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날아간 선발 기회, 그 마음 잘 아는 '투수 왕국' 출신 감독 "1998년 현대 시절에…"
[OSEN=대전, 이상학 기자] 한화 4년차 우완 투수 한승주(22)에겐 야속한 장맛비다. 비 때문에 두 번이나 선발 기회가 날아갔다.
한승주는 올 시즌 27경기(36⅓이닝) 1승2패2홀드 평균자책점 3.47 탈삼진 32개로 쏠쏠한 활약을 하고 있다. 지난 14일 사직 롯데전에선 데뷔 첫 승을 신고했다. 어깨 통증으로 1이닝 만에 내려간 선발 김민우에 이어 2회부터 구원으로 올라와 3⅓이닝 1피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김민우가 어깨 삼각근 부분 파열로 최대 3개월 재활 진단을 받으면서 한승주가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갔다.
지난 20일 대전 KIA전에서 패전투수가 되긴 했지만 시즌 첫 선발등판에서 4이닝 3피안타(2피홈런) 1볼넷 5탈삼진 3실점으로 투구 내용은 괜찮았다. 이튿날 최원호 한화 감독은 “굉장히 좋게 봤다. 홈런이야 맞을 수 있는 거라 괜찮다. 빠른 템포로 잘 던졌는데 올해 스프링캠프 때부터 연마한 스위퍼가 좋았다. 간혹 느린 커브나 체인지업도 섞어 던지더라”며 “퓨처스 팀에서도 선발 수업을 받은 선수다. 다음 경기도 승주에게 선발 기회를 줄 것이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그러나 다음 기회가 비로 인해 계속 미뤄지고 있다. 지난 25일 창원 NC전 선발로 나섰으나 1회가 끝난 뒤 내린 비가 멈추지 않아 우천 노게임 선언됐다. 이날 한승주는 몸에 맞는 볼 1개가 있었지만 나머지 3타자를 범타 처리하며 무실점으로 막았다. 노게임이 되면서 이 기록도 무효 처리됐다.
정상 순서라면 7월1일 대구 삼성전에 선발등판할 차례였지만 또 다시 비 때문에 불발됐다. 29일 대전 KT전이 우천 취소되면서 리카르도 산체스가 이틀 뒤 한승주 순서로 등판이 미뤄졌다. 삼성과의 3연전에 한화는 문동주, 산체스, 펠릭스 페냐 순으로 선발등판한다. 이에 따라 한승주는 한시적으로 불펜 대기한다.
최원호 감독은 선발 기회가 연이어 날아간 한승주에 대해 “어쩔 수 없다. 자기 복이다”며 웃은 뒤 “비로 밀리면 윗선발 3명을 우선으로 맞춰야 한다. (4~5선발은) 불펜으로 빼지 않으면 등판 간격이 너무 길어진다. (우천 취소 없이) 언제 경기가 시작되는지 보고 언제까지 불펜 대기시킬지 결정할 것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 감독은 “저도 현대 있을 때 그런 경험이 있다. 7승을 하고 난 뒤 비로 두 달을 쉬었다. 7승 했을 때 다승 1위였는데 8승을 하고 나니 1위가 15승이 돼 있더라”고 떠올렸다.
최 감독이 말한 그 시절은 1998년이다. 당시 프로 3년차였던 최 감독은 6월7일 인천 OB전에서 승리하며 시즌 7승(1패)째를 거뒀다. 시즌 첫 패배 이후 7연승을 달리며 다승 단독 1위에 올랐다. 그러나 6월 중순부터 장마 기간이 찾아온 뒤 최 감독의 등판 기회가 뜸해졌다.
최 감독이 7승에서 8승을 거두는 사이 현대는 6월 7경기, 7월 9경기. 8월 7경기가 대거 우천 취소됐다. 당시에는 구장 배수 문제로 우천 취소가 잦았다. 7월 올스타 휴식기까지 겹쳐 당시 현대 5선발이었던 최 감독의 선발 기회도 밀리거나 불발됐다. 8월17일 인천 해태전에서 71일 만에 승리투수가 되며 시즌 8승째를 올렸는데 데뷔 첫 완봉승이었다.
1998년 현대는 KBO리그 역사에 손꼽힐 만한 투수 왕국이었다. 당시 정민태(200⅔이닝 17승9패 2.83), 정명원(184이닝 14승8패 1.86), 위재영(164⅓이닝 13승8패 3.23), 김수경(160이닝 12승4패 2.76), 최원호(151이닝 10승5패 3.04) 등 규정이닝 선발 5명이 모두 10승 이상 거둔 막강 마운드를 앞세워 통합 우승을 했다. 최 감독의 10승 중 1승이 구원승이라 순수 선발 5명 전원 10승 기록은 아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이 기록은 2015년 삼성(윤성환 17승, 차우찬·알프레도 피가로 13승, 타일러 클로이드 11승, 장원삼 10승)이 최초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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