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마의 전설 김귀배 기수 44년만에 은퇴

최고령 타이틀 달고 60세까지 출전
한국경마 정년 은퇴 1호 빛나는 훈장

마지막 경주 출전을 위해 트랙으로 나서고 있는 김귀배 기수(가운데). 사진제공 l 한국마사회

한국경마의 전설이자 산증인 김귀배 기수가 44년의 커리어에 마침표를 찍고 경마장을 떠났다.

김귀배 기수는 올해로 60세, 1962년 12월생으로 환갑은 벌써 지났다. 2000년생인 막내 김태희 기수와는 무려 38년 차가 난다. 경마 기수는 낙마 등의 위험과 고된 훈련, 체중관리 의무 등 체력적인 한계로 인해 40대 은퇴가 대다수다. 하지만 김 기수는 40대부터 이미 ‘최고령 기수’라는 타이틀을 달고 20년 가까이 경마장을 누볐고, 이번에 한국경마 최초로 정년을 채운 기수가 됐다.

김 기수가 최고참 선배로서 길을 터준 이후 렛츠런파크 서울에는 62년생 김 기수 외에도 65년생 박태종, 67년생 신형철 등 환갑을 바라보는 노장 기수들이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기수 6기 출신의 김 기수는 1979년 4월 16세의 어린 나이에 뚝섬 경마장에서 데뷔해, 그 후 44년의 기수 외길 인생을 걸어왔다. 1986년에는 명마 포경선을 만나 ‘그랑프리(G1)’ 대상경주에서 무려 13마신 차 대승을 올리기도 했다. 뚝섬 시절 커리어의 정점을 찍은 김 기수는 1989년 과천 경마장 시대가 열린 이후 한동안 슬럼프와 부상을 겪었다. 하지만 결국 엄격한 자기관리와 꾸준함으로 정년 은퇴라는 큰 발자취를 남겼다.

기수로서 마지막 해인 올해는 전년 대비 2배가 넘는 승률을 올리는 등 노장투혼을 보여주었다. 6월 4일에는 은퇴를 얼마 앞두고 컴플리트타임과 호흡을 맞춰 1400m 경주 우승을 차지했다.

김 기수는 28일 진행한 은퇴행사에서 “기수라는 직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지만, 40년이 넘는 시간동안 많은 일들을 겪으며 누구보다 기수라는 직업을 사랑하게 되었다”며 “후배 여러분들도 기수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매일 발전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성실히 노력해 달라”는 당부를 했다.

김 기수는 아직 은퇴 이후 구체적인 계획을 정하진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평생을 말과 함께 해온 만큼 앞으로도 말과 관련된 일을 계속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