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밥도 안먹고 '특명'내렸다…장미란 '전격 발탁' 속사정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이후 약 14개월 만에 사실상 첫 개각을 실시하고 집권 2년차 국정운영의 고삐를 죄었다. 측근을 장관급에 기용하고 대통령실 비서관 5명을 각 부처 차관으로 보내는 등 국정철학을 잘 아는 이들을 전면에 배치했다. 연초부터 강조해온 개혁의 속도감을 위해서다. 윤 대통령은 인사 발표 직후 차관 승진 비서관들과 자리를 갖고 점심식사까지 걸러가면서 2시간30분 동안 "이권 카르텔을 깨라"는 특명을 내리기도 했다.
그동안의 스타일과는 달리 '역도영웅' 장미란 용인대 교수를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으로 전격 발탁하는 '깜짝 인사'도 나왔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장관급 인사를 최소화하는 대신 차관 인사로 최대한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다.
다만 방송통신위원장 인사 발표 등은 남겨둬 적재적소 원칙에 따른 후속 장관급 인사는 다음달 이후 순차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는 이날 '원칙 있는 북핵 대응'을 천명했고 이미 야권에서 적대적 대북관으로 공세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이날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현재 대북정책과 통일전략을 이어가는 데 큰 무리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국민권익위원장에 내정된 김홍일 전 고검장은 윤 대통령이 대검찰정 중수2과장일 때 중수부장이던 대표적인 특수통 검사 출신이다.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전현희 위원장이 마지막까지 버티던 권익위를 윤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신속하게 국정 방향에 맞게 바꿔낼 적임자로 판단됐다.
차관 인사에서는 12명의 부처 차관 교체 중 국토교통부 1, 2차관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 해양수산부, 환경부 차관에 각각 대통령실 비서관 5명을 승진시켰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에는 강경성 전 산업정책비서관을 보내 부처 장악력을 높였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집권 2년차를 맞이해 개혁동력을 얻기 위해서 부처에 좀 더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 가서 이끌어줬으면 좋겠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이들의 핵심 역할은 정권이 바뀐 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복지부동하는 관료들을 혁신하고 곳곳에 도사린 이권 카르텔을 부수는 일이다. 주택정책 등을 총괄하기 때문에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것으로 인식돼 온 국토부 1차관조차 비관료 출신인 김오진 관리비서관을 발탁한 건 윤 대통령의 이런 인사 방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차관 승진 대상 비서관들을 불러 "약탈적인 이권 카르텔을 발견하면 과감하게 맞서 싸워 달라"며 "이를 외면하거나 손잡는 공직자들은 가차 없이 엄단해야 한다. 이 카르텔을, 기득권을 깨는 책임감을 갖고 국민을 위해 국익을 위해 일하는 공직자는 높이 평가하고 발탁해 줘야 한다"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오전 11시부터 점심식사까지 건너 뛰며 약 2시간30분 동안 이들에게 각별한 사명감을 당부했다.
추가 장관 인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1년이 지나가니까 앞으로도 혹시 필요한 인사가 있으면 계속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보여주기식 깜짝 인사를 지양해온 윤 대통령이 장미란 교수를 차관으로 발탁한 점도 주요 특징이다. 선수로서 교육자로서 모두 성공한 장 차관 내정자는 실력과 인품, 경력 면에서 고루 합격점을 받았을 뿐 아니라 체육계의 세대교체 메시지로도 작용한다. 만 나이 기준으로 30대 장관은 1977년 당시 서석준 경제기획원 차관 이후 46년 만에 처음이다.
한편 여야의 평가는 정반대로 갈렸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국민께 말이 아닌 성과로 보여드려야 할 집권 2년차를 맞아 정부 정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개혁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는 진용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반면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윤 대통령의 극우, 검사 편향이 우려 수준을 넘어섰다"며 "앞으로 철저한 인사 검증으로 윤석열 정권의 무도하고 부적절한 인사의 진실을 국민 앞에 밝힐 것"이라고 했다.
'역도영웅' 장미란 차관, 김대기 비서실장이 추천...체육계 카르텔 깬다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에 발탁된 '역도 영웅' 장미란 용인대 교수는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직접 추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깜짝 인사를 최대한 자제해온 윤석열 대통령도 장 교수의 남다른 인성과 실력, 전문성을 확인한 끝에 차관에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문체부 2차관 자리에 장 교수 발탁을 놓고 막판까지 고심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평소 인사에 있어서 전문성을 중시하고 보여주기식, '쇼'를 위한 인사는 지양해왔다. 실제 일을 잘하기 위한 인사여야지, 구색 맞추기 또는 분위기 쇄신용 인사는 안 된다는 철학이 굳건하다.
윤 대통령은 올 초 개각설이 돌자 직접 "당분간 개각은 없다"며 일축하기도 했다. 인사는 인사요인이 있을 때 하는 것이지 시기에 따라 하는 게 아니란 것이다. 새 정부 대통령직인수위는 지역, 여성, 연령 등 안배를 하지 않고 직을 수행할 능력을 최우선으로 보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장 교수를 발탁한 이유가 그가 여성이거나, 젊어서는 아니란 의미다.
대통령실 참모들에 따르면 김 실장은 평소 장 교수의 자질과 성품에 대해 종종 칭찬해왔다고 한다. 장 교수는 역도 선수로서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비롯해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대회를 모두 재패하며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용인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는 등 학문적으로도 실력도 닦아왔고 장미란 재단을 통해 후학도 육성했다.
김 실장은 이같이 요건을 갖춘 엘리트 스포츠인을 중앙부처 정무직으로 기용하는 '깜짝 인사'를 통해 국민들에게 감동을 줄 필요가 있다는 점을 윤 대통령에게 강조하며 추천 이유를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 교수가 워낙 평판이 좋은 데다 좌우 진영을 떠나 대부분의 국민들이 사랑하는 스포츠 스타란 점도 고려됐다.
아울러 장 교수의 발탁 배경엔 체육계의 해묵은 관행을 깨고 세대교체를 해주길 바라는 기대도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의 주류 체육계가 일부 고령 인사 몇몇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는 비판이 계속되는 가운데 만 39세인 장 차관 내정자가 체육계의 '이권 카르텔'이 있다면 이를 깨라는 메시지로도 읽힌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문체부 2차관 자리는 크게 체육과 언론·국민 소통, 이렇게 큰 축이 두 가지인데 장관이 언론인 출신이라 체육 쪽에서 사람을 구했다"며 "장미란 내정자 같은 경우 올림픽,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다 땄다. 그랜드슬램을 하기까지 얼마나 본인이 노력도 많이 해야 되고, 투철한 자기 관리가 필요하지 않았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서 그런 경험이 있고, 끝나고 나서 대학 교수도 하시고, 장미란 재단을 통해서 후학도 육성하고 그래서 현장과 이론은 다 겸비했다"며 "우리나라가 문화 쪽은 BTS(방탄소년단) 등이 확 잡잖나. 체육도 이런 분이 한 번 새 바람을 불어넣어줬으면 좋겠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박종진 기자 free21@mt.co.kr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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