화했다.
이밖에도 1949년 '여성상 담소에 관한 규정' 제정, 1958년 내각결정 '인민경제 각 부문에 여성들을 더욱 인입시킬 데 대하여' 통과, 1966년 '모성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에 관한 규정' 제정 등 여성 권리 관련 제도를 지속적으로 마련했다.
논문은 이와 같은 흐름이 한국전쟁 이전까지는 사회주의 체제 안착을 위해, 전쟁 이후에는 전쟁으로 입은 피해를 극복하기 위해 여성을 노동 현장으로 끌어들여야 할 현실적인 필요가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개별 법률에선 이런 원칙들이 구체화되지 않고 오히려 여성을 차별하는 조항들이 나타난다. 가족법의 경우 '국가는 어머니가 어린이를 건전하게 양육하고 교양할 수 있는 조건을 보장해야 한다'며 육아의 책임을 여성에게 부과하고 있다.
사회주의노동법은 여성들에게 힘들고 건강에 해로운 작업은 시킬 수 없다고 규정하면서 '힘들고 건강에 해로운 작업'이 무엇인지 분명히 정의하지 않고 있었다. 이처럼 범위를 포괄적으로 정해놓을 경우 현실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는 게 논문의 분석이다.
이밖에도 노동 관련 법률이 정하고 있는 여성들에 대한 특례는 모두 임신하거나 출산한 여성에 국한돼 있다는 지적이다. 여성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선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직장을 찾고 일하는 데 평등한 기회가 주어져야 하는데 북한법은 여성 '개인'에 관한 내용 없이 출산·육아 기능으로 여성을 인식하며 여성들이 노동을 제공하는 데 장애물인 '육아' 문제 해결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논문 저자인 정구진 서울대 법학연구소 객원연구원은 "북한의 가부장적 문화에 대해 '법률과 현실의 차이가 존재한다'라고 해석하는 견해도 있지만 북한법의 내용은 북한의 가부장적 문화가 법률 내용에도 그대로 반영돼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지적했다.
정 연구원은 이와 같은 상황을 고려해 북한이탈주민이 남한사회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제공되는 지원 내용부터 통일 과정, 통일 국가에 이르기까지 '맞춤형 젠더교육'이 제공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 통일이 되는 과정에서도 이런 현실을 감안해 법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u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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