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구청과 인제군 사이의 거리 [책&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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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국내 책 생태계에서 가장 크게 화제가 된 지자체를 꼽으라면 단연 서울 마포구일 것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구청장은 책과 원수졌냐?"고 묻는데, 마포구청은 주민의 요구와 지역의 비전을 반영한 발전 시책이라는 입장이다.
이처럼 책과 출판문화의 가치를 훼손하며 이상한 지역 이기주의에 사로잡힌 마포구청과 달리, 강원도 인제군에서는 지난달 28일 인제기적의도서관을 성대하게 개관했다.
마포구청장은 책 생태계에서 기왕에 축적되었던 자산을 허물기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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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원근의 출판 풍향계]
올해 상반기 국내 책 생태계에서 가장 크게 화제가 된 지자체를 꼽으라면 단연 서울 마포구일 것이다. 작년 지방선거로 선출된 구청장은 관내 작은도서관의 카페형 독서실 전환 추진으로 논란을 빚었고, 이에 반대한 마포중앙도서관 송경진 관장을 파면시켰다. 그는 도서관계에서 신망 높은 도서관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출판사와 디자인업체가 많은 지역 특성을 살려 2010년 서울시로부터 지정받은 디자인‧출판 특정개발진흥지구 사업의 일환으로 운영하던 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플랫폼피) 일부 공간을 출판과 무관한 용도로 바꾸었다. 입주 조건으로 출판사 대표가 마포구 주민이어야 한다는 엉뚱한 조항을 내걸었다. 최근에는 서울의 명물 중 하나로 꼽히던 ‘경의선 책거리’를 ‘레드로드 발전소’라는 낯선 이름으로 바꿔 책의 거리와는 성격이 판이하게 달라졌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구청장은 책과 원수졌냐?”고 묻는데, 마포구청은 주민의 요구와 지역의 비전을 반영한 발전 시책이라는 입장이다. 플랫폼피 건물에 입주한 신생 출판사들은 당연히 마포구에 세금을 내고 마포구에서 소비한다. 주민 못지않게 마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마포구는 마포구 예산으로 주소지가 다른 지역의 출판인들까지 지원하는 것을 언어도단이라고 생각한다. 마포구 소재 사업장을 이처럼 발로 차버리는 행위야말로 지역 발전을 저해하는 것이 아닐까. 마포가 우리나라를 넘어서 세계적인 출판‧디자인 특구로 성장하도록 장려하고 지원을 해도 모자랄 마당에, 그간 쌓았던 명성과 위상을 깎는 데 열중하는 모습이 이해하기 어렵다.
마침 마포구에 소재한 한국출판인회의는 마포구의 잇따른 “출판문화 말살 정책”을 중단하라고 지난 23일 성명서를 발표했다. 차해영 마포구의회 의원 역시 같은 날 본회의에서 플랫폼피 운영위원회의 입주 연장 안건이 지난 8일 ‘미심의 결정’되어 민주적 절차를 위배했다고 밝히고 “출판문화는 마포구가 가진 역사이자 독보적인 유산”임을 강조했다.
이처럼 책과 출판문화의 가치를 훼손하며 이상한 지역 이기주의에 사로잡힌 마포구청과 달리, 강원도 인제군에서는 지난달 28일 인제기적의도서관을 성대하게 개관했다. 평화와 소통을 상징하는 손잡은 모습의 콘셉트로 지어진 2층 건물에서 2만5천권의 장서가 군민을 맞이한다.
20년 전 순천기적의도서관을 1호관으로 출발하여 전국 각지에서 계속 설립 중인 기적의도서관은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는 도서관 운영으로 세계적으로 주목할 만한 새로운 도서관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17번째에 해당하는 인제기적의도서관은 3만2천명에 불과한 군민들에게 문화적 주유소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접경지역의 특성상 군인 가족이 많고 인구 구성이 젊은 지역민들에게 책과 문화를 향유하는 시설로서 각광을 받을 것이라는 것이 전국 기적의도서관 운영을 총괄하는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안찬수 상임이사의 설명이다.
마포구청장은 책 생태계에서 기왕에 축적되었던 자산을 허물기 바쁘다. 반면 인제군은 미래 세대와 지역 발전을 위해 과감한 투자 대상으로 도서관과 책을 선택했다. 진정으로 지역민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민선 지자체 시대의 명암을 마포구와 인제군이 보여준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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